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무대 뒷편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무대 뒷편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무대 뒷편

석가탄신일 연휴인 17일과 18일 무려 세 개의 재즈 페스티벌이 대한민국 땅에서 동시에 열렸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이하 자라섬R&B페스티벌)’, 그리고 ‘태화강 스프링 재즈 페스티벌’까지. 이렇게나 많은 재즈 페스티벌이 같은 기간에 열릴 만큼 국내에 재즈 팬이 그리도 많았던가? 사실 국내에서 순수하게 재즈만 좋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페스티벌을 꾸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경우 팝스타들을 대거 라인업에 포함시키며 집객에 대한 고민을 해소했다. 또한 ‘자라섬R&B페스티벌’은 바비큐와 함께 재즈를 즐긴다는 콘셉트로 일반 대중의 재즈 페스티벌 흡수를 꾀했다. 이틀에 걸쳐 두 개 페스티벌 현장을 찾았다.

고기 구우며 보기에 황송한 재즈 뮤지션들

17일 ‘자라섬R&B페스티벌’이 열리는 경기도 가평 자라섬을 찾기까지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이날 서울 근교에서는 미카와 램지 루이스 등이 나오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해 ‘그린플러그드’, ‘월드 DJ 페스티벌’, 그리고 제이슨 므라즈의 내한공연 등 화려한 이벤트들이 열렸다. 이 많은 행사들을 뒤로 하고 자라섬에 가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더구나 자라섬에 가려면 경춘선을 타야하니 기회비용도 크다. 하지만 현재 미국 재즈계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현장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현장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현장

올해 처음 열리는 ‘자라섬R&B’는 가을에 열리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의 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가을이 아닌 5월에 찾은 자라섬은 비교적 한산했다. 17일 오후 다섯 시 경 현장에 도착하자 메인 스테이지 옆과 뒤로는 고기를 구울 수 있는 바베큐장이 보였고, 무대에서는 케잘레오의 현대적인 플라멩코 연주가 들려왔다. 처음 ‘자라섬R&B’의 개최 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했던 것은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고기를 구우며 듣는 재즈가 굳이 심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저 자연의 정취 속에서 음식을 즐긴다면 분위기 있는 이지리스닝 계열 음악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는 시종일관 살벌한 재즈 연주들이 이어졌다. 때문에 삼겹살 맛은 조금 덜했을지 모르지만 마니아들에겐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으리라.

자라섬을 위한 프로젝트 밴드 ‘와타나베-베를린-도너티 트리오’는 공격적인 재즈 록·퓨전 연주를 선보였다. 일본의 일급 재즈 기타리스트인 카즈미 와타나베는 초절기교를 바탕으로 비밥부터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프로치를 선보였다. 또한 제프 베를린과 버질 도너티의 앙상블은 공격적인 ‘재즈 록 기타 트리오’의 진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셋의 연주 덕분에 자라섬의 강바람이 후끈 달아올랐다.

놀라움의 연속,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

첫날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연주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국내에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국내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재즈와 힙합의 만남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첨단을 달리는 것이 바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다. 최근에는 그래미상을 수상하면서 몸값이 올라 하마터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보기 힘들 뻔했다.

베니 골슨(왼쪽 위-오른쪽 아래), 로버트 글래스퍼(오른쪽 위-왼쪽 아래)
베니 골슨(왼쪽 위-오른쪽 아래), 로버트 글래스퍼(오른쪽 위-왼쪽 아래)
베니 골슨(왼쪽 위-오른쪽 아래), 로버트 글래스퍼(오른쪽 위-왼쪽 아래)

로버트 글래스퍼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퀄텟의 연주는 힙합과 재즈의 만남이 어디까지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창의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프론트맨으로 나선 케이시 밴자민은 보코더와 색소폰을 번갈아 연주하며 맹활약했다. 한편으로 최근 앨범인 〈Black Radio〉에서 보여준 소울풀한 음악은 공연에서 완전히 재즈적인 앙상블로 선보여졌다. 앨범에 실린 ‘Lift Off’, 너바나의 커버 곡 ‘Smells Like Teen Spirits’ 등이 나오자 소수의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정통 펑크(Funky)부터 슬로우 잼 등 소울의 다양한 리듬이 흐르는 가운데 ‘Love Supreme’의 테마가 잠깐 나오며 재즈와 소울이 합쳐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열린 ‘자라섬R&B페스티벌’은 약 7,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유료관객으로 수만명으로 동원하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관객이다. 하지만 올해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마니악한 음악과 친숙한 먹거리를 결합한 시도를 했고, 라인업 구성에 있어서 베니 골슨, 폴 잭슨 트리오 등 휼륭한 재즈 아티스트를 데려오는 등 타협을 하지 않은 점은 돋보였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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