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단 한 번의 총성 없이도 긴장감 넘치는 치열한 첩보전이 시작됐다. 영화 ‘공작’은 한국에서만 다룰 수 있는 ‘민족 분단’이라는 소재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뜨거운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31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공작’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윤종빈 감독,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참석했다.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요원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흑금성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공작’은 최근 첩보영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액션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윤 감독은 “실화가 주는 재미가 있었기에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또 예전부터 스파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우연히 다른 영화를 준비하면서 안기부에 관해 취재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 얘기를 처음 알게 됐다”며 “국내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껴 더욱 자세히 조사할수록 실화에 기반한 리얼한 첩보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암호명 ‘흑금성’의 스파이 박석영 역을 맡은 황정민도 북파 간첩의 존재를 알고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헐’이었다. 저도 1990년대를 지나온 사람이기에 그 사실을 몰랐던 것 자체가 창피했다. 저 말고도 모르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흥미를 떠나서 관객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또한 실제로 북파 공작원이었던 박채서 씨를 만나보고는 “직접 김정일 위원장과 독대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로 갈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에 제작팀들의 고충도 컸다. 윤 감독은 “처음 대본을 쓸 때부터 북한을 어떻게 재현하느냐가 제작진의 큰 숙제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북한에서 촬영을 할 수 없어 평양과 비슷한 연변 지역이나 북한에 들어가서 촬영할 수 있는 해외팀 소스를 구하기도 했다. 합성, CG(컴퓨터그래픽), 세트 제작 등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며 여러 방법을 시도했음을 밝혔다.
영화가 남북한 첩보전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룬 만큼 개봉 직전까지도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야만 했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최근 4·27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미북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화해 국면에 접어든 데 대해 배우들은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황정민은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남북한이 지금과 같은 관계가 아니었다”며 “촬영을 하다 빌린 공간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제작 과정을 되짚었다. 그는 “다행히도 4월 27일 이후 순식간에 정세가 변했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들도 행복했다”며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그간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평화 국면 덕분에 관객들이 영화를 더 편안하고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진웅은 “평화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남북한 평화 통일이 된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의 염원 아니겠느냐”며 “‘공작’이 거기에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성민도 “남과 북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소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처음 자신이 대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영화계의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썼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을 ‘흑금성’이라고 하려 했는데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공작’을 가제로 사용했다. 그게 입에 붙어서 그대로 ‘공작’이 제목이 됐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영화 속에서 황정민은 공작원이라는 정체를 숨긴 채 대북 무역사업가로 일한다. 이 때문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 과장 역의 주지훈에게 계속 의심을 받는다.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숨 막히기도 하지만 때론 유쾌하기도 하다. 주지훈은 “‘아수라’ 때부터 (황)정민 형과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장에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다”며 “후배 입장에서는 최적의 컨디션에서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고 황정민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스파이의 정체성 변화를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은 스파이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것이 냉전적 사고다. 냉전의 끝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영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31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공작’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윤종빈 감독,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참석했다.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요원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흑금성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공작’은 최근 첩보영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액션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윤 감독은 “실화가 주는 재미가 있었기에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또 예전부터 스파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우연히 다른 영화를 준비하면서 안기부에 관해 취재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 얘기를 처음 알게 됐다”며 “국내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껴 더욱 자세히 조사할수록 실화에 기반한 리얼한 첩보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북한은 실제로 갈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에 제작팀들의 고충도 컸다. 윤 감독은 “처음 대본을 쓸 때부터 북한을 어떻게 재현하느냐가 제작진의 큰 숙제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북한에서 촬영을 할 수 없어 평양과 비슷한 연변 지역이나 북한에 들어가서 촬영할 수 있는 해외팀 소스를 구하기도 했다. 합성, CG(컴퓨터그래픽), 세트 제작 등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며 여러 방법을 시도했음을 밝혔다.
황정민은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남북한이 지금과 같은 관계가 아니었다”며 “촬영을 하다 빌린 공간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제작 과정을 되짚었다. 그는 “다행히도 4월 27일 이후 순식간에 정세가 변했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들도 행복했다”며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그간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평화 국면 덕분에 관객들이 영화를 더 편안하고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진웅은 “평화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남북한 평화 통일이 된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의 염원 아니겠느냐”며 “‘공작’이 거기에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성민도 “남과 북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소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황정민은 공작원이라는 정체를 숨긴 채 대북 무역사업가로 일한다. 이 때문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 과장 역의 주지훈에게 계속 의심을 받는다.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숨 막히기도 하지만 때론 유쾌하기도 하다. 주지훈은 “‘아수라’ 때부터 (황)정민 형과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장에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다”며 “후배 입장에서는 최적의 컨디션에서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고 황정민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스파이의 정체성 변화를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은 스파이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것이 냉전적 사고다. 냉전의 끝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영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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