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여배우들 중 맏언니였다. 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 아니었나?
수애: 촬영 초반에는 그런 부담도 있었다. 그런데 각자 자기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했었다. 내가 주저주저하게 되는 부분들을 유쾌하게 이끌어줬던 연서, 든든한 동갑 친구 재숙이,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예원이, 뭐든지 다 해내는 슬기, 아무것도 모르는 지희까지.(웃음) 내 부족한 점들을 친구들이 다 조금씩 메워줘서 친해질 수 있었다. 누구 한 명이 만화책을 가져오면 같이 돌려봤다.
촬영할 때가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하던 시기라 내가 마니또를 해보자고도 했었다. 전체적으로는 친했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미였다. 내 마니또는 지희였다. 너무 눈에 띄게 챙겨주니까 귀엽더라. 나는 예원이의 마니또였는데, 나도 들켰다. 다들 들켰던 걸로 기억한다.
10. 명색이 연기자들인데 마니또를 들키면 안 되는 것 아닌가.(웃음) 혹시 영화보고 울었는지 궁금하다.
수애: 내가 내 연기를 보고 울기가 좀 그래서 감정이 막 올라올 때 옆에 계셨던 달수 선배한테 말을 시켰다. 그런데 이미 눈가가 촉촉하게 젖으셨더라. 그래서 반대쪽에 앉아계신 감독님께 말 걸고.(웃음) 여유를 가지고 혼자 영화를 봤다면 감정을 느끼면서 봤을 텐데, 주변에 배우들도 있고 감독님도 있는데 내 연기에 몰입해서 울기가 좀 민망했다.
10. 남북한 이산가족의 이야기는 우리라에서만 가능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탈북자 출신의 리지원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애: 항상 동생에 대한 감정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야 내 안에서 감정들이 증폭해서 마지막에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북한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이고, 동생이 북한에 남아있기 때문에 사투리에 미묘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10. ‘국가대표2’의 장점은 마지막 북한전에서 아이스하키가 주는 긴장감과 지원의 복잡한 심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원의 복잡한 심경과 아이스하키를 모두 잘 해야 한다는 점이 정말 어려웠을 것 같다.
수애: 각본 없는 스포츠의 재미와 우리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슴 아픈 가족애를 잘 드러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영화가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웃음) 두 부분 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상황 아닌가. 그래서 북한전과 지원의 사연의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래도 쉽게 갈 수 있었던 것은 동생이 박소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장면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촬영 스케줄 때문에 밤낮이 바뀌었고,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다치지 말아야 했고, 체력은 체력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한계였다.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힘들게 촬영을 하고 나면 좋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뭔가를 시원하게 분출하는 느낌 같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떻게 소화할까 걱정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홀가분하다.
10. 밤낮이 바뀔 정도였으면, 굉장히 늦게까지 촬영했나보다.
수애: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아이스링크에서 촬영을 하니까 보통 촬영 시간이 오후 9시부터 아침 9시까지였다. 한정된 시간 안에 반드시 찍어야 할 분량이 있는데, 감정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해야 했고, 내가 버틸 수 있는 한계가 분명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복장을 계속 착용해야 했던 것도 언제든지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 보호 장비를 계속 입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발도 붓고, 여러모로 힘들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매일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이스링크를 나오면 아침이고, 몸은 몽롱한데 허기지니까 밥은 먹어야겠고,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달수 선배와 모닝 술을 하고 있다.(웃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 좋은 추억 중에 하나다.
10. 눈물 연기를 잘하는 비결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울 수 있나.
수애: 스태프들이 ‘혹시 안구건조증이 있냐’고 물어본다.(웃음) 잘 운다고 칭찬해주는 것 같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대본에 충실하고 인물의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마지막에 동생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연습할 때마다 감정이 올라와서 그 감정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감정 과잉을 오히려 경계했다. 대본의 힘이 컸기 때문에 눈물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
10. 오연서·하재숙과 함께 SBS ‘런닝맨’에 출연했더라.
수애: 영화 ‘감기’를 찍고 KBS2 ‘1박 2일’에 출연했던 것 이후로 오랜만의 예능에 출연했다. 국가대표 극기훈련 레이스가 콘셉트였다. 몸으로 하는 건 잘 할 수 있다고 말해둬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혼자 나간 게 아니라 정말 유쾌한 오연서·하재숙과 함께 출연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본방을 봤다.
