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매주 한 차례씩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시인의 사랑’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양익준)은 팍팍한 현실에서도 시를 쓰기 위해 고민하는, 제주도에 사는 능력도 없고 재능도 없는 마흔 살의 시인이다. 아내(전혜진)는 무능한 남편을 대놓고 구박하지만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며 그의 곁을 지킨다. 어느 날 시인은 도넛 가게의 아르바이트생 소년(정가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순수함에 매료돼 빠져든다. 소년과의 사랑은 시인의 작품세계에 영감을 주고 ‘좋은 시’가 탄생한다. 시인과 소년은 서로가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흔들리지만 도덕적인 현실에 돌아선다.
영화는 김양희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편데뷔작인 ‘시인의 사랑’에서 김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연출까지 직접 맡아 신인으로서의 신선함과 참신함을 선사한다. 또한 두 사람의 미묘한 심리를 유쾌하게 묘사하며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년은 불우한 가정사에 삶을 비관하지만, 시인은 소년의 쓸쓸함에 연민을 느끼며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받는다.
시인과 소년, 이들의 관계는 동성애 코드로도 비춰질 수 있으나 인간애나 동정심으로 승화시켜 해석할 수도 있다. 감독은 이를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고,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서사는 식상해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온다.
영화 ‘시인의 사랑’은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서귀포 앞바다부터 남원포구까지 제주라는 공간의 의미를 제대로 활용하며 영화에 힘을 보탠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영화는 세 주인공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의 파고를 담아냈다. 제주도에서 사랑, 그것도 새로운 모습의 사랑은 관객들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이 가을, ‘시인의 사랑’을 통해 색다른 사랑의 파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양경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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