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지난 6일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을 고발한 MBC ‘PD수첩’이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편을 13일 방송한다.
방송에 앞선 12일 ‘PD수첩’ 제작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미투(Me, too)’가 터져 나온 지난 한 달간 우리 프로그램에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이슈가 되는 유명 인사에 대한 ‘미투’와 달리, 아무리 말해도 들어 주는 이 없던 평범한 여성들의 제보였다”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제보 중 성희롱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직장’이었다.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뒤 더 큰 2차 가해를 당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PD수첩’ 취재 결과, 전남CBS에서 일하던 강민주 PD는 수습사원 시절 상사의 성희롱에 문제를 제기한 후 두 차례 해고 당했다. 회사는 강민주 PD의 업무 능력을 문제 삼았다. 수습평가 결과 채용 부적격으로 판정되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했을 뿐, 성희롱 신고에 대한 보복성 해고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취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강민주 PD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증거를 수집하며 대응한 편이나 실제로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2차 피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노동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후 피해자의 72%가 회사를 떠났다. 현재 강민주 PD도 복직을 요구하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대학원생 이혜선 씨는 지난 2월 졸업했다. 뜻깊은 졸업이었다. 2016년 11월 지도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바로 며칠 뒤 연구조교에서 해임됐다. 지도교수가 휴학 승인을 해주지 않아 제적까지 당했다. 학내 양성평등센터나 학과장과의 면담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가해자를 형사 고소했지만, 지도교수의 권력에 맞서 증언해 줄 동료도 없었고 증거가 될 CCTV는 삭제된 상태였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되자 가해자는 이혜선 씨를 명예훼손과 무고로 역고소 했다.
‘PD수첩’이 이혜선 씨를 취재하는 와중에도 혜선 씨에 대한 가해자의 추가 역고소와 경찰서 조사 출석 요구는 계속됐다.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죄가 되는 현행법상, 피해자들은 어렵게 용기를 내어 ‘미투’를 외치고 나서도 공익 목적의 ‘진실한 사실’임을 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역고소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제작진은 “대부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발생하는 직장 내 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 혼자서 용기를 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폭력의 현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인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해에서 근무하는 임희경 경위는 지난해 4월, 신임 여경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일을 들었다. 3개월 차 시보라는 불안한 처지에 신고할 엄두도 못 내고 있던 후배 여경의 고백에 임 경위는 면담 후 감찰에 신고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러나 이후 임 경위가 ‘좋은 자리’를 노리고 피해자를 부추겨 성추행 피해를 조작한 ‘꽃뱀’이라는 소문이 김해 전 경찰서에 퍼졌다. 같은 지구대의 상사는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을 키웠다며 임 경위를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동료들은 임 경위를 따돌렸다. 가해자는 임 경위의 업무상 약점을 잡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에 임 경위는 공개 감찰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1인 시위에 나섰다. 심지어 1인 시위 이후에 임 경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담긴 허위 보고서가 경찰 내부에서 작성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미투’ 한 달여, 많은 폭로와 분노가 이어졌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을까. 남은 인생을 걸고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이들에 대한 들끓는 관심과 호기심이 멈춘 뒤에, 우리 사회는 이들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작진은 “피해자에게만 용기를 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미투’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지지하는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침묵하고 방관하는 주변인은 암묵적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2차 가해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피해자들은 더 이상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세상이 조금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이제는 사회가 그들의 ‘미투’에 응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및 기관장의 책임 강화 등을 발표했다.
‘미투’와 그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한 고민을 담은 ‘PD수첩’은 오는 13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방송에 앞선 12일 ‘PD수첩’ 제작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미투(Me, too)’가 터져 나온 지난 한 달간 우리 프로그램에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이슈가 되는 유명 인사에 대한 ‘미투’와 달리, 아무리 말해도 들어 주는 이 없던 평범한 여성들의 제보였다”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제보 중 성희롱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직장’이었다.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뒤 더 큰 2차 가해를 당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PD수첩’ 취재 결과, 전남CBS에서 일하던 강민주 PD는 수습사원 시절 상사의 성희롱에 문제를 제기한 후 두 차례 해고 당했다. 회사는 강민주 PD의 업무 능력을 문제 삼았다. 수습평가 결과 채용 부적격으로 판정되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했을 뿐, 성희롱 신고에 대한 보복성 해고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취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강민주 PD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증거를 수집하며 대응한 편이나 실제로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2차 피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노동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후 피해자의 72%가 회사를 떠났다. 현재 강민주 PD도 복직을 요구하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대학원생 이혜선 씨는 지난 2월 졸업했다. 뜻깊은 졸업이었다. 2016년 11월 지도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바로 며칠 뒤 연구조교에서 해임됐다. 지도교수가 휴학 승인을 해주지 않아 제적까지 당했다. 학내 양성평등센터나 학과장과의 면담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가해자를 형사 고소했지만, 지도교수의 권력에 맞서 증언해 줄 동료도 없었고 증거가 될 CCTV는 삭제된 상태였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되자 가해자는 이혜선 씨를 명예훼손과 무고로 역고소 했다.
‘PD수첩’이 이혜선 씨를 취재하는 와중에도 혜선 씨에 대한 가해자의 추가 역고소와 경찰서 조사 출석 요구는 계속됐다.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죄가 되는 현행법상, 피해자들은 어렵게 용기를 내어 ‘미투’를 외치고 나서도 공익 목적의 ‘진실한 사실’임을 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역고소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제작진은 “대부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발생하는 직장 내 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 혼자서 용기를 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폭력의 현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인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해에서 근무하는 임희경 경위는 지난해 4월, 신임 여경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일을 들었다. 3개월 차 시보라는 불안한 처지에 신고할 엄두도 못 내고 있던 후배 여경의 고백에 임 경위는 면담 후 감찰에 신고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러나 이후 임 경위가 ‘좋은 자리’를 노리고 피해자를 부추겨 성추행 피해를 조작한 ‘꽃뱀’이라는 소문이 김해 전 경찰서에 퍼졌다. 같은 지구대의 상사는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을 키웠다며 임 경위를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동료들은 임 경위를 따돌렸다. 가해자는 임 경위의 업무상 약점을 잡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에 임 경위는 공개 감찰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1인 시위에 나섰다. 심지어 1인 시위 이후에 임 경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담긴 허위 보고서가 경찰 내부에서 작성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미투’ 한 달여, 많은 폭로와 분노가 이어졌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을까. 남은 인생을 걸고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이들에 대한 들끓는 관심과 호기심이 멈춘 뒤에, 우리 사회는 이들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작진은 “피해자에게만 용기를 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미투’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지지하는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침묵하고 방관하는 주변인은 암묵적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2차 가해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피해자들은 더 이상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세상이 조금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이제는 사회가 그들의 ‘미투’에 응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및 기관장의 책임 강화 등을 발표했다.
‘미투’와 그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한 고민을 담은 ‘PD수첩’은 오는 13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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