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퍼포먼스 없는 아이돌 음악은 앙꼬 없는 찐빵 아닐까. 아이돌 음악은 노래, 비주얼 그리고 퍼포먼스가 3박자를 맞춰 펼치는 콘셉트 음악이다. 그중 퍼포먼스는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케이팝 한류 열풍의 핵심. 잘 만든 포인트 안무 하나가 노래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쏟아지듯 만들어지는 해외팬들의 댄스 커버 영상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에 퍼포먼스를 만드는 안무가의 역할도 함께 커졌다. 3분여의 무대를 위해서, 아이돌 그룹의 뒤에서, 땀을 흘리는 안무가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박남용
박남용
누군가와 20년 이상의 시간을 함께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눈빛만 봐도 서로를 향한 뜨거운 신뢰가 나올 것만 같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박용남 안무팀장과 박진영과의 사이가 그렇다. 박용남 안무팀장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댄서 생활을 시작해 현재 20년 이상 박진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안무가. JYP엔터테인먼트의 거의 모든 안무를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JYP표 퍼포먼스에 앞장서고 있다. JYP는 비, 2PM, 미쓰에이, 갓세븐, 트와이스 등 아이돌 스타 양성소이자 퍼포먼스에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기획사. 그 배경엔 박남용 안무가가 있었다.

박남용 안무가는 JYP에 대한 믿음이 확실했다. 가장 첫 질문, JYP에 대한 답도 ‘가족’이었고, 마지막 질문 JYP에 대한 답도 ‘가족’이었다. “JYP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계속 JYP에 있겠다”는 확고한 답변까지, JYP를 향한 애정이 답변 곳곳에 묻어 있다. JYP가 계속해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 가족 같은 스태프들의 끈끈한 신뢰와 믿음 아닐까.

Q. JYP와 오랫동안 함께 했잖아요. JYP의 장점이 어떤가요?
박남용 : 여기서 일한 지 조금 오래돼 그런 것도 있지만, 가족 같아요. 집보다도 더 오래 있는 곳이고 가족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요. 2003년도에 JYP에 들어왔고, 박진영 씨와 일한 지는 20년이 다 돼 가네요.

Q. 박진영과는 어떤 식으로 안무 연습을 하나요?
박남용 : 박진영 씨는 자기만의 생각이 많아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레퍼런스를 먼저 줘요. 제가 먼저 1차적으로 작업을 하면, 박진영 씨와 2차적으로 작업을 해요. 하고 싶은 동작을 추가하는 식으로 하죠.

Q. 트와이스 ‘우아하게’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나요?
박남용 : 무조건 예쁘게. 아이들이 예쁘게 나올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이제까지 JYP 걸그룹 안무들이 파워풀해서 머리 동작을 많이 썼어요. 예쁜데도 무대가 끝나면 머리가 헝클어졌어요. 아무리 예뻐도 노래가 마무리됐는데 머리가 얼굴을 가려버리면 소용이 없잖아요. 이번엔 최대한 고개를 많이 안 썼어요. 몸은 많이 쓰지만, 얼굴을 많이 안 쓰는 쪽으로 만들었어요.

Q. 안무를 짤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 쓰나요?
박남용 : 노래가 1차적으로 좋아야 하지만, 가수와 잘 어울리는 안무를 짜려고 노력해요. 아무리 좋은 안무, 좋은 음악이라도 가수와 어울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처음 안무를 짤 때 노래를 많이 들어봐요. 그러다 보면 그냥 떠올라요. 2PM 신곡을 들으면서 그 친구들의 장점을 아니까 이 친구들이 어떻게 해야 멋있을지 많이 그려봐요.
박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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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춤 선생님으로서 트와이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박남용 : 트와이스는 일단 아직까지 열심히 하는 단계에요. 정연이는 보이쉬한 비주얼인데 정말 여자예요. 반면에 발랄하고,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만 봐도 톡톡 튀어요. 쯔위는 자이언트 베이비에요. 외모는 막내가 아닌데 막내면서도 막내처럼 행동해요. 나이가 어리다보니 귀여움도 많고. 다현이는 사람들이 독수리춤을 보고 왈가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끼가 많아요. 평상시에 얌전한 면도 많고. 지효는 초등학생 때부터 봐왔죠. 리더로서 열심히 해요. 연습생활이 긴 것도 있지만, 정말 열심히 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봤던 친구가 지금 여자가 됐으니 많이 신기해요. 또, 모나미 라인. 그 세 명은 외국인이다 보니까 사실 제가 말을 쉽게 하려고 노력해서 어렵기도 해요. 사나 같은 경우는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려보이는데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모모는 당차요. 미나가 숫기가 없어서 그렇지 보여줄게 더 많은 친구 같아요. 나연이도 어렸을 때부터 봤는데 둥글둥글하고 착하고 여동생 같아요. 채영이는 좋은 욕심이 많은 친구에요. 조금 더 하려고 하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인데 실제로는 싹싹해요. 트와이스가 다들 다들 좋은 욕심이 많지만, 자기를 잘 알아가려고 하고, 노력을 많이 해요.

