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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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이 제55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장준환 감독이 ‘1987’로 감독상을,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가 여우주연상을, 영화 ‘공작’의 황정민, 이성민이 남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남한산성’은 촬영상, 조명상, 음악상으로 3관왕에 올랐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제55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렸다. 7년째 MC를 맡은 신현준은 “사랑하는 수많은 영화인들과 함께 대종상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인사했다. 대종상 시상식 진행이 처음인 김규리는 “(신현준) 선배님만 믿고 가겠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공작’의 황정민과 이성민은 남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성민은 “(‘공작’의) 황정민과 조진웅, 저, 이렇게 세 명이 후보에 올랐다. 기분이 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정민 씨다. 저는 별로 한 게 없다”며 “정민이가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여줬다”며 재치 있게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황정민을 대신해 ‘공작’의 윤종빈 감독이 대리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가 받았다. 보령에서 촬영 중인 나문희를 대신해 트로피는 대리 수상자가 전달 받았다.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용기 있게 나서 일제의 만행을 폭로하는 위안부 피해자 나옥분 역을 맡았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영화 ‘버닝’은 최우수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버닝’을 제작한 파인하우스 필름 이준동 대표는 “영화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6년에 크랭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1년 후에나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거의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믿고 기다려 주셔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또한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갖고 ‘버닝’을 만들었다. 대종상이 이 영화를 지지해줘서 고맙다”며 “이 영화를 좀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없었던 것이 제 책임인 것 같다 미안하다.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종상도, 한국영화도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준환 감독은 ‘1987’로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영화로 6월 항쟁의 그 날, 잊지 말아야할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장 감독은 “10여년 전 신인감독상을 수상할 때 트로피가 이렇게 무거운지 몰랐다. 더 큰 무게감을 느낀다”며 “영화 촬영 차 광주에 갔을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태프들이 이한열 열사 묘역에 가서 참배드렸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혼자서 걷는 열 걸음 보다 열 명이서 함께 걷는 한 걸음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느끼게 됐다. 남편이 위험하고 힘든 길을 간다고 했을 때 옆에서 같이 걸어준 문소리 감독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대종상 영화제가 55회가 됐다”며 “뿌리가 깊은데 오늘은 약간 쓸쓸해보인다. 뿌리의 깊이만큼 더 큰 나무로, 더 큰 축제로 자라나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진=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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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와 이가섭은 각각 ‘마녀’와 ‘폭력의 씨앗’으로 신인여우상과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김다미는 “‘마녀’를 찍은지 1년 정도 돼 가는데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난다”며 “평생 잊지 못할 영화고 항상 제 마음 속에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가섭은 “좋은 감독님,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좋은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좋은 분들께서 많이 봐주신 것 같아 좋은 상을 받은 것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녀조연상의 영예는 ‘독전’의 배우들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진서연을 대신해소속사 조한조 대표가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조 대표는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진서연 씨가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했다”며 “배우 진서연이란 이름으로 삶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받는 상이다. 보령이라는 캐릭터를 믿고 맡겨주신 감독님, 대표님을 비롯해 ‘독전’의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 그리고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옆에 계셔 주셨던 김주혁 선배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독전’의 고(故) 김주혁도 조연상을 수상했다.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석준 상무가 대리 수상했다. 김 상무는 “다음 주면 (김주혁이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다 된다. 평소 배려가 많았던 친구라 같이 했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을 것 같다”며 김주혁을 그리워했다.

고 김주혁은 특별상도 수상했다. 대종상 1회 수상자인 원로배우 신영균은 “김주혁 군의 아버지는 김무생이다. 김무생은 멋있게 연기를 하던 후배다. 그 친구도 너무 일찍 갔다. 아들 김주혁 군도 너무 일찍 갔다. 훌륭한 배우인데 일찍 가서 가슴 아프다. 영화인들 모두가, 그리고 김주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합쳐 대종상 특별상을 주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받을 것이다. 이 상을 받고 천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편안히 잘 있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이날 시상식은 여러 스타들과 신인 배우들,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연이은 대리수상과 참석하지 못한 배우들의 빈자리가 비춰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몇년간 대종상은 수상자 선정 공정성 논란, 전 조직위원장 구속과 전·현 사업본부 간의 갈등, 영화인들의 보이콧 등으로 잡음이 일었다. 이에 대종상 측은 올해 시상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 제55회 대종상 수상자 및 수상작

▲ 최우수 작품상: ‘버닝’(이창동 감독)
▲ 감독상: 장준환 감독(‘1987’)
▲ 남우주연상: 이성민(‘공작’), 황정민(‘공작’)
▲ 여우주연상: 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 남우조연상: 고(故) 김주혁(‘독전’)
▲ 여우조연상: 진서연(‘독전’)
▲ 신인감독상: 전고은 감독(‘소공녀’)
▲ 신인남우상: 이가섭(‘폭력의 씨앗’)
▲ 신인여우상: 김다미(‘마녀’)

▲ 우리은행스타상: 설현(‘안시성’)
▲ 시나리오상: 전고운 감독(‘소공녀’)
▲ 촬영상: 김지용 (‘남한산성’)
▲ 조명상: 조규영 (‘남한산성’)
▲ 편집상: 김형주, 양동엽 (‘곤지암’)
▲ 음악상: 사카모토 류이치 (‘남한산성’)
▲ 미술상: 박일현 (‘공작’)
▲ 의상상: 조상경, 손나리 (‘인랑’)
▲ 기술상: 진종현 (‘신과 함께-인과 연’)
▲ 기획상: 이우정(‘1987’)
▲ 특별상: 고(故) 김주혁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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