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유난히 많은 뮤지션들이 우리의 곁을 떠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록의 거인 루 리드를 비롯해 재즈 기타의 영원한 스승 짐 홀, 록밴드 도어즈의 오르간연주자 레이 만자렉, 재즈 기타리스트 조니 스미스, 우드스탁의 별 리치 헤이븐스 등이 세상을 떠났다. 국내에서는 전설적인 디스크자키 이종환,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이 사망해 많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올 한해 대중음악계 부고 소식을 정리했다.


루 리드, 역사의 뒤안길로
미국의 전설적인 뮤지션 루 리드는 지난 10월 27일 향년 71세로 세상을 떠나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젊은 시절 폭음과 마약 복용 등으로 건강을 해친 리드는 올해 초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지난 4월 예정됐던 5개의 캘리포니아 콘서트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 리드는 팝 음악에 있어 언더그라운드의 하위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록 어법에 혁신을 가져온 파이오니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42년 뉴욕에서 태어난 고인은 존 케일 등과 함께 1964년에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결성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아방가르드 요소를 록에 접목하고 간단한 코드 진행을 통해 세련된 느낌을 선사하는 등 신선한 음악을 선보였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등 예술가들의 큰 지지를 얻기도 했다. 명반으로 회자되는 데뷔앨범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 앤 니코(The Velvet Underground & Nico)’는 발매 당시 빌보드앨범차트 171위까지 올라 상업적으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앨범은 후대에 펑크록, 모던록 계열을 비롯해 커다란 영향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루 리드는 솔로활동에서도 뚜렷한 음악적 성과를 선보였다. 1972년에 발표한 솔로 2집 ‘트랜스포머(Transformer)’는 ‘퍼펙트 데이(Perfect Day)’, ‘워크 온 더 와일드 사이드(Walk on The Wild Side)’, ‘세터라이트 오브 러브(Satellite of Love)’ 등의 명곡을 남기며 빌보드앨범차트 29위까지 올랐다. ‘퍼펙트 데이’는 1996년에 영화 ‘트래인스포팅’에 삽입되며 다시 히트했으며 이듬해 BBC의 아동을 위한 자선 행사를 위해 엘튼 존, 데이빗 보위, 보노, 수잔 베가 등 수십 명의 가수가 함께 부르기도 했다. 루 리드의 음악적 지우였던 데이빗 보위는 페이스북을 통해 “루 리드의 죽음은 거대한 슬픔이다. 그는 명인이었다(He was a master)”라고 전했다.



‘우드스탁페스티벌’의 별 리치 헤이븐스 타개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별 리치 헤이븐스는 4월 22일 72세의 나이로 타개했다.

1969년 8월 15일 뉴욕의 전원도시 베델에 위치한 막스 야스거 소유의 농장에서 열린 음악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수십만 명이 몰렸다. 무명의 흑인 포크가수가 기타 한 대를 들고 첫 무대를 장식했다. 그의 이름은 리치 헤이븐스. 축제의 정식명칭은 ‘더 우드스탁 뮤직 앤 아트 페어 1969(The Woodstock Music and Art Fair 1969)’ 지금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회자되는 전설의 록페스티벌이다. 첫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열기를 발화점 위로 끌어올린 리치 헤이븐스는 다음 공연이 미뤄지면서 세 시간 가까이 노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앵콜을 받았다.

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리치 헤이븐스는 평생을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선 굵은 포크음악을 들려줘왔다. ‘우드스탁 페스티벌’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지만 라이브 실력을 인정받아 무대에 오르게 됐다. 우드스탁 기록영상이 증명해주듯이 그의 라이브는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레이 만자렉은 천국에서 짐 모리슨을 만났을까?
도어즈의 오르간연주자 레이 만자렉은 5월 20일(현지시간) 독일 로젠하임의 한 병원에서 암 투병 끝에 향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레이 만자렉이 세상을 떠난 것은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이 1971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죽은 지 40여년만이다. 짐 모리슨 과 레이 만자렉은 1965년 캘리포니아 UCLA 대학 재학 시절 만났다. 당시 만자렉은 릭 앤 레이븐스라는 블루스 밴드를 하고 있었다. 이후 드러머 존 덴스모어, 기타리스트 로비 크리거를 만나면서 도어즈가 탄생했다.