Q. 연습생들을 많이 만나잖아요. 성공하는 멤버들을 보면 어떤 촉이 오세요?
박남용 : 촉이 오는데 다를 때도 있어요. 그런데 공통점은 눈빛은 달라요. 잘 되는 친구들은 연습을 시킬 때 제 눈을 피하지 않아요. 저는 연습살 때 뒤에서 거울로 멤버들을 보거나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진짜 열심히 하고 당찬 애들은 눈을 마주쳐도 가만히 보고 있어요.

Q. 아이돌이 성공하는 요건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박남용 : 요즘은 실력파 아이돌이 많잖아요. 실력이 첫 번째 조건이죠. 실력 없이 가수를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예전에야 아이돌이 많지 않아서 그랬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고 사람들이 가수라 그러면 당연히 춤 잘 추고 노래 잘하겠지 생각하니까요. 하는데 요즘에는 판단을 하려고 한다. 얘가 노래를 잘하는지, 춤을 잘추는지, 요즘 실력이 없으면 알아주지 않으니까. 외모를 떠나서.

Q. 박진영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됐나요.
박남용 : 저는 처음에 그냥 댄스팀의 막내였어요. 고2 때, 제 친구가 먼저 언타이틀이란 가수의 댄서를 시작해서 같이 자연스럽게 활동을 하게 됐어요. 이후 팀매니아라는 무용단을 들어갔는데 거기 계시던 분이 지금 JYP엔터테인먼트의 부사장님이세요. 그 팀 자체가 박진영 씨를 위해 생긴 팀이었는데 제가 거기 막내였죠.

Q. 막내에서 지금까지 계속 남았군요.
박남용 : 팀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도 유명한 댄스팀들이 많은데 우리 팀 색깔이 저에게 맞다고 생각했었고, 역시나 그 친구들이 가족이라고 생각을 했죠.

Q. 박진영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박남용 : 정말 철두철미해요. 계획적이고, 일적으로 본받을 게 정말 많아요. 밑에 있는 사람들은 힘들 경우도 많을 거예요. 예전에는 왜 저렇게 일했는지 이해도 안 갔는데 어느 순간 나도 박진영 씨처럼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박진영 씨는 밑에 사람들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요. 그런 부분을 많이 보고 배웠어요. 춤 영향을 많이 받았죠. 박진영 씨가 저한테 “자기는 복 받은 존재다”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정확히 단어는 안 떠오르는데 디지털 시대와 그 전 시대를 둘 다 살아봤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행운이라고 했어요. 옛날 것, 중간 것, 지금 것도 알아서 미래를 받아들이기 편하다고요. 저도 그분에게 옛날 춤을 배웠고, 그분에게 지금의 춤을 알려드릴 수 있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박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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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JYP에서 걸그룹 안무도 담당하고 있는데, 여자 안무는 짜는 데 있어서 힘든 점은 없나요.
박남용 : 저는 어렸을 때 여자 안무만 짰어요. 하하. 그때는 지금처럼 세분화되지 않고, 남자가 여자 가수 안무도 많이 짜고, 그런 시대였어요. 제가 여자 안무를 많이 짜서 그런지 지금 와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지금은 안무팀에 여자 동생이 있긴 해요. 여자의 몸은 여자가 잘 알고, 선도 예뻐요. 지금은 많이 건드리지 않고, 조언을 많이 하는 정도에요. 지금은 박진영, 2PM 안무의 90% 이상 담당하고 있어요.

Q. 지금까지 만든 안무 중에 가장 아끼는 안무가 있나요?
박남용 : 다 아끼는 안무에요. 그중 처음이 뭐든지 제일 기억이 남죠. 처음 1위했던 안무가 싸이 ‘새’ 안무에요. 그 안무를 제가 했었어요. 처음 대상 탄 안무는 2PM ‘하트 비트(Heart Beat)’. 전적으로 저 혼자 만든 것은 그렇게 두 가지에요. ‘하트 비트’ 엔딩을 한 번도 똑같이 해본 무대가 없어요. 30~40개 버전이 있어요. 지금도 트와이스 친구들을 보면 매주 안무가 다르잖아요. 신경을 많이 쓴 안무입니다.

