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의 포스터

‘미생’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방송하게 된 뒷이야기가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직장인들의 애환과 회사원들의 우정을 그리는 드라마. 냉혹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 장그래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가며 공감을 얻고 있다.

‘미생’은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이를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생’은 첫 회 1.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시작으로 2회 2.35%, 3회 3.11%, 4회 3.49%를 기록하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 나가고 있다.

‘미생’은 동명웹툰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상파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작품이다. 하지만 케이블 채널에 안착하게 된 데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으니 바로 ‘로맨스의 부재’였다. 웹툰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최근 진행된 ‘미생의 밤’ 행사에서 많은 방송사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tvN 김원석PD와 제작진을 신뢰한 이유에 대해 밝혀 눈길을 모았다.

윤태호 작가는 이 자리에서 “지상파에서 찾아오셨던 분들은 앉자마자 하는 이야기가 ‘러브라인 안 나오면 안됩니다’고 말씀하시더라. 러브라인이 나오면 그만큼 이야기가 변질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러브라인 보다는 뉘앙스 정도만 있는 드라마로 갔으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포기를 못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생’ 연출을 맡고 있는 김원석 PD는 그런 윤 작가에게 ‘전형적인 러브라인은 없다’고 약속했고 이 부분이 윤 작가의 신뢰를 얻었던 것. 김 PD는 드라마화 되는 내용에 대해 원작자의 무조건적인 이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제작진이 그리고자 하는 그림을 차근히 설명하며 조율했다. 덕분에 ‘미생’은 원작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원작과는 미묘하게 다른 매력을 지닌 드라마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미생’은 러브라인 대신 현실에서 싸워나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에 집중함으로써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인턴 동기인 장그래(임시완)과 강소라(안영이)는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면서도 결국은 경쟁자인 관계 속에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러브라인으로 치부할 수 없는 형태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들의 관계가 드라마의 중심이 아님을 확실히 하고 있다. 만약 장그래와 강소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면 드라마는 흔한 사내 연애 이야기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미생’은 시청자들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공감하고 궁금해 할 만한 요소는 러브라인이 전부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남녀간의 러브스토리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이지만, 모든 장르에 로맨스가 첨부돼야 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 지상파에서도 러브라인 없이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지난 2012년 화제의 드라마였던 SBS ‘추적자’는 화려한 스타 연기자 없이, 눈길끄는 러브라인이나 자극적인 장면들 없이도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추적자’는 딸의 억울한 죽음에 얽힌 음모를 밝혀내 나가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는 스토리로 이끌어가며 로맨스 없이도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KBS2 ‘학교2013’의 경우 교사 역할을 맡은 장나라와 최다니엘을 비롯해 이종석, 김우빈 등 내로라하는 청춘 스타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러브라인을 과감히 배제했다. 덕분에 학교라는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교사들의 교육법에 대한 의견 충돌, 학생들간의 갈등과 우정이 심도있게 그려졌고, ‘학교2013’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만약 ‘미생’이 지상파의 제안을 받아들여 원작에 없었던 러브라인을 추가했다면 어땠을까.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직장인 필감 드라마로 공감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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