레이 만자렉은 출중한 오르간연주를 바탕으로 도어즈의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그 주술과 같은 연주는 짐 모리슨과 시를 읊는 것 같은 노래와 탁월한 호흡을 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 만자렉의 연주에 대해 “제사상에서 영혼을 부르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재즈기타의 스승 짐 홀 타계
‘재즈 기타의 스승’으로 오랫동안 칭송받아온 미국의 재즈 기타리스트 짐 홀은 12월 10일(현지시간) 향년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재즈타임스’는 홀에 대해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모험심이 강하고 존경받는 기타리스트였다. 재즈 음악에서 기타의 역할을 바꿔놓았다”라고 평가했다.

짐 홀은 기존의 비밥 재즈 기타의 정수를 총망라해 학구적인 접근을 취함으로써 재즈기타의 교과서와 같은 존재로 자리해왔다. 그는 100여년이 넘는 재즈의 역사에 있어서 찰리 크리스찬, 장고 라인하르트, 웨스 몽고메리, 조 패스 등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는다. 특히 짐 홀은 조 패스와 함께 현존하는 수많은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고의 재즈 기타리스트들인 팻 메시니, 존 스코필드, 빌 프리셀, 존 애버크롬비 등이 짐 홀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2006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짐 홀의 죽음에 대해 소니 롤린스는 “짐 홀은 훌륭한 음악가이자 좋은 친구였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고결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워크 돈 런’ 원작자 재즈기타리스트 조니 스미스 사망
조니 스미스는 지난 11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의 자택에서 90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1922년생인 조니 스미스는 재즈 기타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준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자기보다 12살 위인 장고 라인하르트의 곡도 자주 연주했다. 스미스는 기타의 여러 줄이 울리는 화음에 더욱 집중했다.

조니 스미스는 특히 발라드에 능했던 연주자로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가 참여한 대표작 ‘문라이트 인 버몬트(Moonlight In Vermont)’에 그 스타일이 잘 나타나있다. 그는 코드 보이싱을 개발하는 한편 ‘워킹 베이스’ 주법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기타의 워킹 베이스 주법은 코드 체인지 시 틈을 메우기 위해 엄지로 베이스 라인을 코드 사이에 짚어주는 것으로 코드 솔로, 컴핑 시에 사운드를 풍성하게 해준다. 이러한 연주 스타일들은 조니 스미스의 후예인 조 패스와 짐 홀에게서 만개하게 된다. 벤처스의 연주로 유명한 ‘워크 돈트 런(Walk Don’t Run)’은 조니 스미스가 원곡이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마빈 스웰은 조니 스미스에 대해 “그는 모든 아름다운 음계와 소리를 연주했다(He played all the beautiful and pretty notes and sounds)”고 언급했다.



이종환, 그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보스’였다
디스크자키, 음반 및 공연 기획자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이종환 씨는 5월 30일 오전 서울 하계동 자택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은 지난 2011년 폐암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아왔다.

이 씨는 지난 반세기 동안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디스크 쇼’ 등 당대의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DJ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대중에게 알렸다. 음반, 공연기획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해 그가 발굴한 가수들은 소위 ‘이종환 사단’이라 불렸다. 특히 70년대에는 영미 권에서 유행하던 포크음악이 국내에 정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폐암 진단 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고 꾸준히 DJ로 활동하며 많은 음악을 소개했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DJ로 활약한 고인은 20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한 인기 DJ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를 수상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한때 가요계에서 고인이 가지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 씨는 “1960~ 80년대에 걸쳐 방송, 음반, 공연 등 대중음악과 관련된 거의 전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라며 “D음반 기획 쪽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령 70년대에 이종환이 기획한 시리즈 앨범 ‘별밤에 부치는 노래’를 통해 다운타운에서 활동하던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이 공식으로 음반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백순진과 이수만의 듀오 4월과 5월을 포함해 다운타운에서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을 발굴해 데뷔시켰고 이를 ‘이종환 사단’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국 록을 지켜온 파수꾼 주찬권 사망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58)은 10월 20일 별안간 사망해 세간을 아쉽게 했다. 최근 들국화가 재결성 후 활발한 활동을 했고 새 앨범을 녹음한 상황이라 아쉬움은 더 컸다.

고인은 40여 년 간 한국 록을 지켜온 파수꾼이다. 15세에 처음 무대에 오른 후 1974년 뉴스 보이스, 1978년 믿음소망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 등을 거쳤다. 1988년에는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고 기타를 연주한 솔로 1집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정규 6집 ‘지금 여기’를 발표하고 들국화를 재결성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주찬권 사망 후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들국화 27년 만의 새 앨범 ‘들국화’가 12월 6일 발매됐다. 주찬권의 마지막 연주가 담긴 앨범이다. 들국화는 주찬권의 사망으로 인해 들국화 새 앨범 활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