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Mnet ‘쇼미더머니6’에서 최종 우승한 래퍼 행주 / 사진제공=Mnet, 아메바컬쳐
Mnet ‘쇼미더머니6’에서 최종 우승한 래퍼 행주 / 사진제공=Mnet, 아메바컬쳐
“‘쇼미더머니6’에는 멋있는 래퍼들이 정말 많았어요.”

Mnet ‘쇼미더머니6’의 최종 우승을 거머쥔 래퍼 행주는 함께 출연한 래퍼와 프로듀서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쇼미더머니6’를 통해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거듭난 행주를 프로그램 종영 후 직접 만났다.

행주는 지난 1일 열린 ‘쇼미더머니6’ 파이널 경연에서 넉살과 우원재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쟁자였던 넉살은 이번 시즌 초반부터 ‘어차피 우승은 넉살’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 래퍼였다. 우원재 역시 타이거JK로부터 “‘쇼미더머니6’ 최고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힙합 루키로 떠올랐다. 쟁쟁한 상대들을 제치고 승리한 행주는 넉살과 우원재에 대해 “너무나 완벽한 상대였다”고 연신 감탄했다.

“넉살과 원재는 ‘이 사람들한테 져도 후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참가자들이었어요. 물론 실제로 졌다면 래퍼로서 자존심이 상했겠지만요.(웃음) 그만큼 두 래퍼가 ‘쇼미더머니6’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행주는 특히 우원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우원재는 ‘쇼미더머니6’에서 우울증, 심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았음을 밝혔다. 그 아픔을 고스란히 녹여낸 음악으로 경연마다 안타까움과 감탄을 동시에 자아냈다. 행주는 “원재는 나를 제외하면 모든 래퍼를 통틀어 가장 몰입감이 어마어마했던 친구”라면서 “원재의 가사를 들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원재를 이기기 위해서는 내가 더 음악에 몰입하고 솔직한 가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쇼미더머니6’에서 기억에 남는 무대로도 우원재의 2차 예선과 넉살의 파이널 경연곡 ‘막이 내려도’를 꼽았다. 각각의 공연에 깊이 빠져들었다던 행주는 “사실 멋진 무대가 정말 많았다”며 “넉살과 원재가 저와 함께 끝까지 살아남은 TOP3라서 두 사람의 무대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웃었다.

(왼쪽부터)Mnet ‘쇼미더머니6’ 1위 행주, 2위 넉살, 3위 우원재 / 사진제공=Mnet
(왼쪽부터)Mnet ‘쇼미더머니6’ 1위 행주, 2위 넉살, 3위 우원재 / 사진제공=Mnet
행주는 그러면서 ‘쇼미더머니6’ 참가자들의 사이가 돈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래퍼들의 사무실이나 연습실이 비슷한 곳에 있다 보니 경연을 앞두고 자주 만났어요. 밤을 새고 졸린 상태로 미션을 준비하다가도 다른 래퍼들을 만나면 똑같이 피곤해하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니 힘이 나더라고요.(웃음) 함께 서바이벌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서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됐습니다. 다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실제 경연에서 경쟁하더라도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고요. 세미 파이널에서 경쟁한 한해의 무대를 보면서도 ‘틀리지 마, 틀리지 마’라고 기도했어요. 한해가 랩이 끝날 때쯤 울먹거리는 걸 보고는 저도 마음이 뭉클해졌고요.”

행주가 ‘쇼미더머니6’의 우승자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코와 딘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행주의 프로듀서로서 경연마다 행주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줬다.

“지코, 딘과 저 사이에 공통점이 많았어요. 좋아하는 음악, 랩 스타일, 아티스트… 승부사 기질도 닮았더라고요. 서로가 서로를 인정했고, 또 서로가 느끼는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행주가 지코와 딘을 자신의 프로듀서로 선택했을 당시 많은 이들이 놀랐다. “다들 우리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행주는 “지코와 딘조차 내가 그들을 선택하리라고 생각지 않는 것이 눈에 보였다”며 웃었다.

Mnet ‘쇼미더머니6’ 우승팀 지코, 행주, 딘 / 사진제공=행주 SNS
Mnet ‘쇼미더머니6’ 우승팀 지코, 행주, 딘 / 사진제공=행주 SNS
“1차 예선에서 저를 합격시킨 사람이 지코에요. 2차 예선에서는 제 랩의 포인트도 짚어줬고요. 많은 사람들이 지코, 딘과 제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남들이 보는 행주는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죠. 내 안에 지코, 딘과 어울리는 면이 분명 있었습니다. 제 촉을 믿고 두 사람을 택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네요.(웃음)”

1986년생 행주는 2010년 리듬파워로 데뷔했다. 지코와 딘은 1992년생 동갑내기다. 지코는 2011년 아이돌그룹 블락비로, 딘은 2015년 솔로가수로 데뷔했다. 행주는 가요계 후배이자 동생들에게 프로듀싱을 받은 셈. 이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 의외였다.

“제가 ‘쇼미더머니6’의 참가자인 이유가 분명히 있고, 그들이 프로듀서인 이유도 분명히 있었어요. 사실 ‘데뷔’라는 건 래퍼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거든요. 래퍼들에게는 연습생 개념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저는 음악을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반면 딘은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 이미 곡을 만들었고, 따지고 보면 저보다 먼저 음악을 시작한 선배죠. 딘과 지코는 그 누구보다 ‘쇼미더머니6’에 몰입하고 집중했던 프로듀서들이에요. 말도 안 되는 승부사들입니다. 행주라는 래퍼를 우승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저 역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고마움이 큽니다.”

행주가 말한 ‘쇼미더머니6’의 “멋있는 래퍼들” 중에는 행주 자신도 있다. 행주는 “랩은 나를 가장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은 가장 나다운 것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완벽한 모습이든 때로는 부끄러운 모습이든 말이죠. 래퍼는 그런 의미에서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래퍼이기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앞으로도 더 멋진 사람, 더 멋진 래퍼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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