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 알고보면 그는 서울토박이다

‘촌놈들의 전성시대’가 왔다.

지난 해 부산사투리의 투박한 억양을 귀여운 여고생의 애교로 탈바꿈시킨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올해는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전국 사투리의 향연이 ‘응답하라 1994′를 통해 펼쳐진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푹 빠진 시청자들은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괜히 쓰레기(정우)와 나정(고아라) 그리고 삼천포(김성균)의 경상도 사투리, 그리고 해태(손호준)와 윤진(도희)가 보여주는 전라도 사투리를 따라해보기도 한다. 물론, 제대로 못해 실제 경상도, 전라도 출신들의 타박을 듣게 되지만 말이다.

사실 지방 출신들이 처음 서울에 와서 생활할 때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사투리다. 세련된 서울말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싶지만 20년 넘게 사용하던 말투가 어찌 하루아침에 바뀌겠나. 그래서 한동안 사람들과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응답하라’ 열풍으로 도리어 서울출신들이 지방 사투리를 흉내내는 광경이 펼쳐지니, 그야말로 ‘촌놈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실제 ‘응답하라 1994′ 작가들이 지방 곳곳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우정 작가는 경상도가 고향이며, 전라도와 충청도 출신의 작가들도 있어 처음 서울말로 쓰여진 대본이 나오면 작가들의 손을 거쳐 각 지역 버전으로 ‘번역’이 되는 과정은 이미 신원호 PD가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신원호 PD의 고향은 어디일까? 신원호 PD는 흰 피부와 큰 키, 완벽한 매너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칠봉이와 같은 서.울.출.신.

신원호 PD에게 “촌놈들의 전성시대를 만든 PD가 서울 출신이라니 참 재미있다”라고 말하자, 그의 대답은 “바로 서울 출신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답을 들려줬다.

지방 출신의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그들끼리는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그들만의 에피소드가 서울 출신의 그에게는 색다르게 들렸고 또 재미도 있었기에 이런 에피소드를 끄집어내 이야기를 만들면 괜찮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방 출신 작가들과 회의를 하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니, 왜 난 저런 걸 모르고 살았지?’ 싶은 에피소드들이 꽤 많더라. 그리고 그들끼리는 흑역사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았던 일들, 하지만 모두가 한 번씩 겪었던 일들이 서울 사람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또 그런 지방 출신의 에피소드가 문화컨텐츠의 중심에 들어와 본 적은 없었기에 새로울 것이라고 판단, 본격적으로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원호 PD는 “오히려 내가 외부자가 되니 객관적으로 저 에피소드가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도 쉬웠다”라고 덧붙였다.

출연 배우도 신원호 PD가 서울출신이라 생긴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극중 전라도 여수출신 윤진이를 연기하는, 실제로도 여수 출신의 도희는 “PD님은 스스로 서울 출신이 깍쟁이 같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반면 지방 출신은 주변을 좀 더 챙기는 이미지라고 여기시는 것 같다. 내가 PD님께 도시락 하나를 더 싸와 챙겨 드리거나, 먹을 것을 건네기만 해도 ‘역시 지방친구들은 달라’라고 말해주신다. 처음에는 무슨 뜻이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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