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이서진: 전혀 못했다. 1~2회 끝나고 관계자들한테 연락이 많이 온 정도만 알고 있었다.
10. 시한부 여주인공과 재벌가 서자 남주인공의 사랑이란 것이 사실 꽤나 진부한 소재다. 그런데도 시청자가 ‘결혼계약’에 호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서진: ‘러브스토리’란 영화 이후 멜로 드라마가 거의 비슷하다. (웃음) ‘결혼계약’은 정미경 작가가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썼고, 그걸 김진민 PD가 연출을 잘한 것 같다.
10.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민 PD가 이서진 때문에 작품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서진: 출연을 확정 짓기 전에 정유경 작가를 만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수정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3일 만에 수정본을 쓰셨다. 그 정성에 감동해서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10. 혹시 어떤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는지 알 수 있을까.
이서진: 한지훈이 좀 착했다. 그런데 너무 착하면 시청자들이 ‘당연히 이 사람은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겠지’라고 예상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고 유일하게 엄마한테만 정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신 엄마에게도 절대 따뜻하게 말하지는 않는 아들로. 그런 사람이 16회 동안 계속 변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 한지훈의 캐릭터가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보여줬던 본인의 실제 모습과 상당히 닮아보였다.
이서진: ‘삼시세끼’에서 내 본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긴 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에 내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걸 시청자들이 어색해 할 것 같아 내 실제 모습처럼 연기를 했다. 사람들이 1회 보고 ‘저게 연기야? 삼시세끼를 찍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처음부터 지고지순한 멜로 연기를 처음부터 하면 ‘뻔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10. 상대배우가 14세 연하의 유이였다.
이서진: 나이 차이에 대해선 크게 생각 없었다. 오히려 유이가 내 또래였으면 신경을 썼을 것이다. 되레 훨씬 어리니까 연기하기 편했다. 유이도 날 믿고 많이 따라와 줬고. 나이 차이 때문에 연기 호흡이 안 맞는다면, 나랑 은성이(신린아)가 제일 호흡이 안 맞지 않았을까.
10. 유이를 리드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이서진: 오히려 유이가 나보다 작품은 더 많이 한 것 같더라. 부담감은 전혀 없었고, 김진민 PD가 초반에 유이를 잘 끌어줬다. 난 김진민 PD가 신인들하고 작품을 같이 했을 때 좋았던 적이 많아서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출을 오래한 사람이니까 그만큼 역량을 보는 눈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전혀 유이의 연기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10. 실제로도 친한 배우 김광규가 친구 역할로 나왔다.
이서진: 내가 추천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 상에서 한지훈이 유일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박호준인데, 그래서 나와 실제로도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광규 형을 섭외한 것 같다. 형이 섭외되고 친구에서 형으로 바꾸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꾸지 말라고, 친구로 하든가 아니면 동생으로 해달라고 했다. (웃음) 평소에도 친한 형과 연기를 하니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르는 장면들이 밝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10. 극 중 지훈처럼 시한부 싱글맘을 사랑하는 남자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나?
이서진: 안 된다. 되겠어요? (웃음) ‘결혼계약’에서 혜수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더 많이, 더 급하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니까 더 애절해 보이는 건 있었다. 나도 시한부 여자와의 멜로는 또 처음이니 평소 촬영 안 할 때 유이를 보면서 ‘얘가 곧 죽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연기를 할 때 표현이 달라진다.
시한부 여자와 사랑을 한다는 게 앞으로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굉장히 헌신이 많이 필요한 사랑이고, 실제 인생에서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드라마에서 많이 느껴보려고 했다. 멜로를 오랜만에 하니까 ‘나도 어렸을 때는 이렇게 누구를 사랑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란 생각도 들었고. (웃음)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드라마였다.
10. 평소 사랑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이 있어야 연기로 잘 표현되는 것 아닌가?
