[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젊은 영조는 강건했고 개혁의 의지가 불타올랐다. 어머니가 천민 출신이라는 열등감을 애민정신으로 승화시키며 왕좌에 올랐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겠노라 마음 깊이 새겼다. SBS ‘해치’는 이런 영조의 젊은 시절과 집권 초반을 새롭게 조명해 주목받았다.
지난 4월 30일 방송된 ‘해치’의 마지막회에서 영조(정일우 분)는 사헌부를 찾아 신하들 앞에서 이조전랑을 혁파하고 제도를 전면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신하들의 반발이 드센 가운데, 밀풍군(정문성 분)이 입궐 소식이 전해졌다. 영조는 밀풍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루한 차림의 밀풍군에게 영조는 “도주할 수 있었는데도 왜 스스로 궐에 들어온 것이냐”고 물었다. 밀풍군은 “마지막은 왕답게 당당하게 죽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포박된 채로 끌려가던 밀풍군은 옆에 있던 군사의 칼을 뽑아들고 이성을 잃은 듯 영조에게 달려갔다. 영조를 베는 듯 했던 밀풍군은 그의 앞에서 할복해 자결했다. 영조는 반란의 수괴 이인좌(고주원 분)에게 극형을 내렸고 위병주(한상진 분)에게도 참수형을 내렸다. 달문(박훈 분)은 남들 몰래 천윤영(배정화 분)의 장례를 치러줬다.
여지(고아라 분)는 충격을 받은 영조를 찾아가 위로했다. 영조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누군가를 벌하고 죽여야 할 것이고 그 때마다 내가 옳은 지 다시 한번 왕의 자격이 있는지 묻게 될 것”이라고 자책했다. 여지는 “그것을 묻고 계신 것만으로도 전하께선 군왕의 자격이 있다. 때론 그릇된 결정을 하실 것이나 같은 질문을 쉼 없이 하며 다시 옳은 길을 찾아올 것”이라며 “그것이 제가 전하를 믿고 따르는 이유, 전하를 연모하는 까닭”이라고 고백했다.
영조는 이른 아침부터 상참을 열고 이조전랑 혁파를 비롯한 삼사 인사 개혁과 관련된 문제를 신하들과 논의했다. 그는 신하들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고, 신하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영조는 궐 밖에 나가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임문’을 열고 과도한 세금 징수에 힘들어하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영조는 군포를 반으로 줄이고 세금을 균등하게 하라는 명을 내리고 그 뜻을 담은 현판을 달았다.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영조는 관직에서 물러난 민진헌(이경영 분)을 찾아가 곁에 두고 싶다고 했지만 민진헌은 “전하 곁엔 젊고 유능한 인재가 많다. 전하와 같은 꿈을 함께 꾸는 벗들이 있다”면서 거절했다. 박문수(권율 분)는 암행어사가 돼 탐관오리를 붙잡으러 다녔고, 달문은 영조가 필요할 때 언제나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여지는 궐을 나왔다. 잠행을 나온 김에 영조는 여지를 만났다. 여지가 그의 건강을 염려하자 영조는 “이렇게 나와야 네 손도 잡고.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다가 영조는 백성들이 자주 오가는 다리가 무너질 듯 약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준설을 지시하며 다리 밑에 사는 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그들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해치’는 영조의 젊은 시절과 그가 동지들과 함께 힘을 모아 권력을 쟁취해나가는 모습, 집권 초반 탕평책, 균역법 등 영조가 일궈낸 개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존 사극과 달리 신선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헌부가 영조의 왕권강화와 애민정신 실현을 위한 주요 기관으로 등장하면서 사헌부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렸다.
