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임창정
임창정
“살면서 좋은 일만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고.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거예요, 그러니까 또 힘을 내서 살아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는게 아니었는데, 그냥 억지로 웃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무슨 좋은 일 있느냐’고 묻는거예요. 그러니까 진짜 좋은 일이 생겨요 막.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뭐하러 ‘근심 있느냐’는 말을 들으며 살아요. 이왕이면 ‘좋아 보인다’는 말 들으면서 살면 좋잖아요.”

저명한 종교 인사의 말이 아니다. 가수 겸 배우, 스스로를 ‘연예인’이라고 소개하는 임창정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연예계에 데뷔한지 25년. 인생의 반 이상을 대중 앞에서 살았다. ‘연예인’이 꿈이었던 임창정은 꿈을 이뤘고, 여전히 주위 시선이 반갑고 좋다. 아니, 오히려 모자도 쓰지 않고 길을 걷는데 반응이 미지근하면 속상하고, 씁쓸하기까지 하다.

“연예인이 지나가는데 사인 해달라 그러고, 사진 찍어달라 그러는 게 서로 예의 아닙니까.(웃음)”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과 놀이동산을 갈 때도 일부러 모자를 벗는다. 연예인 된 것을 괜히했다, 후회 한 적은 기어코 한 번도 없다. 서운 한 적은 있다.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할 때, 섭섭하고 짜증마저 난다. 반면 기분 좋을 때는 엘리베이터에서 어린아이가 ‘어, 임창정이 여기 왜 있어?’라며 놀라는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옆에 있는 아들에게도 면이 서고.

누가 뭐래도, ‘연예인’ 그 자체인 사람이다.
임창정
임창정
“저를 ‘딴따라’라고 해요, ‘광대’라고 생각하는데,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가서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어릴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고, 변한 적이 없어요. 물론, 연예인 안에서 가수가 됐든 연기가 됐든 변하기는 해도, 그냥 제가 하는 일이 ‘임창정’이에요.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포장마차를 하는 것도, 아지트를 만들자는 게 커진 것이고 경영을 담당하는 분이 따로 있고 저는 그저 손님들이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찍고, 사인 요청하면 하고 그게 다예요. 소득도 아직은 크게 없어요(웃음).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연예인’의 연장선이에요.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건 나와 같은 꿈을 갖고 노력하는 후배들을 키워보고 싶어요. 잘 키워서 제2, 제3의 임창정을, 나아가 저를 뛰어넘는 친구들을 발굴하고 싶어요.”

오는 22일 첫 번째 미니음반을 발표한다. ‘가수’ 임창정은 이번 음반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타이틀 넘버 ‘ 또 다시 사랑’을 포함해 ‘그리다’ ‘그대라는 꿈’ ‘오랜 시간 동안 꿈꾸던 이야기’ ‘스무살 어린 시절’ 등 총 5곡이 담겨있다.

◆ 그대라는 꿈
(작곡 백민혁, 작사 임창정 김원 송미령, 편곡 백민혁)

선공개된 ‘그대라는 꿈’은 앞서 다수의 곡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백민혁 작곡가와 또 한번 손을 잡았다.

“두 분에게 가사를 받았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예요. 각각 일부가 마음에 들어서 ‘이 부분만 쓸게요’해서 새롭게 작업을 했어요. 살면서 잠자는 시간을 계산하면 25년이래요. 그 시간만이라도, 꿈에서라도 당신을 사랑하면서 살겠다는 의미를 담은 곡입니다.”

선공개한 이유는 팬들을 위해서다.

“팬들은 빠른 템포의 곡을 안 좋아해요. 댄스곡을 먼저 공개하면 또 겁낼까봐(웃음), 회사 내 반응도 이 곡이 가장 좋았고요.”
임창정
임창정
◆ 그리다
(작곡 임창정 멧돼지, 작사 임창정, 편곡 여용현)

‘그리다’는 ‘그때 또 다시’의 2015년 버전이다.

“17년 전 불렀던 ‘그때 또 다시’ 같은 곡을 하면 어떨까 해서 만든 곡이에요. 인생의 철학 같은 걸 반영하고 싶었어요. 20대의 불타는 사랑보다, 40대의 너그러운 용서가 담긴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가사, 멜로디 모두 그런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 오랜 시간 동안 꿈꾸던 이야기
(작곡 2PRESIDENT 임창현, 작사 임창정, 편곡 2PRESIDENT)

임창정의 가장 친한 친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작사에만 참여했어요. 친한 친구 두 명이 있는데, 그 친구들의 이야기예요. 둘 다 ‘돌싱(돌아온 싱글)’인데,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좋아했는데 받아주지 않았어요. 이후로 각자 다른 사람과 만나서 결혼했죠. 그런데 모두 ‘돌싱’이 됐어요. 우연히 모임을 통해 만나서 알게 됐는데, 20년의 우정이 사랑으로 바뀌었죠. 곧 결혼할 계획이에요.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 스무살 어린 시절
(작곡 임창정 멧돼지 mOnSteR nO.9, 작사 임창정, 편곡 KEY U)

‘다 컸다’고 자만했던 자신의 스무살을 떠올리며 쓴 이야기다.

“어렸을 때, 스무살은 아저씨처럼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스무살은 꼬마잖아요. 그리고 제가 스무살 때, 거만해서는 3, 40대 아저씨들 보면서 ‘무슨 재미로 사나’하면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야기예요.”
임창정
임창정
◆ 또 다시 사랑
(작곡 임창정 멧돼지 mOnSteR nO.9, 작사 임창정, 편곡 KEY U)

고심 끝에 결정한 타이틀 넘버이다. ‘그리다’를 꺾고 멜로디가 마음에 더 와닿아서 타이틀로 선택한 곡.

“젊었을 때, 어릴 때는 지금의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랑이 아픔을 주면,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집착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상황은 언제든 변하는 거더라고요. 사랑이 인생을 끌고 가기도 하고, 인생 역시 사랑을 이끌어 가고. 지금 나이대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아 만든 곡이에요.”

새 음반을 들고 가수로 돌아온 임창정은 여전히 여유와 흥이 넘쳤다. 농담처럼 툭툭 내뱉는 듯했지만, 속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철학도 있다. 분명 많은 일들을 겪으며 얻은 깨달음일 터. 생각은 멜로디와 가사로 표현했고, 더욱 짙어진 감성으로 토해낸다. 임창정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더욱 듣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이유다.

타이틀곡 제목처럼 ‘또 다시 사랑’할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는 “말이라고 하냐”고 농을 치다가, 이내 진지하게 “준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인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오는 건데, 어제까지 ‘혼자 살 거야’ 하다가도 내일 결혼 발표를 할지도 모르는 게 남녀의 사랑”이라고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25년을 꾸준히 지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건 ‘대중의 사랑’ 덕분이었다. 대중들의 관심은 임창정에게 부담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이다.

“100살에 콘서트를 하는 게 꿈이에요. 그렇게 보면 지금 20년은 막 시작한 거죠. 되돌아봐야 하는 인생의 계절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열심히 해야 죠. 그리고 댄스로 데뷔를 했어요.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기발하고 중독성 강한 댄스곡으로 나와 꼭 성공할 겁니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NH 미디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