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도’를 보면 강동원이라는 피사체를 향한 감독의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영화는 초반 ‘민란의 시대’라는 부제에 걸맞게 군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만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 갈수록 강동원이 연기하는 조윤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다. 스토리의 구심점이 흔들린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강동원의 조윤은 그가 가진 아름다움으로 관객마저 설득시켰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강동원 외에도 최근 몇년 사이 한국 영화계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 하정우가 중심 캐릭터로 출연해 가장 선명한 성장의 파노라마를 보여줬고,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마향 역의 윤지혜라거나 군도의 중심 인물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등 멋스러운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애초에 ‘누군가의 영화’가 될 수 없었건만, 강동원은 기어코 그의 영화로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래서 영화는 흡사 애초에 말하고자 했던 군도라는 집단과 부패한 세상과의 충돌 외에 조윤이라는 별도의 세계를 얹은 듯한 느낌을 준다.

춤을 추듯 우아하고 깃털같이 날렵하게 내려앉아 상대의 급소를 내리찌르는 잔혹한 액션신에서 종종 등장하는 강동원의 풀샷은 그 별도의 세계에서 가장 신명나는 볼거리임이 틀림없다. 실은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장발신마저도 그의 풀샷으로 화면이 전환되면 어쩔 수 없는 감탄이 번져나오니 말이다.



그렇게 매력적인 귀환을 알린 강동원은 10년 전 ‘그녀를 믿지 마세요’나 ‘늑대의 유혹’ 등 로맨스 물에서 그의 매력을 입증했다. 이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세상을 등진 사형수 정윤수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으며,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등 장르적 특성이 강한 영화로도 기억된다.

매 작품마다 강동원은 그가 연기해야하는 캐릭터를 집어삼켜서는 자신의 매력을 혼재해 뱉어내는 듯한 표현을 보여주는데, 특히나 ‘군도’ 속 조윤의 경우, 강동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번뜩이고도 날렵한 눈매에서 번져나오는 악역의 카리스마가 행복한 관람 포인트가 된다.

강동원은 차기작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오랜만에 땅으로 내려앉은 평범한 캐릭터를 통해 깊은 감성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설득시키는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감성의 결을 확인하고 싶은 바람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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