10. 육상부 출신이니 ‘런닝맨’에서도 잘 뛰어다녔을 것 같은데?
수애: ‘감기’를 촬영할 때만 해도 스태프들이 천천히 좀 달리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힘들어진다.(웃음) 체력관리는 배우한테 필수라고 생각해서 잘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노하우가 있다면, 아침은 밥으로 꼭 챙겨 먹고 최대한 삼시세끼 모두 먹으려고 한다.
10. 수애의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순간은 언제인가?
수애: 신인 때나, 30대 초반에는 극을 혼자 이끌어간다고 생각했다. 촬영장에 가면 긴장도 많이 하고, 점점 후배들도 많아지니 책임감도 커졌다. ‘감기’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장혁 오빠와 “우리 내려놓고, 즐기자”는 말을 많이 했다. 동들 때까지 열심히 촬영하고, 편의점 앞에서 유해진 오빠와 술을 종종 마셨는데 신선한 아침공기와 시원한 맥주의 조화를 잊을 수가 없다. 모닝 술은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웃음) 그때부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작업하는 재미를 느꼈다.
10. 17년 동안 배우 생활을 했다. ‘드레수애’ 같이 우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했던 역할들을 살펴보면 액션도 있었고, 악역도 있었고 정말 다양한 색을 많이 보여줬다.
수애: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은 여전히 많다. 지금보다 더 밝은 캐릭터로 빠른 시간 안에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은 많다. 팜므파탈 같은 역할? 영화 ‘화양연화’를 좋아하는데, 노출이 없어도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그런 눈빛과 관능미를 갖고 싶다.
10. ‘격정 멜로’를 꿈꾸는 건가.(웃음)
수애: 멜로는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나 역시 40대가 돼도 멜로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
10. 최근 한국 영화를 보면 멜로가 많이 없긴 하다.
수애: 여배우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지. 멜로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고, 사랑은 인생에서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
10. 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왜 아직도 사랑을 안 하는 건가.(웃음)
수애: 굳이 이성 간의 사랑은 아니더라도, 사랑이란 감정은 항상 내 안에 있다. 난 내가 늘 뭔가에 설?으면 좋겠다. 그 설레는 대상이 일이 될 수도 있고, 취미생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성이 될 수도 있고.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10. 여배우들 중 맏언니였다. 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 아니었나?
수애: 촬영 초반에는 그런 부담도 있었다. 그런데 각자 자기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했었다. 내가 주저주저하게 되는 부분들을 유쾌하게 이끌어줬던 연서, 든든한 동갑 친구 재숙이,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예원이, 뭐든지 다 해내는 슬기, 아무것도 모르는 지희까지.(웃음) 내 부족한 점들을 친구들이 다 조금씩 메워줘서 친해질 수 있었다. 누구 한 명이 만화책을 가져오면 같이 돌려봤다.
촬영할 때가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하던 시기라 내가 마니또를 해보자고도 했었다. 전체적으로는 친했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미였다. 내 마니또는 지희였다. 너무 눈에 띄게 챙겨주니까 귀엽더라. 나는 예원이의 마니또였는데, 나도 들켰다. 다들 들켰던 걸로 기억한다.
10. 명색이 연기자들인데 마니또를 들키면 안 되는 것 아닌가.(웃음) 혹시 영화보고 울었는지 궁금하다.
수애: 내가 내 연기를 보고 울기가 좀 그래서 감정이 막 올라올 때 옆에 계셨던 달수 선배한테 말을 시켰다. 그런데 이미 눈가가 촉촉하게 젖으셨더라. 그래서 반대쪽에 앉아계신 감독님께 말 걸고.(웃음) 여유를 가지고 혼자 영화를 봤다면 감정을 느끼면서 봤을 텐데, 주변에 배우들도 있고 감독님도 있는데 내 연기에 몰입해서 울기가 좀 민망했다.
