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덫'에 걸린 시장, 이번엔 절상되나 중국의 환율제도 개혁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5월 들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11일에는 중국 인민일보가 한달 내 중국이 위안화 거래범위를 1.26%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 노동절 연휴 이후 꺾였던 위안화 평가절상설이 다시 힘을 얻으며 달러가 엔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 인민은행이 이를 부인하고 위안화 절상 보도를 한 중국 인민일보도 실수를 인정하면서 외환시장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절 이전인 지난 4월29일에도 8.2765에 고정돼 있던 달러/위안 현물환율이 8.2700으로 하락하며 일시적으로 밴드를 이탈하자 평가절상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순간적인 시스템 오류로 확인되며 위안화 환율은 이내 8.2765위안으로 복귀했지만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려는 중국의 '의도된' 실수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 평가절상 적기로 주목받았던 5월 첫주 중국의 노동절 연휴가 끝났으나 오는 18일, 상반기, 3개월 이내 혹은 하반기 등 다양한 타임 테이블이 투자은행 중심으로 속속 제기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제 선택보다 시기의 문제로 옮겨간 가운데 원화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위안화 절상, "이번엔 다르다?" 지난해에도 수 차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그때 마다 중국은 시장의 기대감을 외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환율제도 개혁 타이밍이 무르익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상적자 규모가 GDP의 6%를 상회하는 등 대외불균형 심화로 중국을 향한 시스템 개혁 압박이 강화되는데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환율제도 개혁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이 9.5%에 달했고 투자가 여전히 활황세를 보이는 등 경기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고, 저평가된 위안화는 이같은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경상흑자는 지난 2001년 GDP의 1.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2%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과잉 투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에 앞서 은행 시스템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위안화 평가절상을 미루는 것은 중국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은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한데 이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존 스노 재무장관에 이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까지 대중국 압박공세에 가담했다. 유럽과 일본도 한 목소리로 위안화 환율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대외 압박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18일로 예정된 중국의 이종통화 거래 확대 시점이 새로운 제도개혁 타이밍으로 제시되고 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최근 "위안화 개혁에 있어 어떤 심각한 정치적 혹은 기술적 방해물은 없다"고 밝히는 등 중국 관료들도 위안화 평가절상에 긍정적 멘트를 쏟아내고 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타임테이블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함구하고 있다. ▲ 달러/원, '덫'에 걸리다 달러/원 환율은 이달들어 1,000원 중심의 박스권 '덫'에 걸렸다. 위안화 평가절상 및 북한 핵문제 등 '이벤트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방향성을 못잡는 형국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내에 2-5%의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가운데 절상 이후 원화 환율 방향에 대해서도 엇갈린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연내에 5% 정도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중국이 계속 모른척 하기엔 부담이 큰 만큼 5% 정도의 변동폭 확대 제스춰를 취할 전망으로 원화에도 절상 압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으로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리만브라더스도 2분기 이내에 5%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예상하고 아시아 통화가치 상승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3개월 이내에 위안화 변동 폭 3% 확대를 예상하고 연말 달러/원 환율도 93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 폭이 10% 미만에 그칠 경우 무역 뷸균형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추가 절상을 기대한 투기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가치 절상 압력 또한 그 만큼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지난해 이래 아시아 통화중 원화 절상폭이 가장 컸던 만큼 위안화 평가절상이 달러/원 환율 추가하락을 이끌어낼지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위안화의 대체 투자로 그동안 달러/원 매도세가 증가했으나 위안화 평가절상과 동시에 '대리만족' 필요성이 없어지는 만큼 달러/원 숏커버링 가능성이 커진다는 평가다. 오히려 최근의 북핵 문제나 수출 둔화 등으로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HSBC는 이머징 마켓 보고서를 통해 "대내 구조적인 불균형과 수출 둔화, 게다가 북핵 문제까지 고려하면 달러/원 환율은 1,025원 수준에서 거래돼야 한다"며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18.9%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은 또 연말까지 위안화 평가절상이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당국의 평가도 위안화 조기 평가절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수용할 정도로 갖춰져 있지 못한데다 시장의 기대심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중국이 액션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 3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위안화 평가절상을 위한) 가장 좋은 시기는 사람들이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시기 선택에 신중함을 내비쳤다. 위안화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한 달러/원 환율은 변동성 확대가 쉽지 않을 전망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시름'은 당분간 깊어만갈 전망이다 ** 본 한경브리핑 서비스는 거래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정보의 오류 및 내용에 대해 당사는 어떠한 책임도 없으며, 단순 참고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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