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별거중인 아내 전화를 받고 충격받는 틱. 수천 km 떨어진 그녀가 일하는 호텔에서 드랙쇼(여장 분장을 하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는 쇼) 공연을 해달라는 제안과 함께 올해 8살이 된 그의 아들 벤지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틱이 성정체성 문제로 아내와 헤어진 상태고, 아들이 있는 줄 전혀 몰랐기 때문. 얼떨결에 그녀의 제의에 응한 틱은 친구인 트렌스젠더 버나뎃과 또 다른 멤버 아담과 함께 합동공연을 위해 호주의 광활한 사막을 횡단하는 장거리여행에 나선다. ‘사막의 왕’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리실라(priscilla)를 붙인 버스를 타고 가는 세 사람. 하지만 독특한(?) 그들의 행색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사고가 일어나는데….(중략)
가이 피어스, 휴고 위빙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1994)가 새로이 뮤지컬로 탈바꿈한 ‘프리실라’. 이번에 한국에서 초연무대로 열리는 이 공연은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손꼽히는 동시에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비롯해 공연이 열린 곳마다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이러한 대박흥행의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우선 뮤지컬 ‘프리실라’만이 지닌 특성을 꼽을 수 있다. 이 공연은 뮤지컬산업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예전의 인기를 누리던 대중음악을 극적 형식으로 활용한 뮤지컬)의 장점이 결합되었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이 공연의 원작인 영화와 뮤지컬의 내용을 살펴보면 거의 동일하다. 세 명의 주인공을 비롯해서 주변의 등장인물도 그대로 나오고, 그들이 지닌 캐릭터도 똑 같다. 극의 구성도 거의 일치한다. 단지 엔딩부분에서 영화는 버나뎃을 제외한 틱과 아담이 벤지를 대동하고 공연활동을 계속하는 반면, 뮤지컬에선 이 장면을 생략했다.
그러나 두 작품의 내용이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극의 전반적인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영화에선 여장 분장쇼를 하는 세 주인공의 슬픔과 애환이 진하게 묻어나는 반면, 뮤지컬은 그러한 우울한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이 영화와 뮤지컬, 똑같은 장면과 대사가 있음에도 말이다.
왜 그럴까? 그건 영화감독 스티븐 엘리어트와 뮤지컬 연출을 맡은 사이먼 필립스의 제작 의도가 달라서다. 영화에는 세 주인공인 틱, 버나뎃, 아담이 겪는 심리적 갈등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세 주인공의 성정체성이 각기 다르다는 점도 작용한다. 버나뎃이 트랜스젠더로서 남성과 결혼한 경력이 있는 전형적인 여성성을 지닌 반면, 틱은 여성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고 여느 아빠 못지않게 부성애도 있다. 그리고 아담은 드랙퀸으로서 성취감을 지니고 있지만, 버나뎃과는 달리 남성을 향한 성적 호기심을 드러내진 않는다.
이처럼 영화가 주인공들의 내면갈등에 초점을 맞춘 반면, 뮤지컬 ‘프리실라’는 소위 다양한 볼거리에 많은 공(功)을 들였다. 단적으로 이제껏 본 뮤지컬 중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의상으로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으며, 360도를 LED로 치장한 버스는 갖가지 오묘한 조명효과를 냈다. 긍정마인드에 유머러스한 배역 캐릭터도 이 뮤지컬 분위기를 밝게 하는데 한 몫 했다. 특히 게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담 역에 빙의(?)를 한 김호영의 열연은 관객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끝으로 ‘성정체성’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소재로 하면서도 보면 즐거운 공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흥겹게 보면 되는 뮤지컬 ‘프리실라’의 흥행을 기대해 본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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