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울
지소울은 멀고 멀 길을 돌아왔다. 2001년에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가 심사를 본 SBS ‘영재 육성 프로젝트’(지금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에 함께 지원했던 구슬기는 신동이라 불렸지만 어느새 잊혀 졌고, 선예는 원더걸스로 정상을 여러 번 찍은 후 지금은 결혼을 했다. 조권은 늦깎이 데뷔를 했다지만, 이제 엄연한 데뷔 8년차 가수가 됐다. 그렇게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소울의 데뷔 EP ‘커밍 홈(Coming Home)’의 첫 곡 ‘커밍 홈’의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눈과 귀 다 막고 뛰었어, 그만 달리라고 아직 모르냐고, 멍청한 짓 그만 좀 하라고, 이제야 두발엔 피범벅이 돼서야’라는 가사는 목표에 대한 지소울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지소울은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조바심을 느낀 적은 없다. 다른 친구들은 일찍 데뷔를 했지만 난 내 갈 길은 따로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15년이란 세월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난 그 시간이 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커밍 홈’을 차근차근 들어보면 15년이란 세월을 길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지소울은 JYP 소속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아이돌 가수와는 다른 성장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박진영에게 발탁됐지만, 박진영의 손을 떠나 미국에서 긴 시간 자신의 음악세계를 정립해갔다. 아이돌가수가 15년 연습했다고 하면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한 싱어송라이터가 15년 동안 수련을 쌓은 것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지소울은 물론 후자다.
‘커밍 홈’에 담긴 지소울의 음악은 예상했던 대로 완성도 높은 R&B 앨범으로 팝적인 정서가 매우 강하다. 목소리는 블라인드 테스트했을 때 흑인으로 속아 넘어 갈 수 있을 정도다. 사실 팝의 감성이 강하면 가요를 듣던 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소울은 한글 가사도 꽤 잘 쓰는 편이다. ‘유(You)’, ‘퍼스트 러브(First Love)’ ‘슈퍼스타(Superstar)’ 등의 수록곡들은 한국어의 음절을 통해 R&B의 리듬감을 충분히 구현해내고 있고 그러면서도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지소울의 재능, 그리고 노력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결과물인 것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그렇다면 지소울의 포지션은 어디일까? 기존의 아이돌 가수들과 동일선상에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지드래곤이 YG의 품에서 컸다면 지소울은 방목됐다. 그리고 JYP 채널을 통해서가 아닌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등 본인의 채널을 통해서 팬들과 소통해왔다. 기존의 훈육된 아이돌 가수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 아티스트 형 가수인 것이다. 그는 지드래곤, 태양 등의 아이돌그룹 출신 솔로가수들보다는 자이언티, 크러쉬와 같은 R&B 싱어송라이터들과 더 닮아있다.
첫 솔로 앨범 타이틀 곡 ‘크레이지’ 무대를 선보이는 종현
최근 지소울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종현의 행보다. 지소울이 박진영의 방목으로 성장했다면 최근 첫 솔로 EP ‘베이스(BASE)’를 발표한 샤이니의 멤버 종현은 SM의 철두철미한 훈육 아래 자라난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종현은 다른 가수의 노래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등 아이돌그룹 멤버 치고는 음악에 대한 욕심을 내비쳐왔다. 때문에 종현의 솔로앨범은 더욱 기대를 모았다. 기대를 모은 또 다른 이유는 샤이니가 소화해낸 음악들이다. 샤이니는 SM 소속 가수, 아니 아이돌그룹을 통틀어 음악적으로 파격적이고, 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발표해왔다. 때문에 에프엑스와 함께 평단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종현은 샤이니를 통해 R&B부터 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배울 수 있었다.‘베이스’는 지소울의 ‘커밍 홈’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R&B 앨범으로 분류할 수 있다. 종현은 흑인음악의 창법을 노래의 분위기에 맞게 잘 구사하고 있다. 특히 ‘니온(Neon)’에서 펑키한 리듬을 타는 리듬감부터 소울풀한 표현력은 상당하다. 이 정도면 일반 아이돌그룹 메인 보컬리스트들과는 비교해서는 안 되는 수준으로 웬만한 소울 보컬리스트 이상의 소화력을 들려주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데자-부(Deja-Boo)’는 ‘2015년의 싱글’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빼어난 곡이다. 이 곡은 피처링으로 참여한 자이언티의 색이 매우 강하게 드러남으로 인해 SM의 색이 적음 편이다. 결과적으로 종현의 R&B에 재능을 잘 살려준, 동시에 종현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게 해준 곡이 탄생했다.
최근 SM은 슈퍼주니어 규현의 발라드 앨범을 발표하는 등 멤버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있다. 작년에 나온 샤이니 태민의 솔로 EP ‘에이스’는 하나의 상징적인 결과물로 평가받았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태민의 솔로앨범에 대해 “SM이 이제까지 만들어온 음악, 무대의 집대성을 보는 것 같았다. 케이팝이란 품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청년으로 성장한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종현의 앨범은 태민과 비교해봤을 때 SM의 색을 좀 더 덜어내고 뮤지션 당사자가 하고자 한 스타일이 더 잘 드러난 경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태민의 음악이 전형적인 SMP(SM Music Performance)라면 종현의 음악은 ‘탈 SM’이라고 할까?
지소울과 종현은 시작과 방식은 다르지만,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멀고 먼 길을 돌아왔고 결과적으로 완성도 높은 앨범을 내놨다. JYP와 SM의 이 새로운 방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