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 디렉션’을 향한 궁금증을 키운 데에는 작곡가 이영훈의 작고도 한몫했다. 고(故)이영훈은 ‘사랑이 지나가면’ ‘광화문연가’ ‘옛사랑’을 만든 이문세의 음악적 파트너. 그 만한 작곡가를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을 테지만, 사실 이문세-이영훈 콤비의 흥행도 12집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영훈이 작곡의 12집 타이틀곡 ‘슬픈 사랑의 노래’나 13집 ‘기억이란 사랑보다’ 모두 전작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낸 것. 실제로 이문세는 과거 13집의 부진에 대해 “이문세의 영향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영훈의 멜로디를 대중들에게 들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긍정했다. 이러나저러나 변화에 대한 모색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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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중반부에서부터는 재즈에서 발라드로 자연스럽게 흐름이 변한다. ‘꽃들이 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었어’나 ‘무대’에서는 뮤지션 이문세 뿐만 아니라 인간 이문세의 연륜도 느낄 수 있다. 조규찬의 이야기처럼 이문세는 ‘공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쉼의 음악’을 구사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노련하게 주도한다. 동시에 인생을 회고하는 처연한 가사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전하기도 한다. 이어 담담하게 슬픔을 읊조린 ‘사랑 그렇게 보내네’는 이문세표 발라드에 대한 팬들의 그리움을 어느 정도 해갈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만반의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녹음 기간만 1년 6개월에 이르며, 한국과 미국 2개국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했다. 이문세는 그 동안 국내외 작곡가들로부터 200여 곡을 받았으며 이 중 9곡을 엄선해 트랙리스트를 구성했다. 스태프들 또한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됐다. 앨범 총괄 프로듀서로는 정재일, 임헌일, 자우림, 스윗소로우, 메이트 등을 발굴한 이훈석 프로듀서와 이문세가 공동으로 참여했고 미국 현지 프로듀서로는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이자 마이클 잭슨, 셀린 디온,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 등과 작업한 바 있는 랜디 왈드먼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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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성격 급한 어떤 이는 “그래서 이문세가 말하는 그 새로운 방향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허나 이문세와 같은 거장을 어찌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문세는 장르로써 혹은 어느 작곡가의 뮤즈로써 설명되는 가수가 아니다. 다만 그는 스스로 ‘이문세’라는 갈래를 만들어 내었고 그러한 개척과 모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쉰일곱, 이문세는 아직도 목마르다.
이은호 인턴기자 wild37@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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