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독거인 홍석천(위)와 정규 멤버 데프콘

MBC ‘나 혼자 산다’ 2013년 11월 29일 오후 11시

다섯줄 요약
방송인 홍석천이 ‘더 무지개 라이브’ 코너에 출연해 교수이자 요식업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워커홀릭 독신남으로 누구보다 바쁜 24시간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홍석천에 뒤이어 무지개 정규멤버, 김민준, 전현무, 데프콘의 일상도 공개됐다. 자취에 일가견이 있는 김민준 회원은 잘 입지 않는 옷을 직접 리폼하고 능숙하게 요리도 해 먹으며 나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반면, 자취 초보, 살림바보 전현무 회원은 멀쩡한 세탁기도 조작을 하지 못해 힘든 하루를 보내야했다. 그리고 데프콘 회원은 홍보대사로 발탁된 부천국제 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발을 찾아 조금은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리뷰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어떤 이에게는 아주 익숙하고 능숙한 일상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지극히 사소한 일조차 버거운 짐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독거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 이날 첫 코너 ‘더 무지개 라이브’에 출연한 홍석천은 스스로 리얼 무지개라고 자신을 소개한만큼 독거 라이프의 최고봉을 보여줬다. 24시간 중 단 1분1초도 버릴 것 없이 빼곡히 채워가며 하루를 살아가는 그는 일상의 조각조각을 알차게 채워간다. 집이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늘 TV를 켜두고 산다지만, 그것은 처량한 외로움이라기 보다 외로움에 대처하는 모습마저 노련한 진정한 프로(?)의 위용에 가까웠다.

홍석천에 이어 무지개 정규멤버들의 하루도 속속 공개됐다.김민준 회원은 입지 않은 옷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능숙하게 리폼, 독거의 일상에 미적 감각을 불어넣기까지 했다. 집 앞 감나무에서 감을 따며 기뻐하고 길고양이들에 먹이를 주는 이 남자의 하루는 지극히 자유로워보였는데, 이런 자유로운 하루는 독거의 로망 오브 로망 아닌가. 그러나 또 요리를 할 때 달걀 지단에 생긴 기포까지 제거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아주 철저한 규칙으로 그런 여유를 만끽하게 된 장기 독거인의 포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아직 자취초보인 전현무 회원은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세탁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빨래를 건조대에 억지로 걸어 거실에 홍수가 나게 만들어버렸다. 굶주림 끝에 도전한 첫 요리는 정체조차 모호한 범벅요리. 요리한 본인조차 다시는 먹지 않겠다 다짐했다.

방송은 상반된 두 독거남이 똑같이 주어진 하루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독거남의 하루도 이렇게 다를진데, 점점 늘어가는 수많은 이 세상 속 독거인들의 삶은 얼마나 제각각일까.

이날 방송의 주제로도 해석해볼 수 있는 멘트는 흥미롭게도 김민준 회원이나 전현무 회원이 아닌 조금 특별한 하루를 보낸 데프콘 회원의 입에서 터졌다.

너무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사다모토 요시유키 감독과 만날 수 있게 돼 한껏 들뜬 데프콘은 “오타쿠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편견이 있다. 혼자 살고 남자에다 만화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회생활을 못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 그러나 자기 할 일 다 하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추억을 감싸안는 그런 의미의 오타쿠라면 (나는 오타쿠가) 맞다.”

이 세상 속 인간 모두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듯 혼자 살아 간다는 공통점 외에 닮은 점이 없는, 독거인들의 삶 역시도 제각각이다.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독거남이나 독거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의 대상이 돼야 하는 시대는 더 이상… 없다.

수다포인트
-데프콘의 PISAF 방문, ‘에반게리온’ 감독과의 길고 긴 만남 속 카메라 너머 설렘이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제작진이 데프콘 이상의 오타쿠는 아닐까…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만.
-이웃사촌, 김민준 회원과 전현무 회원이 ‘함께’ 반신욕을 하고나면 어색함이 가실까요? 아, 더 어색해질 수도 있겠군요.
-김민준 회원님, 주먹밥이 실험적이면 얼마나 실험적이겠어요. 그냥 곰돌이 주먹밥을 전현무 회원과 나눠먹는 게 싫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창피했을 지도 아니면 어색했을 지도 모르겠군요.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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