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컷 / 사진제공=NEW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컷 / 사진제공=NEW
“불륜은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큰 죄”라고 말하는 이병헌 감독이 불륜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그의 확고한 신념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특유의 재치와 인물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을 더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어른들의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둥이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한 그의 매제 봉수(신하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 매력의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이들의 관계가 꼬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작은 불륜이다. 왕년에 롤러코스터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렸던 석근은 현재 제주도에서 택시를 운전하며 여러 여자와 불륜 관계를 유지한다. 20년을 같이 산 아내 담덕(장영남)에겐 로맨틱한 이벤트를 해주면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결혼 8년 차 봉수와 미영은 각자의 삶에 충실해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은 지 오래다. 아이를 가지려는 미영의 성화에 가끔 잠자리를 가질 뿐이다. 이들 사이에 제니가 나타난다. 제니는 석근과 친하게 지내던 중 그의 매제 봉수의 순진함에 반해 그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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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다. 석근은 담덕에게 꽃다발을 안겨주고 포옹을 해주지만 정작 중요한 소통이 없다. 이벤트 역시 일방적이다. 담덕이 좋아하는 꽃의 종류도, 색깔도 모른다. 석근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이런 장면들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여기에 담덕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따라온다. 오래 함께 했기에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소통의 부재로 인해 파생된 방황이나 외로운 감정 등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봉수와 미영 부부, 나아가 석근의 인생까지 뒤흔드는 제니는 단연 문제적 여인이다. 매사에 담담한 그는 얄밉기보다 어쩐지 안쓰럽다. 불륜 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날 사랑해요?”라고 묻는 모습이나, 그저 사랑받고 싶어하는 눈빛을 보고 있으면 영화에 자세히 표현되지 않은 그의 일생이 궁금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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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불륜을 주제로 하지만 결혼한 남녀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한다. 이는 결국 일시적 쾌락 후 느껴지는 공허함으로 이어지며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삽입된 석근과 봉수의 롤러코스터 장면은 이러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가파르고 위태로운 롤러코스터를 무표정으로 탄다.

이들의 끝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이병헌 감독은 엔딩 장면을 두고 “이들에게 준 최고의 형벌”이라고 설명했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오는 5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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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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