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황치열
황치열
구미 최고 댄스팀 출신, 무작정 올라온 서울, 10년에 가까운 무명 그리고 ‘불후의 명곡’ 우승. 단막극에서 볼 법한 기승전결이 꽉 짜인 이야기 같다. 가수 황치열의 인생 이야기다. 황치열은 스스로 “역경 속에서 피어난 연꽃”이라고 평가했다. ‘치열’이란 이름처럼, 정말로 치열하게 살아온 그가 9년의 무명을 딛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게 됐다. 지난 15일에는 KBS2 ‘불후의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의 ‘2015 슈퍼루키 쟁탈전’에서 5연승을 달성하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훈훈한 외모와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가창력을 지닌 그가 왜 이제야 빛을 보게 됐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구수한 사투리와 수다스러운 모습이 친근함도 들었다. 외모, 실력, 성격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다. 이제 꽃을 피웠으니 향기를 풍길 차례다.

Q. 올해는 황치열에게 있어 잊지 못한 해가 될 것 같다. 요즘 기분이 어떤가?
황치열 : 그런 것에 연연 안하고, 무대 서는 것에 치중하려고 하는데 이제는 음악적인 요소를 많이 보여드리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예능에서도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음악인으로서 뮤지션이라고 갇혀있지 말고 이것저것 건드려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Q. 구미에서 상경한 지 10년이 됐다고. 구미 최고 댄스팀 스윙의 멤버였다는 글을 봤다.
황치열 : 부팀장으로서 다양한 장르를 했었다. 하하. 안무도 짰었고, 비보이도 했고, 스트릿 댄스도 했다. 안무팀 안에서 음악을 병행했다. 막연히 나는 댄스가수를 하겠다고 그런 생각을 했는데 시작을 발라드 OST로 했다.

Q. 노래, 춤, 얼굴 다 된다. 아이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황치열 : 아이돌 생각은 없었다. 그냥 무작정 노래할 생각으로 올라왔다. 올라와서 홍대 반 지하에 남자 넷이서 살았다. 그때 비가 오면 화장실에 곰팡이가 피고, 지나가던 사람이 창문에 볼일을 볼 때도 있었다. 그랬어도 정말 좋았다. 첫 독립이었고, 처음으로 뭔가를 혼자 부모님과 떨어져서 이뤄내려고 하는 것이니까 환경은 안 좋았어도 꿈이 있었다.

Q. 혈혈단신으로 올라온 것이다. 어떻게 장벽을 뚫게 됐나?
황치열 : 오디션을 이리저리 많이 다녔다. 잘 친해지는 타입이라 누구나 만나면 허물을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서울예대 친구들과 만나 음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커피숍에서 알바도 했다.

Q. ‘불후의 명곡’ 첫 방송과 최근 방송을 생각하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황치열 : 처음에는 무작정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지금은 마음의 안정도 있다.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를 때도 항상 똑같다. 고정적으로 나가고 있어 심리적인 부담도 있는데 너무 발라드만 보여드리면 지루해 하지 않을까. 불안함감이 없지 않다.
황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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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댄스팀을 했었는데 춤에 대한 갈증은 없나?
황치열 : 춤에 대한 갈증은 없다. 예전엔 틈틈이 췄는데 지금은 안 춘다. ‘불후의 명곡’에서 처음으로 춤추면서 노래를 했다. 김수철 선생님 편에 처음으로 춤을 췄는데 낯설었다. 연습할 때도 부담도 되고, 어떻게 보이게 될지 부담이 된다.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게 됐다.

