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솔로라서' 영상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들이 갈수록 선을 넘고 있다. 출연 부부, 가족들 간 불화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연출이 들어간다는 것은 시청자들도 감안하지만, 이제 수용할 수 있는 정도를 점점 넘어서고 있다. 방송이 가족 해체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가족 관찰 예능의 뜨거운 인기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가족을 소재로 한 예능들이 꾸준히 방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혼, 돌싱, 부부 갈등, 육아 고민 등에 초점을 맞춘 예능들이 다수다. '이혼숙려캠프', '이제 혼자다', '솔로라서' 등이다.

사진=TV조선 '이제 혼자다' 캡처


이들의 출발 취지는 좋다. '이혼숙려캠프'는 인생을 새로고침하기 위한 부부들의 이야기라는 기획 의도를 내걸었다. '이제 혼자다', '솔로라서'는 솔로와 이혼, 사별 등으로 돌싱이 된 이들의 세상 적응기를 살펴보며 홀로서기를 응원한다는 의도다.'이제 혼자다'는 출연자들이 전 배우자를 저격하는 장이 되고 있다. 박지윤과 이혼 후 최동석은 복귀작으로 '이제 혼자다'를 택했는데, 방송 내내 자신의 처지가 억울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박지윤을 묘하게 깎아내렸다. 율희는 '이제 혼자다'를 최민환과의 이혼 사유를 밝히는 계기로 이용했다. '솔로라서'의 경우 전 남편과 이혼 과정 중 관련 없는 여성을 상간녀로 오해해 한바탕 난리를 피운 황정음을 MC로 내세웠다. 황정음은 이 프로그램에서 전 남편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다. 돌싱인 채림이 아들 육아를 두고 "아이가 성장하는 예쁜 과정을 나만 보게 되어 속상하다"고 하자, 황정음은 "저는 반대로 아이들을 보면서 '예쁘다. 이걸 나만 보다니 메롱' 이런 느낌이다. '너는 못 보지?' 약올리고 싶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들을 보고 나면 기억남는 건 다시 솔로가 된 이들의 새로운 삶이 아니라 전 배우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토로한 이들의 모습뿐이다.

사진=JTBC '이혼숙려캠프' 캡처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진정성 문제도 있다. '이혼숙려캠프'에 눈만 마주치면 싸워 '투견부부'라는 별칭을 얻은 부부. 아내는 남편에게 집에서 배변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남편은 빚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했다는 사실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프로그램 속에서도 한치의 양보 없던 부부. '투견부부' 남편은 고민 상담 예능인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이혼숙려캠프' 이후 악플로 인해 상처 받고 있고, 아내 역시 스트레스가 쌓여 또 다른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이혼을 발표했다. 방송을 사적인 화제성몰이로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금쪽같은 내 새끼', '고딩엄빠' 시리즈 등도 마찬가지다. '육아 솔루션계 대모'로 꼽을 수 있는 오은영이 진행하는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금쪽같은 내 새끼', 이혼 전문 이인철 변호사가 고정 패널로 등장하는 '고딩엄빠'.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며 출연 가족들이 겪는 각종 갈등, 고충을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들 방송을 보고 나면 남는 건 답답함뿐이다. 솔루션은 잠깐일 뿐, 사연자들의 답답한 이야기가 더 뇌리에 남기 때문이다. 오은영 박사는 전문의로서 솔루션을 내놓지만, 정작 제작진은 화제성 몰이에 방점을 찍은 듯한 편집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숏츠 캡처
이러한 가족 예능이 '불화'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은 미디어 환경 변화 영향도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짧은 영상이 대세다.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고자극'을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도파민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는 건 결국 시청자다. 또한 이러한 콘텐츠가 결혼 생활에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키면서 결혼, 가정,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혼을 조장하고, 가족 해체를 유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감칠맛을 위한 약간의 'MSG'는 시청자도 납득한다. 하지만 MSG를 들이부어 버린다면 결국 본연의 맛은 없어지고 괴상한 결과물만 남게 될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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