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공주’의 전남편 황마마(왼쪽)가 현남편 설설희(가운데) 그리고 이들의 아내 오로라와 식사 중이다

오는 20일 MBC 일일 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150회로 종영한다.

150회, 당초 120부작이었지만 30회 연장이 돼 7개월이란 긴 시간을 머물고 간 이 드라마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다.

11명의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도중 하차하게 된 희대의 사건(?)으로 ‘오로라공주’는 ’서바이벌 드라마’로 불려야 했으며, 암에 걸린 주인공의 “암세포도 생명인데 내가 죽이려고 하면 그것을 암세포도 알 것 같다. 내가 잘못 생활해서 생긴 암세포인데 죽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대사는 올해 등장한 가장 희귀한 대사로, 여러 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종영을 향해 가는 현재 주인공 오로라(전소민)와 그의 전 남편 황마마(오창석), 그리고 현재의 남편 설설희(서하준)가 미국으로 가 함께 살 것이라고 선언하는 파격적인 에피소드가 전개 중이다. 최근 급사한 강아지 떡대를 포함해, 황마마가 13번째 서바이벌의 희생자가 된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이긴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황당한 결말인 것은 변함이 없다.

이외에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는 전작 ‘신기생뎐’의 눈 레이저, 혼령 등장, 유체이탈에 이어 ‘오로라 공주’에서도 유체이탈이 나왔고, 등장인물의 급사, 갑작스러운 암 완치나 동성애자가 갑자기 이성애자가 되는 등의 판타지로도 분류할 수 없는 설정이 빈번히 등장한다.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개연성 없는 전개의 드라마를 우리는 ‘막장’이라고 부르며 비난하는데,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이런 설정들의 작극성 보다 작가 개인의 무책임함이 더욱 괘씸하다는 평이 다수다. 급기야 임성한 작가 퇴출 서명운동까지 인터넷 상에서 벌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것인지, 임성한 작가는 직접 사과문을 올리고 한 매체와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무책임한 것은 마찬가지.

‘오로라공주’에서 개 떡대가 죽음으로 하차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총 11명의 사람과 개 한마리가 갑자기 하차했다.

그가 말도 안되는 드라마의 전개에 대해 내놓은 변명은 “쓰는 입장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연출부 의견도 듣고 심의실 의견도 수용하고 특히 예민할 수 있는 사안에선 기획자인 김사현 본부장의 조언을 들어가며 최대한 단점을 줄이려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이다. 이 변명은 그간의 드라마 전개를 떠올려보면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임 작가 본인을 비롯, 일부 임 작가를 옹호하는 쪽은 드라마의 황당무계한 설정들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나는 일 아니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온갖 황당하고 자극적인 사건사고들이라는 이유로 그것이 창작물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을 관객이 용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스토리를 창작하는 입장, 특히 지상파라는 메이저 플랫폼에서 자신의 창작물을 선보이는 창작자로서는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야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임성한 작가는 과연 그런 책임의식이 있는 작가였는가.

그의 무책임은 그 자신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 배우들을 향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사과문에서 “중견 배우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마마를 비롯한 젊은 배우들 하다 못해 떡대까지 연기들을 너무 잘해줘서 작가로서 잔소리 할 게 전혀 없었다. 조용히 믿고 지켜봤다”라고 말했지만, 그가 쓴 대본으로 인해 소리소문 없이 갑자기 사라진 중견 배우가 어디 한 둘이었나. 실제 이 과정에서 중견 배우들 몇몇은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고 하는 주변의 증언도 있었다. 자신이 캐스팅한 배우에 대한 책임도 배려도 없는 임성한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의 태도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마나 임성한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를 통해 신인 배우를 기용해 신인 배출의 등용문으로 활용한다는 나름의 미덕은 있었지만, 역으로 연기력이 출중하며 인지도도 높은 배우들이 그의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고 싶어할까를 생각해보면 미덕의 비결은 나온다.

한 작가의 무책임한 작품세계를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하는가. 높은 시청률이라는 이유로 그를 허용하고 만 지상파 채널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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