Q. 그러면 원래 어떤 노래를 좋아했나?
황치열 : 원래 발라드를 좋아했고, 춤을 좋아하니까 가수 비 선배님을 생각했다. 비 선배님처럼은 아니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 멋있는 모습이 있으니까. 하하.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졌다. 이소라 ‘제발’을 듣고, 신승훈 ‘나보다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 목소리로 울 수가 있구나.. 그런 서정적인 감성을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더 음악적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

Q. ‘불후의명곡’의 ‘2015 슈퍼루키 쟁탈전’에서 신승훈의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을 열창하며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더욱 뜻 깊겠다.
황치열 : ‘불후의명곡’ 자체가 출연한 모든분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마련한 무대이니만큼 승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더욱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나은 무대를위해 노력하는 황치열이 되겠다. 함께 출연한 불명 슈퍼루키 분들과 응원해주신 모든분들과 이 우승의 기쁨을 함께 하고싶다.

Q. ‘불후의 명곡’을 준비할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시 여기나?
황치열 : 진정성이다. 무대를 볼 때마다 사람들이 목 안 나가냐고 걱정한다. 가성으로 하게 되면 음은 올라가고, 음원으로도 완성도가 생긴다. 그러나 무대에서의 현장감을 중요시하기 위해서는 힘으로 미는 게 좋다. 무대를 7년 정도 쉰 적이 있으니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간다. 오랫동안 무명이고, 빛을 못 봤으니까 무대에 서는 기회가 오면 내가 오늘 여기서 에너지를 다 쏟고 간다는 생각이 든다. 한 무대 당 쏟아내는 에너지를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또, 예전에는 곡 해석할 때 딱 들어보고 늬앙스를 따라 갔는데 지금은 여러 명곡을 부르니까 노래 가사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공부하게 된다. 많은 가수가 스트레스 받는다는데 좋다. 없어본 자들은 그런 스트레스마저도 행복이다.
황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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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말 올해 스타덤에 올랐다. 혹시 사주 같은 것을 믿나?
황치열 : 팬들이 카페에 사주를 봐주고 올리신 것을 봤다. 지금 재물운과 명예운이 한 번에 왔는데 조심해야 된다고. 큰 운이 올 때, 안 좋은 사고도 같이 온다고 큰 사고를 조심하라고 하더라. 사람들이 정말 요새 운이 좋다고 그러더라. 나는 살면서 사주를 본 적이 없긴 하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Q. 사주를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앞이 너무 캄캄하고 답답할 때다. 무명 시절 앞이 캄캄할 때 어떻게 견뎠나?
황치열 :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 중 하나가 긍정적인 것이다. 안 힘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힘들어도 내색을 해본 적이 없으시다. 짜증낸다거나 욕을 한다거나 힘들어도 회사 결근을 하는 것을 못 봤다. 그 전날 늦게 들어오셔도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셔서 운동 갔다가 출근하는 것을 봤다. 나는 잠을 많이 자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컸다. 독립할 때도 지켰다. 독립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늦잠도 잤지만 늘어지고 이런 걸 잘 못 참는다.

Q.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
황치열 : 28세 때 통장에 3만 원 정도가 있었다. 스스로한테 되물었다. 이게 맞느냐고.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것 중 하나가 A에서 화난 일을 B에서 티내지 말라는 것이다. 24년 동안 아버지랑 살면서 아침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힘든 것도 혼자 삭히는 편이다. 돈이 없으니까 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회사는 있긴 있었는데 활동도 안하고. 돈이 없어도 뭐라고 하고 있으면 괜찮은데 활동도 안하니까 위축이 되고 주눅이 든다. 자존감이 없어지고.. 일이 없어도 항상 나를 발전시키는 연습을 했는데 그런 상황이 오니까 다 내려놓고 싶더라. 그냥 공장 들어갈까 고민도 했다. 그러다가 학원 들어가서 그걸 보컬트레이너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Q. 가족들이 말리기도 했을 텐데.
황치열 : 명절날 집에 내려가기가 싫었다. ‘TV에 언제 나오니’, ‘가수한다더니 돈은 있나’ 등등 이런 핀잔 아닌 핀잔을 듣다보니까 다 보기 싫었다. 가시방석 같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제는 금의환향이다. 어머니가 구미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고 사진을 보내주셨다. 하하. 음악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오기도 있었다. 그것 한다고 올라왔는데 잠깐 나오다가 안 나오니까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들에 오기가 생겼다. 승부욕도 좀 있다.