Q. 그렇다면 가장 아쉬웠던 안무는 무엇입니까?
박남용 : 2010년에 나온 2PM ‘아윌비백(I’ll be back)’이 생각나네요. ‘아윌비백’ 안무가 셔플인데 2009년부터 ‘니가 밉다’, ‘기다리다 지친다’에 셔플을 넣었어요. ‘아윌비백’에도 셔플을 넣은 딱 1년 뒤에 셔플댄스가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 다들 셔플댄스를 몰랐어요. ‘아윌비백’이 2PM 역사상 제일 힘든 춤 중 하나였는데 그때는 셔플이라고 부르지 않고 토끼춤이라고 알려졌어요. 그게 그냥 토끼춤으로 끝이 나고, 정확히 1년 있다가 셔플이 떴어요. 그 다음 해에 모든 가수가 셔플 댄스를 추더라고요. 2PM 친구들이 가끔 “너무 빠르셨어요”라고 하는데. 토끼춤으로 끝난 셔플 댄스가 돼 아쉬웠어요.

Q. 20년 동안 댄서 생활을 했잖아요. 힘들 때도 있을 텐데 지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박남용 : 더 일을 해야 해요. 어쩔 수 없어요. 잠깐 손을 놓으면 더 늦어질 거 같아서요. 할 수 있을 때 해야죠. 건강 관리는 특별히 하는 것은 없지만 스트레칭을 그냥 매일 해요.

Q. 뿌듯한 순간도 있을 텐데요.
박남용 : 무대에 서는 게 정말 뿌듯해요. 1위하는 것도 뿌듯하고요. 제가 무대에 섰을 때 많은 관객들이 제 동생들을, 제가 만든 무대를 보고 환호해 주는 것이 뿌듯해요.
박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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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전과 지금, 댄서에 대한 시각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요?
박남용 : 예전보다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는데 아직은 부족하죠. 저 조차도 얼마 전에 부모님이 친척 모임을 가셔서 ‘춤추는 그거’라고 말씀 들으셨더라고요. 사회 인식이 춤이라는 것에 대해서만은 좋게 생각을 안 해주는 것 같아요.

Q. 그래도 JYP에서는 이렇게 안무팀 시스템도 갖추고 있고, 세상이 나아졌구나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박남용 :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조금만 늦게 태어날 걸. 하하. 요즘은 대학에 댄스 학과가 있고, 춤으로 대학을 갈 수 있어요. 대회도 많이 생기고. 지금 춤추는 어린 친구들이 부럽기도 해요. 제가 춤으로 못 누리는 것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Q. 댄서를 하려는 후배들도 많은데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박남용 : 댄서 자체를 쉽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대에 나오는 화려함만 보고 막상 왔다가 ‘방송에 나오고 싶어서 왔는데 연습만 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많아요. 화려한 모습만 보고 쉽게 발을 들여놓지 않았으면 해요. 진짜 댄서가 되려면 자기 것을 찾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유행하는 것을 찾아가지 말고. 요즘은 춤이 정형화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만의 스타일로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Q. 춤을 보는 대중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박남용 : 판단을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춤추는 것을 귀엽게 봐줬으면 좋겠는데 이상하게 추고 싶어서 이상하게 추는 것이 아니니까요. 잘잘못을 보는 것보다 그냥 즐겼으면 좋겠어요.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요.

Q. 박남용 안무가만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박남용 :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안무가를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더라도 밑에 있는 친구들을 키우고 싶어요. JYP가 저를 버리지 않는 한 JYP는 정말 좋아요. 가족이에요.

Q. 춤이 왜 좋은가요?
박남용 : 신나요. 그냥 신나요. 춤을 출 때는 아무 생각도 안나요. 춤을 추면서 ‘내일 뭐하지’ 이런 생각이 전혀 안 나요. 무아지경이라고 하죠. 미쳐서 추는 것은 아닌데 춤을 추는 그 순간만큼은 신나고, 저한테는 제가 주인공이니까요.

Q. 마지막입니다. 박남용 안무가에게 춤이란?
박남용 : 그냥 저죠. 반평생 이상을 춤만 추면 살았어요. 제 존재 자체입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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