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영화 ‘튤립 피버’ 스틸
영화 ‘튤립 피버’ 스틸
“설레야 사랑이다.” “아니다, 익숙함 역시 사랑이다.”

정답은 없다. 사랑은 정의할 수 없기에 아름답다.

‘튤립 피버’는 남편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를 두고 화가 얀(데인 드한)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치정 멜로라고 하기엔 의미가 방대하고 깊다. 무엇보다 ‘튤립 피버’는 ‘사랑은 무엇인가’를 화두로 던진다.

튤립 열풍으로 뜨겁던 17세기 암스테르담, 거상 코르넬리스와 그의 아내 소피아는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동네 화가 얀을 집에 들인다. 고아로 수도원에서 자란 뒤 함께 지내는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마음에 없는 결혼을 했던 소피아는 첫 눈에 설렘을 느끼게 하는 얀에게 매료된다. 두 사람은 코르넬리스의 눈을 피해 도망갈 방법을 강구하며 뜨겁게 사랑한다.

이들의 불같은 로맨스는 튤립 열풍과 맥을 같이 한다. 동양에서 온 튤립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들이 튤립 종자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부자가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든 것을 잃는 사람도 생긴다. 정부는 튤립 시장을 통제하고, 뜨거웠던 열풍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남은 건 빈털터리가 된 이들의 허망한 한숨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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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얀과 사랑을 나누며 코르넬리스에게서 도망칠 방법을 찾는다. 마침 하녀이자 친구인 마리아(홀리데이 그레인저)가 연인 윌리엄(잭 오코넬)의 아이를 갖게 되고, 소피아는 거짓 임신을 계획한다. 처음 느껴보는 사랑에 인생을 바치는 소피아다.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비집고 들어오고, 결국 공허함을 느끼는 그의 모습은 묘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극 초반엔 방해꾼처럼 보이던 코르넬리스의 변화도 눈여겨볼 점이다. 소피아를 욕정의 도구로 바라보는 듯했지만 자신의 마음은 물론 상대방의 마음까지 깨닫는 그의 마지막 선택 역시 사랑을 대하는 다양한 시선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의미가 있다.

‘퇴폐미 넘치는 배우’로 불리며 국내에도 팬층이 두터운 데인 드한이 특유의 퇴폐적인 매력을 여과 없이 드러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튤립 피버’를 데인 드한의 ‘섹시한 영화’라고만 평가하기엔 아깝다. ‘튤립 피버’는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겼기에 더욱 애절하다. 오는 1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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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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