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환은 우영과 꽤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만, 도드라진 반전도 잇었다
무더운 날, 톡 쏘는 청량음료를 한 모금 들이켰을 때의 상쾌함이다. 박유환(23)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그런 기분이 든다. 생글거리는 얼굴은 상대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힘이 있다. 흔히 신 스틸러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가진 묵직한 존재감 없이 생동감 있는 표정만으로 보는 이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 그것이 박유환이 가진 힘이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이하 로필)의 이우영은 등장만으로도 상대의 기분을 전환시키는 박유환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만 같은 그런 남자였다. 둥글둥글하면서도 섬세하며, 다정다감하면서도 단단한 우영은 실제 박유환과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힌트를 주자면, 우영과 박유환의 싱크로율은 대략 90%! 남은 10% 중 5%는 박유환 속에 숨겨진 ‘상남자’의 본능이었으며, 또 다른 5%는 그가 고백한 과거의 자신이었다.
박유환, 생글거리는 미소에 숨겨진 의외의 순간을 포착했다
Q. 드라마가 끝나고는 어떻게 지냈나. 박유환 : 못잔 잠을 계속 잤다. 하루에 10시간씩도 잤다. 원래 잠이 많은 편이다. 참, 얼마 전(3월9일) 생일이었는데도 오후 7시에 일어났다. 원래 그런 것에 신경 쓰는 타입도 아니고(웃음). 특별히 하는 것 없이 TV보고, 영화보고 그렇게 지냈다.
Q. ‘로필’에서 우영은 센스가 흘러넘치는 그런 남자였다. 사무실 여직원들을 위해 생리대까지 준비해두는 그런 남자!
박유환 : 평소에 형들과 주로 어울려 다니는 편이라 누나들(김소연, 박효주, 윤승아)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우영이 사무실에서 유일한 남자다보니 나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 있더라. 예를 들어, 누나들이 힐로 바꿔 신으면 손을 잡아준다거나 하는 것.
Q. 아니, 그런 건 여자를 정말 잘 아는 남자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박유환 : 하하. 누나들도 ‘너 대체 여자를 얼마나 많이 만난 거야?’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그보다는 평소 여자의 마음을 잘 읽으려고 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아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머니 기분이 상했다거나 하는 것을 빨리 캐치하는 그런 편이긴 하다. (Q. 엄마에게 꽤 잘 하는 귀여운 아들일 것 같은데? 박유환 :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무뚝뚝하다)
Q. 우영이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남자로서는 적응이 쉽지 않은 그런 캐릭터일 수도 있었다.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아는 남자, 그러니까 다시 말해 여자에게 최적화되어있는 남자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나. 고백하는데 처음에 우영이 게이일 것이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박유환 : 고민을 많이 했다. 평소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도 빠르게 우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배님들과 촬영 들어가기 전 빨리 친해졌기 때문이다. 부담이 확실히 덜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리대 신은 어려웠다. 처음 대본을 보고는 ‘말도 안 돼. 뭐라고?’ 그랬다. 아, 그런데 그런 건 배우로서 내가 극복해야할 과제였다. 비록 오글거리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화면상으로는 한 편의 드라마고 나는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해내야 하는 연기자인데, 그런 것을 잘 이겨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Q. 우영의 명대사로는 생리대 외에도 12개월 할부가 있었다. 떠나는 여자 친구를 위해 12개월 할부로 여행 가방을 사주는 남자, 그러면서 12개월 안에 다시 돌아오라고 말하는 그런 남자의 단호박 같은 사랑고백!
박유환 : 16부 대본을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12개월 할부도 그랬지만, 갑자기 희재(윤승아)가 여행을 간다는 사실 자체에도 놀랐다. 그 회 자체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사실 12개월 할부신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가 너무 못한 것 같다. 남자로서는 사실 문제의 ‘12개월 할부’ 대사가 오글거리게 다가오긴 한다. 하지만 여자들 반응은 또 다르더라. 그걸 모르고 나 혼자 오글거림에 패배해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다 괜찮다고 하더라도 나는 불만족스러웠던 장면이 되었다.
Q. 들으면 들을수록 말이지. 박유환이라는 남자는 브라운관에서의 ‘귀요미’와는 달리 실제로는 꽤 상남자인 것 같다.
박유환 : (갑자기 눈을 더 크게 뜨며) 내 안에 그런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난 좀 보수적이다. 학창시절에도 여자 친구는 내가 지켜줘야 할 존재라고 확실하게 생각했다. 다른 학생들이 시비를 걸거나 괴롭히면 내가 다 해결해줘야 한다는 그런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그런 생각들에서 ‘상남자’스러운 면이 나오는 것 같다.