Q. 인기를 실감할 때가 있나?
황치열 : 얼마전 ‘아육대’! 팬들이 아이돌처럼 현수막도 만들고, 깃발도 흔들어주셨다. 여기에 팬들이 또 도시락 150개를 주문해 ‘아육대’ 스태프 분들께 다 돌렸다. 내 어깨가 올라갔다. 스태프들이 저를 마주칠 때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해주셔서 팬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또 처음 들어가는 프로그램에는 항상 케이크를 만들어서 보내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Q. 팬들의 서포트가 대단하다.
황치열 : 팬분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를 반성하게 됐다고 하시더라. 저보고 어떻게 버텼냐고 다 물어보더라. 스폰서가 있다느니 집이 잘산다는 소문이 있는데 나는 집에서 5만원만 받았다.
황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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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수가 내 길이다’라고 진짜 깨달은 순간이 있나?
황치열 :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하고 나서 미니홈피가 폭발했다. 방문자수가 어마어마했다. 그때 나도 먹히는 그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없었지만.. 아직도 다니면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훨씬 많다. 이제는 이름을 알아주신다.

Q. 정말 이름대로 치열하게 살았구나.
황치열 : 나중에 제 자식들 이름은 ‘황편안’으로 하려고 한다. 하하. 황나태? 이름 따라 가는 것 같다. 내 이름의 한자는 이를 치(致)에 벌일 열(列)인다. 벌리면 다 된다는 뜻이다. (치열하다의 치열은 熾烈이다) 이름이 맞는 게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손대면 안 된 적이 없다. 운동, 춤, 노래.

Q. 황치열의 이야기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많은 가수지망생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 실력은 있지만, 기회가 부족한 사람들을 응원한다면.
황치열 : ‘되고싶다’가 아니라 ‘하다보면 되겠지’다. ‘내가 준비가 돼 있어’가 아니라 준비는 지금도 항상 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준비다. 완성된 건 없으니 즐기면서 자기 것에 대한 확신, 자신감을 가지고 하다보면 옆에서 누군가 도와준다. 저도 황치열이란 이름으로 노력을 하고, 프로그램도 하게 됐다. 절대 내가 노래를 잘해서, 완벽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인데 단지 끈을 안 놓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다보면 옆에서 도와주셨다. 황치열이란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주신 것 같다.

Q. 새 앨범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황치열 : 올해 안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이자 가수인 류재현님과 연락을 했다. 어릴 때부터 바이브를 엄청 좋아했다. 많은 작곡가분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작곡가들과 상의했다. 최적화됐던 작업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전 작업은 남을 위한 작업이 많은데 지금을 나를 위한 작업이니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걱정도 더 많이 된다. 그 전에는 다른 사람 노래를 편곡해서 들려 드렸는데 지금은 황치열이란 타이틀을 세우게 된다.

Q. 올해 목표가 있다면?
황치열 : 나만의 곡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해야 할 일이다. 항상 감사히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내 이름은 남들이 만들어준, 응원해주신 분들이 만들어준 이름이다. 그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나만의 히트곡이 있어야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불후의 명곡’도 잘되길 바란다. 자꾸 도와주시려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한테 뭔가 보답할 수 있는 것은 ‘그때 뒤에서 응원했는데 다 잘될 줄 알았어’라는 그런 뿌듯함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그런 간절함이 있다.

Q. 황치열 인생의 꿈은 무엇인가?
황치열 : 음악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음악은 밥 같은 것이다. 습관이기 때문에 음악은 계속 습관적으로 갖고 가되 자기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꾸준하게, 롱런을 하는 것. 활동하다가 없어지는 가수가 많은데 꾸준하게 다닐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HOW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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