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어느 순간 내가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러다간 끝나겠다’ 싶더라고요.”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관객들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가진 설경구의 고백이다.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던 ‘박하사탕’(1999) 이후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 ‘광복절 특사’(2002) ‘역도산’(2004) ‘그놈 목소리’(2007) ‘해운대’(2009)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맡는 캐릭터마다 완벽하게 소화했고, 그 중 ‘실미도’와 ‘해운대’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고민 없이 연기했을 것 같은 그의 입에서 나온 ‘흥행 실패’ ‘슬럼프’라는 단어는 다소 놀라웠다. “치열하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고민했다. ‘불한당’ 이전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촬영했는데 그때부터 정신이 번쩍 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범죄액션드라마다. 1년에도 수편씩 제작되는 남성 투톱의 누아르물이다. 고민 많았던 설경구가 ’불한당‘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그는 “죄책감 없이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 감독님을 만나서 ‘많이 봐왔던 시나리오다. 굳이 이런 작품을 왜 또 만들려고 하냐’고 물었어요. 언더커버 스토리나 액션에 집중된 이야기가 아니라며 스타일리시하게 만들 거라고 했죠. 이후에 술을 한 잔 하게 됐는데 말을 덧붙이지도 빼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죠. 그래서 믿었어요. 사실 저에겐 모험이었죠.”
설경구는 ‘불한당’ 속 완벽한 카리스마는 물론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의 재호 그 자체였다. “어색해서 식은땀까지 났다”고 했지만 설경구는 올백 머리와 몸에 잘 맞는 수트를 섹시하게 소화했다. 믿음과 배신으로 얼룩진 인간관계 속에서 미묘한 눈빛 변화로 극을 긴장감 있게 이끌었고 이따금 큰 소리로 껄껄 웃는 설정으로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의 진가는 특별출연한 허준호와의 맞대결에서 더욱 빛났다. 설경구는 “준호 형은 내 캐릭터를 살려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미국에 오래 있었던 준호 형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얘길 직접 들었고, 제작진에 넌지시 의견을 물었어요. 제작진도 좋아했지만 짧은 출연이라 선뜻 섭외 요청을 하기 힘들다면서 저에게 연락을 부탁했는데 나 역시 미안해서 제작진에 번호만 넘겨버렸어요. 하하. 나중에 형이 ‘너 때문에 출연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짧은 출연을 위해 운동을 심하게 해서 살을 많이 뺐고 10시간동안 전신문신도 했죠 한 장면을 두 달 이후에 찍게 되는 바람에 형이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몸을 그대로 유지해서 나오더라고요. 대단한 프로죠.”
설경구는 어느 순간 촬영 현장에서 가장 선배인 경우가 많아졌다며 형들과의 촬영에 대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후배 임시완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우리 영화가 현수 캐릭터의 성장을 그리는데, 배우 임시완의 성장이기도 해요. 이번 작품은 나에게도 의미가 깊지만 시완이에게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크게 성장했고 군대에 다녀온 이후엔 더 많이 클 것 같아요.”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여행자’에 이어 네 번째로 칸의 러브콜을 받았다. ‘불한당’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것. 그는 “초청 이유를 내가 알 순 없다. 하지만 수많은 남성 투톱의 누아르 장르와 다른 지점을 발견한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는 “출발은 같을지 몰라도 ‘불한당’은 전혀 다른 길로 빠지는 영화다. 그게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간 건 ‘박하사탕’ 때였어요. 그 즈음에 영화제들을 많이 다녀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었죠. 이후 10년 동안 영화제를 못 갔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많은 걸 경험하려고요. 뤼미에르 극장 앞 레드카펫에 서는데 매니저들에게 풀샷부터 바스트샷까지 다양하게 인증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놨어요. 하하.”
25년째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설경구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불한당’을 촬영하며 많이 성장했어요. 젊은 친구들의 열정을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죠. 지금은 치열해요.”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관객들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가진 설경구의 고백이다.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던 ‘박하사탕’(1999) 이후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 ‘광복절 특사’(2002) ‘역도산’(2004) ‘그놈 목소리’(2007) ‘해운대’(2009)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맡는 캐릭터마다 완벽하게 소화했고, 그 중 ‘실미도’와 ‘해운대’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고민 없이 연기했을 것 같은 그의 입에서 나온 ‘흥행 실패’ ‘슬럼프’라는 단어는 다소 놀라웠다. “치열하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고민했다. ‘불한당’ 이전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촬영했는데 그때부터 정신이 번쩍 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범죄액션드라마다. 1년에도 수편씩 제작되는 남성 투톱의 누아르물이다. 고민 많았던 설경구가 ’불한당‘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그는 “죄책감 없이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 감독님을 만나서 ‘많이 봐왔던 시나리오다. 굳이 이런 작품을 왜 또 만들려고 하냐’고 물었어요. 언더커버 스토리나 액션에 집중된 이야기가 아니라며 스타일리시하게 만들 거라고 했죠. 이후에 술을 한 잔 하게 됐는데 말을 덧붙이지도 빼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죠. 그래서 믿었어요. 사실 저에겐 모험이었죠.”
설경구는 ‘불한당’ 속 완벽한 카리스마는 물론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의 재호 그 자체였다. “어색해서 식은땀까지 났다”고 했지만 설경구는 올백 머리와 몸에 잘 맞는 수트를 섹시하게 소화했다. 믿음과 배신으로 얼룩진 인간관계 속에서 미묘한 눈빛 변화로 극을 긴장감 있게 이끌었고 이따금 큰 소리로 껄껄 웃는 설정으로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의 진가는 특별출연한 허준호와의 맞대결에서 더욱 빛났다. 설경구는 “준호 형은 내 캐릭터를 살려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미국에 오래 있었던 준호 형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얘길 직접 들었고, 제작진에 넌지시 의견을 물었어요. 제작진도 좋아했지만 짧은 출연이라 선뜻 섭외 요청을 하기 힘들다면서 저에게 연락을 부탁했는데 나 역시 미안해서 제작진에 번호만 넘겨버렸어요. 하하. 나중에 형이 ‘너 때문에 출연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짧은 출연을 위해 운동을 심하게 해서 살을 많이 뺐고 10시간동안 전신문신도 했죠 한 장면을 두 달 이후에 찍게 되는 바람에 형이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몸을 그대로 유지해서 나오더라고요. 대단한 프로죠.”
설경구는 어느 순간 촬영 현장에서 가장 선배인 경우가 많아졌다며 형들과의 촬영에 대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후배 임시완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우리 영화가 현수 캐릭터의 성장을 그리는데, 배우 임시완의 성장이기도 해요. 이번 작품은 나에게도 의미가 깊지만 시완이에게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크게 성장했고 군대에 다녀온 이후엔 더 많이 클 것 같아요.”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여행자’에 이어 네 번째로 칸의 러브콜을 받았다. ‘불한당’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것. 그는 “초청 이유를 내가 알 순 없다. 하지만 수많은 남성 투톱의 누아르 장르와 다른 지점을 발견한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는 “출발은 같을지 몰라도 ‘불한당’은 전혀 다른 길로 빠지는 영화다. 그게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간 건 ‘박하사탕’ 때였어요. 그 즈음에 영화제들을 많이 다녀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었죠. 이후 10년 동안 영화제를 못 갔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많은 걸 경험하려고요. 뤼미에르 극장 앞 레드카펫에 서는데 매니저들에게 풀샷부터 바스트샷까지 다양하게 인증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놨어요. 하하.”
25년째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설경구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불한당’을 촬영하며 많이 성장했어요. 젊은 친구들의 열정을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죠. 지금은 치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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