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이하 'SNL')가 대중의 인내심을 한계에 다다르게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간 'SNL'은 '나는 솔로' 출연자, 젊은 아이돌, BJ 등을 패러디하면서 풍자 대상 선정에 대한 부적절함을 지적받았다.
지난 19일 방영된 쿠팡플레이 'SNL6' 김의성 편에서는 논란이 극에 달했다. 이번 방송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뉴진스의 하니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장면이 등장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아영은 한강 작가의 방송 인터뷰 당시 자세와 말투를 과장하여 패러디했다. 이는 한강 작가의 외모와 태도를 희화화한 것으로,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한 인물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대중이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는 인물을 희화화의 소재로 삼는 것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같은 날 지예은은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과 가발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그는 베트남계 호주인 하니의 발음을 흉내 내려는 듯 어눌한 말투로 국정감사에서 한 증언을 희화화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출석하게 됐다"는 대사는 하니가 국정감사에서 진지하게 증언한 피해 사실을 우스꽝스럽게 왜곡한 것으로 많은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냈다.
하니는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겪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증언했다. 이 사건은 호주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으며, 피해자로서 진지하게 호소했던 내용이 방송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외국인의 발음을 따라 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제노포빅'(xenophobic, 외국인 혐오)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외국인의 발음을 흉내 내는 것이 더 이상 웃음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에서 이번 장면은 더욱 부적절하게 여겨졌다.
이번 사건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SNL'이 '약자만 골라서' 희화화해왔다는 지적이 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SNL'은 사회적 강자나 물의를 일으킨 권력층을 비판하기보다 반박할 여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을 주로 희화화해왔다. 앞서 방시혁과 과즙세연의 만남을 다룬 패러디에서도 방 의장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고 여성 BJ에게만 '육즙수지'라는 별명을 붙여 조롱한 바 있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도 놀림거리가 됐다. 지난 4월 방영된 'SNL5'에서 이수지는 19기 순자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 앞서 16기 영숙을 비롯한 여러 출연자가 희화화된 사례 중 하나로, 이미 악플에 시달리던 비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이번에도 'SNL'은 풍자가 필요한 사회적 권력자 대신 뜬금없는 이들을 조롱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한강 작가의 명예와 하니의 용기를 희화화한 것이 대중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로 인해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이 의심받게 됐고, 일각에서는 폐지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