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송곳 2회
송곳 2회
종합편성채널 JTBC ‘송곳’ 2회, 2015년 10월 25일 일요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청과파트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정민철(김희원) 부장의 지시를 거부한 이수인(지현우)은 과거 군대에서 대대장의 비리를 눈감고 10년 군 생활을 정리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정의를 외치지만 정의를 실현시키지 못했던 자책하던 수인은 동료 과장들과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해 사측에 대항하기로 한다. 그러나 동료 과장들은 정 부장의 질책과 주변의 만류에 금방 뜻을 꺾고, 수인만 홀로 노조에 가입한다. 결국, 회사의 뜻을 따르지 않는 수인은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점장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수인에게 공개 모욕을 준다. 이에 수인은 회사와 정면 대결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리뷰
‘송곳’ 1회에서는 어디에서나 ‘모난 돌’이었던 이수인 개인의 역사를 설명했다. 수인이 어째서 직원들을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해고하라는 정민철 부장의 지시를 거부했는지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였다. 25일 방송된 ‘송곳’ 2회는 군대에서 도망치듯 들어온 푸르미마트에서마저 ‘모난 돌’이 되는 수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1회가 개인의 역사를 훑으며 이수인이란 캐릭터를 천천히 쌓아올리는 과정이었다면, 2회는 조직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한 개인이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보여주며 이수인을 서서히 ‘사고치는 인물’으로 각성시키는 과정이었다.

‘헤드록 사건’은 수인의 각성에 불을 놓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점장은 자신이 꾀하고 있는 불법행위는 말하지 않은 채 “수인 때문에 당신들은 승진도, 임금인상도 없다”고 점원들에게 말했다. 수인을 직원들 사이에서 철저히 고립시켰다. 그동안 사회 정의를 실현하지는 못했어도, 비겁하게나마 스스로의 정의만큼은 지켜온 수인을 공개 처형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이제 어떻게 상대해줄지 지켜보라”는 수인의 독백에 전에 없었던 날 선 분노가 서린 것도, 이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수인이 당한 수모 외에도 ‘송곳’ 2회에는 ‘을’들의 눈물이 가득하다. 회사의 눈치와 주변의 만류에 차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중간 관리자들, 그런 중간 관리자들에게 이유도 모른 채 욕을 먹어야만 하는 직원들, 혹시나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동료를 외면해야만 하는 사람들까지.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들을 계속 보여주면 채널이 돌아갈 법도 하지만 ‘송곳’은 그렇지 않다. 날카롭게 가슴을 찌르는 차진 비유들이 어두운 우리의 현실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만든다.

2회에서도 다양한 비유가 등장해 수인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수인을 닦달하는 정민철 부장의 모습을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부장 앞에 ‘고라니’가 나타난 것으로 비유한 것이나, 노조의 연락을 받은 수인이 ‘고라니’인 자신의 뒤에 나타난 ‘코끼리’가 달려오는 차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는 모습이 푸르미마트에서 이수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줬다. 또한, 동료 과장이 회사를 상대로 반항하는 수인을 스파링을 위해 링에 처음 올라가는 권투 선수로 비유한 것은 가슴 깊이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현실은 너무나도 지독하게 차갑다는 것을 “그래도 계속 스파링을 해봐야 실력이 느는데”라고 나지막이 비유한 것은 ‘송곳’ 2회를 요약하는 한마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앞으로 수인이 링에 계속해서 오를 것임을 암시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으니까.

단, 2회만에 ‘송곳’은 자신이 어떤 드라마인지 그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알렸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돋고, 너무나도 구체적이어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극사실 드라마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방송 말미 등장한 3회 예고에서는 더 이상 정의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수인이 구고신과 만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수인과 고신 이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의미가 담긴 대사들로 우리의 가슴을 날카롭게 찌를까. 보면 볼수록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송곳’, 앞으로 이 드라마의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수다 포인트
– 문소진(김가은)과 사실혼 관계인 구고신 아저씨 부러워요.
– 고라니 CG에 감탄한 1인. 그 눈망울에 순간 빠져든 거 있죠?
– 청과파트 직원 여러분들의 생활 연기, 진짜 일품이에요!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JTBC ‘송곳’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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