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머라이어 캐리, 그룹 엑소/사진=소니뮤직 제공, 멜론 앨범 소개 캡처


크리스마스가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음원 차트에 캐럴이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발달하면서 캐럴을 플레이리스트 단위로 듣도록 음악 소비 방식이 바뀌었다고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로 연말 분위기를 조용히 맞이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사진=멜론 TOP100 차트 캡처
한창 캐럴이 떠오를 법한 시즌이지만, 16일 기준 멜론 TOP100를 살펴보면, 차트 통틀어 캐럴은 7곡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차트에서 캐럴 비중이 10곡 중 한곡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 이는 비단 올해 만의 일은 아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그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 미국과의 캐럴 소비 문화 차이가 그것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우선 "최근엔 음원 사이트를 통해 음원을 즐기기 보다 보통 플레이리스트 단위로 곡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의 곡이 밈처럼 작용하는 경우는 그룹 엑소의 '첫눈' 말고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멜론 TOP100 차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캐럴은 엑소의 2013년 발매작 '첫눈'이다. 16일 기준 차트 7위에 위치해 있다. 이 곡은 틱톡 챌린지 음원으로 겨울마다 소비돼 크리스마스와 연결된 하나의 밈으로 자리잡았다. 20위권까지 내려가더라도 29위에 있는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유튜브에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의 조회수는 게재 1달여 만에 조회수 70~80만회에 육박한다. 아직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님을 감안했을 때 빠른 조회수 증가폭이다. 지난 11월 7일 게재된 유튜브 채널 '찐막'의 캐롤 영상 조회수는 88만회에 달하며, 플레이리스트로 유명한 채널 '때잉'은 게재 13일 만에 조회수 42만회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플레이리스트 전문 채널 'essential;'에 게재된 영상은 공개 5일 만에 13만회 조회수를 달성했다.

사진= 빌보드 핫100 차트 캡처


김도헌 평론가는 미국과 국내 시장 사이 크리스마스에 대한 주목도 차이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관심도 많고 주목도도 높다. 그래서 시즌이 되면 캐럴이 차트에 줄줄이 올라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국내에선 플레이리스트 중심으로 소비하는 데다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캐럴을 듣더라도 어떤 한 곡을 찾아듣고자 하지는 않아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이 가진 차트 영향력은 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미국 음원 차트인 빌보드 핫100을 보면 한국과 대조적이다. 1~3위, 5위 곡이 모두 캐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발매된 지 최소 20년이 지난 곡들이다. 1위에 있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1994년작이며, 2위인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는 1958년작, 3위 'Last Christmas'는 1984년작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캐럴 대표작이 많고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심도 크다는 특징이 잘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업계 다수의 관계자들을 비롯해 김도헌 평론가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지금까지 연말 분위기를 즐기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다고도 바라봤다. 김도헌 평론가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크리스마스를 즐길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이니 차트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국내 대표 캐럴로 손꼽히지만 아직 차트 상위권에 오르지 못한 곡들이 많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니까', 'Must Have Love' 등이 그렇다. 9일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캐럴과 함께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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