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봉준호 감독이 신작 영화 '미키17'이 인간 냄새 나는 SF라고 소개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17'의 푸티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인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로버트 패틴슨과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다. 로버트 패틴슨이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 미키 역을 맡았다.

봉 감독은 영화에 대해 "흔히 우리가 말하는 SF영화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가 가득하다. 인간적인 SF영화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평범하고 힘없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다.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느낌의 SF"라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전작들로 계급, 계층 문제를 익살스럽게 녹여낸 바 있다. 이번 '미키17'에는 "계급 문제라고 하니 거창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불쌍하다고 했는데, 왜 불쌍한가. 미키의 직업 자체가 반복적으로 죽는 거다. 죽기 딱 좋은 위험한 현장에 투입된다. 계속해서 죽는 게 직업이다. '17'이 17번째 죽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다. 죽을 때마다 새롭게 프린팅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F에서 흔히 봤던 복제인간 클론과는 다를 것이다. 프린트에서 서류 뽑듯 인간이 출력된다. 그 자체도 비인간적이다"라고 전했다.원작은 '미키7'으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원작보다 10번 더 죽었다. 봉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는 '미키7'인데, 원작 소설도 핵심이 '인간 프린팅'이다. 이분(로버트 패틴슨)이 출력된다고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미키가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급이다. 자연스럽게 계급 문제도 스며들 것 같다. 영화가 계급 간 투쟁을 다룬다는 정치적 투쟁은 들고 있지 않다.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등 성장의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미키의 전 직업 등 원작과 설정을 일부 다르게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원작은 SF적인 요소가 많은데 제가 과학에 관심이 없다. 좀 더 인간적으로 가려고 했다. 미키도 좀 더 가엽은 인물로 가려고 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과거사를 좀 더 단순하고 외롭게 만들었다. 측은지심을 느낄 수 있는 미키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근 미래로 설정됐다. 봉 감독은 "피부에 와닿는 SF다. 물론 '듄'처럼 서사적이고 시간대를 훌쩍 뛰어넘는 웅장한 SF도 재밌고 훌륭하다. 하지만 우리 작품은 눈앞에 닥쳐있는, 발 냄새나는 SF다. 인간 냄새 나는 SF다. 그래서 가까운 근미래로 더 끌어당기고 싶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미키17'은 한국에서 오는 2월 28일, 북미에서 오는 3월 7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