이서진: 연기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맞다. 난 그동안 내 세계와 반대되는 역할을 많이 했다. 난 진지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연기를 할 땐 그런 걸 표현하는 게 좋았다. 평소에 그런 걸 해볼 수 없는 거니까. 사랑도 그렇다. 어릴 땐 이기적인 사랑을 했다면, 지금은 사랑에 대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졌다. 대신 표현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런 나만의 생각들을 드라마에서 표현해보려고 노력한다.
10. 14회 엔딩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걸 포기한 지훈이 카라를 들고 혜수 모녀를 공원에서 만나는 모습이었다. 그때 정말 환하게 웃더라. ‘이서진도 살면서 저렇게까지 웃어본 적이 없었을 것 같다’는 댓글도 있었다. (웃음)
이서진: 그동안 워낙 출생의 비밀이 있거나, 부모 없이 자란 역할을 많이 해서 웃으면서 연기를 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웃음) 그 장면은 연출 자체가 훌륭했다.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 장면이었다. 원래 꽃은 대본에 없었는데 PD가 꽃을 들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별 생각 없이 급하게 준비한 꽃이 카라였다. 그 신 자체가 좀 슬플 수 있는 신이었는데, 피디가 밝게 가자고 했다. 꼭 운다고 슬픈 건 아니다. 가끔은 웃고 있어도 슬플 때가 있다. 너무 밝은데도 불구하고 왠지 슬픈 느낌이 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런 것들을 연출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좋았다.
10.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혜수는 어떻게 됐을까?
이서진: 마지막 회에서 맛도 못 느끼고, 눈도 안 보이고 결국 병원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나. 별로 못 살다가 죽었을 것 같다.
10.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시청자들에게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웃음)
인터뷰 ②에서 이어짐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2013년 tvN ‘꽃보다 할배’ 출연 이후 배우 이서진보다 예능인 이서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MBC ‘결혼계약’(극본 정유경, 연출 김진민)에 출연하는 배우 이서진을 낯설게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결혼계약’에는 ‘투덜이’ 이서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싱글맘 강혜수(유이)를 애절하게 사랑하는 한지훈(이서진)이 있었다.10. ‘결혼계약’이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끝났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나?
이서진은 17년 동안 내공을 쌓아온 실력 있는 배우였다. 어떻게 하면 작품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제안했고, 자신의 예능 캐릭터와 맡은 역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했다. 작가와 PD, 상대 배우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이서진의 겉모습은 무심해 보여도 그 안에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진심이 있었다. 그러한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17년 동안 이서진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서진: 전혀 못했다. 1~2회 끝나고 관계자들한테 연락이 많이 온 정도만 알고 있었다.
10. 시한부 여주인공과 재벌가 서자 남주인공의 사랑이란 것이 사실 꽤나 진부한 소재다. 그런데도 시청자가 ‘결혼계약’에 호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서진: ‘러브스토리’란 영화 이후 멜로 드라마가 거의 비슷하다. (웃음) ‘결혼계약’은 정미경 작가가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썼고, 그걸 김진민 PD가 연출을 잘한 것 같다.
10.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민 PD가 이서진 때문에 작품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서진: 출연을 확정 짓기 전에 정유경 작가를 만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수정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3일 만에 수정본을 쓰셨다. 그 정성에 감동해서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10. 혹시 어떤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는지 알 수 있을까.
이서진: 한지훈이 좀 착했다. 그런데 너무 착하면 시청자들이 ‘당연히 이 사람은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겠지’라고 예상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고 유일하게 엄마한테만 정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신 엄마에게도 절대 따뜻하게 말하지는 않는 아들로. 그런 사람이 16회 동안 계속 변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 한지훈의 캐릭터가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보여줬던 본인의 실제 모습과 상당히 닮아보였다.
이서진: ‘삼시세끼’에서 내 본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긴 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에 내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걸 시청자들이 어색해 할 것 같아 내 실제 모습처럼 연기를 했다. 사람들이 1회 보고 ‘저게 연기야? 삼시세끼를 찍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처음부터 지고지순한 멜로 연기를 처음부터 하면 ‘뻔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10. 상대배우가 14세 연하의 유이였다.
