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는 그야말로 뜨거운 록의 향연이었다. 카사비안, 트래비스, 스타세일러 등 영국 정상급 록밴드를 필두로 수어사이덜 텐덴시즈, 리지 보든과 같은 80년대 메탈의 탕자들과 막시모파크, 크로스페이스, 보이스 라이크 걸스, 호러스, 인스펙터 클루조 등 막강한 해외 뮤지션, 그리고 이승환, 장필순 조동희 오소영, 불독맨션, 크래쉬, 이디오테잎 등 쟁쟁한 국내 뮤지션들이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그 중 음악평론가, 방송인, 기자, 업계 관계자 등 전문가 열한 명이 최고의 순간들을 꼽아봤다.

크로스페이스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일본에 국한된 밴드가 아니라 이미 월드클래스임을 보여준 공연. 서브 스테이지는 그들의 공연을 수용하기에 작은 공간이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작가 음악평론가
이디오테잎 : 기회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활용하는 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 록페스티벌에서 밤의 주인공 역할을 해온 이디오테잎은 가장 많은 관객이 모인 토요일 저녁을 온전히 자신들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무지개가 걸린 저녁에 시작한 그들의 공연에 숨 가쁘게 어두워지는 하늘이 덮였다. 한마디 인사조차 없이 오직 음악과 영상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채워졌다. 객석은 거대한 클럽이 됐다. 그 누구도 “왜 록밴드가 아닌 팀이 지금 여기에 있는가”라는 딴지를 걸 수 없었다. 록은 장르도, 스타일도 아닌 에너지라는 명제를, 이디오테잎은 어떤 동종의 해외 팀에게도 지지 않을 공연으로 입증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
수어사이덜 텐덴시즈(Suicidal Tendencies), 리지 보든(Lizzy Borden) : 작년 펜타포트의 첫 날 스틸 하트와 스키드 로우가 했던 역할을 이번에는 이 두 밴드가 톡톡히 해줬다. 특히 수어사이덜 텐덴시즈가 용감한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렸을 때, 펜타포트 스테이지는 아티스트와 관객의 구분이 없는 멋진 ‘록 난장(亂場)’이 되었다. 리지 보든 역시 30주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해외에서의 공연보다는 좀 수위가 낮았지만) LA메틀의 전성시대를 추억하는 ‘빽판 세대’ 메틀 팬들의 추억을 일깨우기엔 나무랄 데 없는 관록의 무대를 펼쳤다. 오직 한국에서 펜타포트이기에 만날 수 있었던 멋진 ‘80′s Metal Rewind’.

스타세일러

윤태호 음악평론가
스타세일러(Starsailor) : 무대에서 만난 스타세일러는 앨범, 영상으로 접했을 때와 차원이 달랐다.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고, 드라마틱했으며, 에너지가 넘쳤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지만 ‘텔 미 이츠 낫 오버(Tell Me It’s Not Over)’가 연주될 때는 모든 걸 내려놓고 뛸 수밖에 없었다. 관객들의 열기는 유럽보다 더 뜨거웠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한 제임스 월쉬도 굉장히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밴드의 재결성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이유를 찾았다.

박현준 경인방송FM ‘박현준의 라디오 GA! GA!’ PD 겸 DJ
장필순 : 처음 그녀의 이름을 라인업에서 봤을 때 잠시 동안 눈을 의심했을 정도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지만, 결국 신의 한수였다. 귀에 익은 친근한 노래는 원곡 느낌 이상의 감동을 전하며 관객과 밀도 높은 친밀감을 나눴고, 함춘호, 신석철 등 유명 세션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춘 밴드 구성 역시 큰 울림을 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장필순이란 이름은 록페스티발에서도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해보였다.

한명륜 음악평론가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 많은 관계자들이 뽑았을지 모르겠지만, 최고의 순간은 1일차 크로스페이스에 한 표. 섭외에서 보여 준 신의 한 수였다. 정교한 광기의 사운드와 팬들의 충성도 높은 호응은, 스펙주의와 광고 본위로 본연의 야성미를 잃어가는 한국 록페스티벌에 한 번쯤 생각할 거리로 새겨볼 필요가 있다. 드림스테이지 사운드에 대해선 노코멘트. 다만 아쉬움 속에서도 분투한 엔지니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카사비안

정원석 음악평론가
카사비안(Kasabian) : 올해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를 맡은 카사비안은 그 위상에 걸맞은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음반으로는 진가를 알 수 없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라이브 밴드의 실력이었다. 1시간 반 내내 단 한 순간도 느슨해지지 않는 에너지와 그들을 몰랐던 관객들도 단숨에 사로잡는 흡인력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

배영수 음악평론가
로맨틱펀치 : 스타세일러나 카사비안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무대도 좋았지만 올해는 한국 밴드를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중에서도 로맨틱 펀치는 언제 어디서 공연을 하던지 여성 팬들 눈에 하트를 그리게 하는 장기를 발휘하는데, 그것이 ‘펜타포트’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세환 소니뮤직 차장
카사비안(Kasabian) : 2008년 내한 후 다시 ‘펜타포트’에 다시 섰던 카사비안은 6년 사이 영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밴드로 성장하며 글래스턴베리 헤드라이너로까지 섰다. ‘펜타포트’ 공연은 최근 록페스티벌이 색깔 없이 흘러가는 와중에 이런 것이 진짜 록페스티벌이란걸 보여주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정점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감사한 무대였다.

뎀파구미 inc.

차준우 음악평론가
뎀파구미 inc. : 록페스티벌이라는 성격에 비추어보면 가장 의외의 라인업이지만, 반대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무대였다. 얼마 전 (5월 6일) 부도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가장 ‘핫’한 아이돌 이라는 점은 둘째 치고, 음악 앞에서 언어의 장벽도 넘어설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장 잘 드러낸 뮤지션이 아니었을까. ‘덕심으로 대동단결!’ 벌써부터 부산스러운 그녀들이 그리워진다.

권석정 텐아시아 기자
크래쉬 : 그야말로 한 낮의 광분하는, 진격의 메탈이었다. “반갑다 이 미친 인간들아 너희들이 그리웠다”라는 안흥찬의 멘트는 록페스티벌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가 흐르는 가운데 물대포를 맞으며 분기탱천한 관객들을 보는 것은 록페스티벌이기에, 그리고 ‘펜타포트’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라는 가사는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뜨겁게 해줬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예스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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