천민의 피가 흐르는 연잉군이 백성을 위해 왕좌에 오르기까지 그가 고뇌하고 고통 받고, 스스로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또한 부패한 사헌부가 개혁되는 모습은 사헌부가 오늘날 검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24부작 안에 이 같이 긴 호흡의 서사를 담기는 다소 부족했다. 극 초반에는 박문수와 여지, 달문의 캐릭터가 명확하고 생생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킹메이커’로서 이들의 활약은 오히려 약해졌다. 다른 주변 캐릭터들도 짧은 호흡의 이야기 안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권력 다툼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후반부에서 영조-여지, 달문-천윤영 등의 러브라인도 이야기 안에 어울리지 못했다. 영조를 연기한 정일우의 어색하고 새는 발음은 사극의 집중력을 흩트렸다. 정문성은 권력 싸움의 꼭두각시가 된 밀풍군의 모습을 참혹하고 처절하게 그려내며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해치’는 7.4%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지난 4월 30일 방송된 ‘해치’의 마지막회에서 영조(정일우 분)는 사헌부를 찾아 신하들 앞에서 이조전랑을 혁파하고 제도를 전면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신하들의 반발이 드센 가운데, 밀풍군(정문성 분)이 입궐 소식이 전해졌다. 영조는 밀풍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루한 차림의 밀풍군에게 영조는 “도주할 수 있었는데도 왜 스스로 궐에 들어온 것이냐”고 물었다. 밀풍군은 “마지막은 왕답게 당당하게 죽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포박된 채로 끌려가던 밀풍군은 옆에 있던 군사의 칼을 뽑아들고 이성을 잃은 듯 영조에게 달려갔다. 영조를 베는 듯 했던 밀풍군은 그의 앞에서 할복해 자결했다. 영조는 반란의 수괴 이인좌(고주원 분)에게 극형을 내렸고 위병주(한상진 분)에게도 참수형을 내렸다. 달문(박훈 분)은 남들 몰래 천윤영(배정화 분)의 장례를 치러줬다.
여지(고아라 분)는 충격을 받은 영조를 찾아가 위로했다. 영조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누군가를 벌하고 죽여야 할 것이고 그 때마다 내가 옳은 지 다시 한번 왕의 자격이 있는지 묻게 될 것”이라고 자책했다. 여지는 “그것을 묻고 계신 것만으로도 전하께선 군왕의 자격이 있다. 때론 그릇된 결정을 하실 것이나 같은 질문을 쉼 없이 하며 다시 옳은 길을 찾아올 것”이라며 “그것이 제가 전하를 믿고 따르는 이유, 전하를 연모하는 까닭”이라고 고백했다.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영조는 관직에서 물러난 민진헌(이경영 분)을 찾아가 곁에 두고 싶다고 했지만 민진헌은 “전하 곁엔 젊고 유능한 인재가 많다. 전하와 같은 꿈을 함께 꾸는 벗들이 있다”면서 거절했다. 박문수(권율 분)는 암행어사가 돼 탐관오리를 붙잡으러 다녔고, 달문은 영조가 필요할 때 언제나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여지는 궐을 나왔다. 잠행을 나온 김에 영조는 여지를 만났다. 여지가 그의 건강을 염려하자 영조는 “이렇게 나와야 네 손도 잡고.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다가 영조는 백성들이 자주 오가는 다리가 무너질 듯 약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준설을 지시하며 다리 밑에 사는 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그들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천민의 피가 흐르는 연잉군이 백성을 위해 왕좌에 오르기까지 그가 고뇌하고 고통 받고, 스스로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또한 부패한 사헌부가 개혁되는 모습은 사헌부가 오늘날 검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24부작 안에 이 같이 긴 호흡의 서사를 담기는 다소 부족했다. 극 초반에는 박문수와 여지, 달문의 캐릭터가 명확하고 생생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킹메이커’로서 이들의 활약은 오히려 약해졌다. 다른 주변 캐릭터들도 짧은 호흡의 이야기 안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권력 다툼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후반부에서 영조-여지, 달문-천윤영 등의 러브라인도 이야기 안에 어울리지 못했다. 영조를 연기한 정일우의 어색하고 새는 발음은 사극의 집중력을 흩트렸다. 정문성은 권력 싸움의 꼭두각시가 된 밀풍군의 모습을 참혹하고 처절하게 그려내며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해치’는 7.4%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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