이서진: 나이 차이에 대해선 크게 생각 없었다. 오히려 유이가 내 또래였으면 신경을 썼을 것이다. 되레 훨씬 어리니까 연기하기 편했다. 유이도 날 믿고 많이 따라와 줬고. 나이 차이 때문에 연기 호흡이 안 맞는다면, 나랑 은성이(신린아)가 제일 호흡이 안 맞지 않았을까.
10. 유이를 리드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이서진: 오히려 유이가 나보다 작품은 더 많이 한 것 같더라. 부담감은 전혀 없었고, 김진민 PD가 초반에 유이를 잘 끌어줬다. 난 김진민 PD가 신인들하고 작품을 같이 했을 때 좋았던 적이 많아서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출을 오래한 사람이니까 그만큼 역량을 보는 눈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전혀 유이의 연기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서진: 내가 추천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 상에서 한지훈이 유일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박호준인데, 그래서 나와 실제로도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광규 형을 섭외한 것 같다. 형이 섭외되고 친구에서 형으로 바꾸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꾸지 말라고, 친구로 하든가 아니면 동생으로 해달라고 했다. (웃음) 평소에도 친한 형과 연기를 하니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르는 장면들이 밝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10. 극 중 지훈처럼 시한부 싱글맘을 사랑하는 남자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나?
이서진: 안 된다. 되겠어요? (웃음) ‘결혼계약’에서 혜수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더 많이, 더 급하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니까 더 애절해 보이는 건 있었다. 나도 시한부 여자와의 멜로는 또 처음이니 평소 촬영 안 할 때 유이를 보면서 ‘얘가 곧 죽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연기를 할 때 표현이 달라진다.
시한부 여자와 사랑을 한다는 게 앞으로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굉장히 헌신이 많이 필요한 사랑이고, 실제 인생에서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드라마에서 많이 느껴보려고 했다. 멜로를 오랜만에 하니까 ‘나도 어렸을 때는 이렇게 누구를 사랑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란 생각도 들었고. (웃음)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드라마였다.
10. 평소 사랑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이 있어야 연기로 잘 표현되는 것 아닌가?
이서진: 연기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맞다. 난 그동안 내 세계와 반대되는 역할을 많이 했다. 난 진지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연기를 할 땐 그런 걸 표현하는 게 좋았다. 평소에 그런 걸 해볼 수 없는 거니까. 사랑도 그렇다. 어릴 땐 이기적인 사랑을 했다면, 지금은 사랑에 대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졌다. 대신 표현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런 나만의 생각들을 드라마에서 표현해보려고 노력한다.
10. 14회 엔딩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걸 포기한 지훈이 카라를 들고 혜수 모녀를 공원에서 만나는 모습이었다. 그때 정말 환하게 웃더라. ‘이서진도 살면서 저렇게까지 웃어본 적이 없었을 것 같다’는 댓글도 있었다. (웃음)
이서진: 그동안 워낙 출생의 비밀이 있거나, 부모 없이 자란 역할을 많이 해서 웃으면서 연기를 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웃음) 그 장면은 연출 자체가 훌륭했다.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 장면이었다. 원래 꽃은 대본에 없었는데 PD가 꽃을 들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별 생각 없이 급하게 준비한 꽃이 카라였다. 그 신 자체가 좀 슬플 수 있는 신이었는데, 피디가 밝게 가자고 했다. 꼭 운다고 슬픈 건 아니다. 가끔은 웃고 있어도 슬플 때가 있다. 너무 밝은데도 불구하고 왠지 슬픈 느낌이 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런 것들을 연출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좋았다.
10.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혜수는 어떻게 됐을까?
이서진: 마지막 회에서 맛도 못 느끼고, 눈도 안 보이고 결국 병원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나. 별로 못 살다가 죽었을 것 같다.
10.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시청자들에게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웃음)
인터뷰 ②에서 이어짐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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