10. 남북한 이산가족의 이야기는 우리라에서만 가능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탈북자 출신의 리지원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애: 항상 동생에 대한 감정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야 내 안에서 감정들이 증폭해서 마지막에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북한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이고, 동생이 북한에 남아있기 때문에 사투리에 미묘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수애: 각본 없는 스포츠의 재미와 우리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슴 아픈 가족애를 잘 드러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영화가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웃음) 두 부분 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상황 아닌가. 그래서 북한전과 지원의 사연의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래도 쉽게 갈 수 있었던 것은 동생이 박소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장면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촬영 스케줄 때문에 밤낮이 바뀌었고,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다치지 말아야 했고, 체력은 체력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한계였다.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힘들게 촬영을 하고 나면 좋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뭔가를 시원하게 분출하는 느낌 같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떻게 소화할까 걱정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홀가분하다.
10. 밤낮이 바뀔 정도였으면, 굉장히 늦게까지 촬영했나보다.
수애: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아이스링크에서 촬영을 하니까 보통 촬영 시간이 오후 9시부터 아침 9시까지였다. 한정된 시간 안에 반드시 찍어야 할 분량이 있는데, 감정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해야 했고, 내가 버틸 수 있는 한계가 분명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복장을 계속 착용해야 했던 것도 언제든지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 보호 장비를 계속 입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발도 붓고, 여러모로 힘들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매일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이스링크를 나오면 아침이고, 몸은 몽롱한데 허기지니까 밥은 먹어야겠고,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달수 선배와 모닝 술을 하고 있다.(웃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 좋은 추억 중에 하나다.
10. 눈물 연기를 잘하는 비결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울 수 있나.
수애: 스태프들이 ‘혹시 안구건조증이 있냐’고 물어본다.(웃음) 잘 운다고 칭찬해주는 것 같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대본에 충실하고 인물의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마지막에 동생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연습할 때마다 감정이 올라와서 그 감정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감정 과잉을 오히려 경계했다. 대본의 힘이 컸기 때문에 눈물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
10. 오연서·하재숙과 함께 SBS ‘런닝맨’에 출연했더라.
수애: 영화 ‘감기’를 찍고 KBS2 ‘1박 2일’에 출연했던 것 이후로 오랜만의 예능에 출연했다. 국가대표 극기훈련 레이스가 콘셉트였다. 몸으로 하는 건 잘 할 수 있다고 말해둬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혼자 나간 게 아니라 정말 유쾌한 오연서·하재숙과 함께 출연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본방을 봤다.
10. 육상부 출신이니 ‘런닝맨’에서도 잘 뛰어다녔을 것 같은데?
수애: ‘감기’를 촬영할 때만 해도 스태프들이 천천히 좀 달리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힘들어진다.(웃음) 체력관리는 배우한테 필수라고 생각해서 잘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노하우가 있다면, 아침은 밥으로 꼭 챙겨 먹고 최대한 삼시세끼 모두 먹으려고 한다.
수애: 신인 때나, 30대 초반에는 극을 혼자 이끌어간다고 생각했다. 촬영장에 가면 긴장도 많이 하고, 점점 후배들도 많아지니 책임감도 커졌다. ‘감기’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장혁 오빠와 “우리 내려놓고, 즐기자”는 말을 많이 했다. 동들 때까지 열심히 촬영하고, 편의점 앞에서 유해진 오빠와 술을 종종 마셨는데 신선한 아침공기와 시원한 맥주의 조화를 잊을 수가 없다. 모닝 술은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웃음) 그때부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작업하는 재미를 느꼈다.
10. 17년 동안 배우 생활을 했다. ‘드레수애’ 같이 우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했던 역할들을 살펴보면 액션도 있었고, 악역도 있었고 정말 다양한 색을 많이 보여줬다.
수애: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은 여전히 많다. 지금보다 더 밝은 캐릭터로 빠른 시간 안에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은 많다. 팜므파탈 같은 역할? 영화 ‘화양연화’를 좋아하는데, 노출이 없어도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그런 눈빛과 관능미를 갖고 싶다.
10. ‘격정 멜로’를 꿈꾸는 건가.(웃음)
수애: 멜로는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나 역시 40대가 돼도 멜로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
10. 최근 한국 영화를 보면 멜로가 많이 없긴 하다.
수애: 여배우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지. 멜로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고, 사랑은 인생에서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
10. 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왜 아직도 사랑을 안 하는 건가.(웃음)
수애: 굳이 이성 간의 사랑은 아니더라도, 사랑이란 감정은 항상 내 안에 있다. 난 내가 늘 뭔가에 설?으면 좋겠다. 그 설레는 대상이 일이 될 수도 있고, 취미생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성이 될 수도 있고.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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