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환율, 날개는 있나? 연초들어 환율 하락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9일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975원까지 하락하며 연말 종가대비 36원(3.7%)의 급락세를 보였다. 발단은 연초 공개된 미국 연준리 FOMC 의사록에서 금리인상이 조기에 종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 뒤 글로벌 달러의 급락세가 촉발되면서 시작됐다. 뒤이은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며 글로벌 달러 악세를 가속화 시키는 형국으로 달러/원도 추락을 거듭했다. 역외세력이 1000원 하향돌파의 발판을 놓았고 역내 수출기업들이 투매에 가담하면서 하락세가 거침없이 진행됐다. 당국이 6일 적극적인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았고 수 일째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섰으나 환율은 속수무책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9일에는 7-8억달러 상당으로 추정되는 강도높은 개입이 단행되기도 했으나 시장은 좀처럼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 누가 봐도 비정상적 환율하락? 환율 급락에 대해 전일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환율 움직임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했다. 권 국장은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우며 원화가 달러와 엔에 대해 동시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원화가치는 달러와 엔에 대해 동시에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11월 수준으로 되돌아가며 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추세가 도도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당국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추세를 감안, 당국개입이 단순한 '스무딩오퍼레이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추세를 거스르는 개입에 나서기엔 명분이 약하고 개입 효과가 극대화되기도 어렵다는 측면에서 시장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수출채산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일시적으로나마 강한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정 레벨에서 바닥인식을 심어줘야만 달러 매수처를 자극할수 있고 수출기업들의 투매 움직임도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급락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개입으로 달러 매수세를 유인해낼 필요가 있다"며 "추세는 하락이지만 단기 낙폭이 크고 속도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가장 강한 원화 글로벌 달러약세 추세가 강하고 상대적으로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그 중에도 원화 강세가 으뜸이라는 측면에서 당국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권태균 국장이 달러 뿐만 아니라 엔에 대한 원화 강세를 언급하면서 상대적인 원화 강세를 문제시한 점도 이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더 밀린다 하더라도 최소한 다른 통화와의 균형은 유지해야 한다"며 "달러/원 뿐만 아니라 엔/원 환율까지 외환위기 이래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달러 이외 엔 등 다른 통화와의 균형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년간 대만 달러화는 미국 달러대비 2.7% 절상됐고 싱가포르 달러도 2.3% 절상에 그쳤다. 일본 엔화는 같은기간 8% 정도 절하됐다. 하지만 원화는 달러대비 15% 절상되며 달러/원 환율은 2004년초 1190원대에서 2005년말 1010원대로 급락했다. 무역가중 환율로 살펴보면 이같은 성향은 보다 심하다. UBS의 외환전략가인 바하누 바웨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무역가중 환율로 볼때 원화는 지난 2년간 22.7% 절상됐다"며 "싱가포르 달러와 대만 달러가 각각 3.3%와 6.4% 절상된 것과 비교할 때 원화의 절상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엔화는 실질적으로 10.1% 절하됐다. ▲ 모멘텀만 주어지면... 중기적인 환율 방향은 하락이더라도 단기 낙폭이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단기적으로는 개입 등에 의한 환율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글로벌 달러의 추세를 보면서 개입수위를 조절하겠지만 지지인식이 강했던 980원이 무너지면서 급한 매물은 어느 정도 정리된 느낌"이라며 "단기 바닥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환율 하락폭이 커질수록 개입경계감도 증폭되는 만큼 970원대에서는 추가하락 이전에 숨을 고르는 과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도 9일자 아시아 외환시장 전망보고서를 통해 "수출업체 동향과 한국 주식시장으로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을 감안하면 달러/원 환율의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개입위험이 고조되고 있으며 엔/원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엔 환율의 추가하락 여부와 무관하게 달러/원 환율의 추가하락 여지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연초 초강세를 보이던 아시아 통화도 추가적인 절상 시도는 제한적인 가운데 역외 등이 숏커버링에 나서고 있어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 본 한경브리핑 서비스는 거래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정보의 오류 및 내용에 대해 당사는 어떠한 책임도 없으며, 단순 참고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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