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로제의 'APT.', 아이유의 '밤편지' 등 큰 사랑을 받은 명곡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이 대중을 놀라게 하고 있다. 소속사 등 주변인의 반대에도 음악에 확신을 갖고 곡을 발매한 아티스트의 안목과 뚝심에 업계 내외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아파트'도 로제의 용기 없인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고. 로제는 지난 11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컬래버를 제안했더니 브루노 마스가 곡 3개를 보내봐달라고 하더라. 3곡 중 하나는 무조건 '아파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곡은 몰라도 '아파트'는 브루노가 부르는 모습이 상상이 갔다"며 "주변 사람 모두가 '아파트 보내지 마, 절대 안 해'라더라. 모두 반대했는데 내가 몰래 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로제는 '아파트'를 들은 브루노 마스가 '미쳤다. 짱이다'라고 반응했다고도 전했다.
로제의 '아파트'처럼 주변의 반대에도 아티스트가 가진 '촉' 덕분에 빛을 본 음원은 많다.
아이유의 대표곡 '밤편지'가 가장 대표적이다. 아이유는 KBS2 '대화의 희열' 출연 당시 '밤편지' 에 대해 "영어 가이드 버전을 듣고서는 곡이 잘 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이런 감은 잘 안 온다는 걸 느꼈다"며 "그런데 소속사에서는 너무 심심하고 곡의 제목도 추상적이라 흥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주셨다"고 고백했다. 정규 4집 앨범에 수록되더라도 가장 먼저 주목받는 선공개 곡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그는 "이건 흥행 100%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확신에 차는 일이 잘 없다. 믿고 따라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는데 적중했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아이유의 '밤편지'는 2017년 음원차트 개편 이후 발매와 동시에 멜론을 포함한 7개 차트에서 동시에 1위로 진입한 최초의 사례로 남았다. 이 곡은 지금까지도 아이유의 대표 음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이유는 곡 발매 시간도 자신의 확신에 따라 정했고, 훌륭한 성과로 '촉'을 증명했다. 주로 음원은 오후 시간에 발매되는 데 반해 아이유의 '가을 아침'은 오전 7시에 발매됐다.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음원 청취율이 떨어질 거라 생각한 소속사는 오전 발매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유는 '가을 아침'이 제목인 만큼 가을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이 이 곡을 듣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오전 7시 발매를 밀고 나갔다.
사전 홍보도 없이 오전 7시 갑작스럽게 공개된 '가을 아침'은 발매와 동시에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 상위권에 진입, 다음날 모든 음원 실시간 및 일간 차트 1위를 싹쓸이하며 퍼펙트 올킬을 기록했다.
그룹 (여자)아이들의 전소연 역시 자신이 작업한 곡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회사를 설득해 곡을 발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Nxde'(누드)에 대해 "발매 전 단어가 선정적이라며 회사에서 반대가 심했다. PPT까지 만들어 설득력을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전소연의 믿음에 보답하듯 'Nxde'는 발매 하루 만에 주요 음원사이트 1위로 직행했고, 뮤직비디오는 발매 1년 7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3억뷰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로제, 아이유, 전소연은 히트곡을 직접·작곡·작사하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히트곡을 창작해낸 경험이 있는 만큼,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곡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이들이다. 만약 세 아티스트가 소속사와 주위 의견에 수긍했더라면, 팬들은 이런 명곡의 존재도 모른 채 두 귀가 아쉬웠을 테다. 이들이 자기 감각을 굳게 믿고 따라 다행인 일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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