Q. 들리는 소문에는 박유환이 ‘로필’ 배우들의 단체채팅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 막내로서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박유환 : 맞다. 현장에서 나는 막내니까 먼저 빨리 무언가를 해야 했다. 만나기로 약속을 잡을 때도 한 분 한 분 시간과 장소를 따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원래 성격상 리드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 이런 역할을 한 것이 처음이다. 하지만 단체생활하면서 막내라는 것? 괜찮더라. 다들 나를 편하게 생각해주시니까.
Q. 이야기만 들어보면, 전형적인 ‘반장’ 스타일인데 말이지.
박유환 : 아, 절대 아니다. 받는 것에만 익숙했었고, 연기하고 사회생활 겪으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 미국에서 사춘기를 보내면서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했다. 굉장히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비로소 내 성격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원래 박유환이라는 아이는 이랬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Q. 새삼스러운 질문이긴 한데,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작품이나 배우가 궁금하다.
박유환 : 유천이 형이 ‘성균관스캔들’로 연기연습을 한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 그 전에는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늘 방 안에 갇혀 지내는 폐쇄적인 아이었다. 연기자를 하기 전에는 형이 ‘유환아, 나가서 밥 먹을래?’라고 10번 물어보면 1번 나갈까말까 하는 편이었다. 형은 ‘어쩌면 내가 나가자고 할 때마다 거절하냐’면서 서운해 하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정말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랬는데 점점 내가 활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Q. 참, 형은 동생의 연기 모니터를 해주는 자상한 형인가.
박유환 : 바쁜데도 불구하고 틈틈이 보고 이야기 해 준다. 이번에 놀랐던 것은 우영이 소리 지르는 신이 있는데, 굉장히 디테일하게 칭찬을 해주더라. 사실 스스로는 아쉬움이 컸던 신이었는데, 형이 그런 말을 해주니 용기가 되고 고마웠다.
Q. 연기의 어떤 면이 박유환을 깨어나게 하는 것 같나.
박유환 : 어려서부터 소극적인 성격이다 보니 내가 분장을 하고 감정을 분출하는 것에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었다. 내 안에 숨어있는 성격을 내가 입은 캐릭터를 통해 드러내는데, 확실히 얻는 게 많다. 원래의 나는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구한테도 이야기 하지 않고 삼키는 성격이다. 남들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런 성격이라서 더 표현을 못하는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가 있다.
Q. 그러고보면, 데뷔작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보았을 때부터 연기의 기본기가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스스로가 신이 나서 한다는 느낌도 받았었고. 그런데 감정표현의 분출구가 된다고는 하지만 막상 연기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처음 연기지도를 받았을 때, 대면하는 낯선 상황…예를 들어 절규하는 햄릿을 표현해야한다거나 할 때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박유환 : 하하하. 맞다. 확실히 선생님과 단 둘이 연습할 때는 어색하다. 아무 것도 없는데 상황을 놓고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카메라가 앞에 있을 때는 더 자유로워진다. 상황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니까 리얼하게 와 닿는 것 같다. 그래서 연습할 때는 잘 안 되다가도 슛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되는 부분이 있다.
Q. 내가 연기할 캐릭터와 만나기 전, 그 인물이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나.
박유환 : 처음 대본을 받고 생각을 많이 한다. 캐릭터를 분석하는 시간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고민도 많이 하게 되고, 생각도 많이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된다. 캐릭터를 생각할 때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면서 대사도 해보고 이 캐릭터가 하나의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일인 것 같다. 그 사람이 평소에 무엇을 마시고 무엇을 즐겨하고 무엇을 입나 하는 것까지 모두 생각하거든. 이번에 우영은, 음… 우영이는 커피보다는 주스를 더 즐겨 마실 거 같다. 뭐 이런 것 까지 다 생각해본다.
Q. 연기자 박유환의 욕심을 귀띔해준다면.
박유환 : 연기자는 내게 처음 꿈이었고, 연기자 외에는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게 연기다. 언젠가는 연극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고, 영화도 해보고 싶다. 못해본 역할도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배워나가고 싶다.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외에는 별로 생각이 없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나도 한마디!][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EVENT] 빅스, 오 나의 스윗 보이! 3월 구매고객 이벤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