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RM, 갓세븐 진영, 배우 김혜수/사진=텐아시아 사진DB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국내 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스타들 가운데서도 그동안 젊은 세대가 문학적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자기 역할을 해온 스타들이 있다. 일명 '텍스트 힙' 현상을 이끈 이들이다.
사진=그룹 방탄소년단 RM 인스타그램 캡처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연예계도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RM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담긴 게시글을 공유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하트 이모티콘을 남겨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같은 그룹 멤버 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작가님, '소년이 온다' 군대에서 읽었습니다. 흑. 축하드립니다"라고 적었다.배우 문가영도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으로 별다른 멘트 없이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강 작가의 캐리커처를 올리며 축하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 외에도 배우 류준열, 고현정 등 다양한 연예계 인사들이 한강의 수상 소식을 알리며 축하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RM, 소설가 한강/사진=빅히트뮤직, 노벨상 공식홈페이지 캡처


특히,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부터 꾸준히 그의 소설을 추천해 온 연예인이 있다. 바로 그룹 방탄소년단 RM이다. 그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직접 읽었으며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혔던 바 있다.그 외에도 RM은 소설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예술가 안규철의 '사물의 뒷모습' 등 국내 현대문학을 꾸준히 추천해왔다. 그가 추천했던 '사물의 뒷모습'은 일주일 만에 판매량이 250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12년 전 절판됐던 조용훈 교수의 '요절'이라는 국내 문학 서적을 2022년 재출간 시키기까지 했다. 단순히 그의 곁에 뒀던 책 '요절'이 팬들의 주목을 받은 것. 팬들의 구매 문의가 쏟아지자 출판사는 절판됐던 이 책을 다시 펴냈고, 책은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라섰다.

그룹 갓세븐의 진영도 한강의 책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던 바 있다. RM과 마찬가지로 독서광으로 유명한 그는 자신의 인생 책으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를 꼽았다.배우 김혜수도 '문자 중독'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독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지난해 5월 5·18 광주민중항쟁을 기리며 이 책을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렸던 바 있다.

그는 소설 외에도 에세이,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취향을 갖고 책을 추천해왔다. 작가 김지은의 '태도의 언어'는 발간 당시 추천사를 직접 쓰기도 해 관심을 끌었던 바 있다. 또한 그는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서 소설가 박완서의 7개 단편소설 모음집을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읽어 기록하고 전속 모델이 되는 등, 젊은 층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소설 소년이 온다 표지/사진=온라인 서점 yes24 캡처
이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책을 나서서 읽으면서 2030 젊은 층이 유행처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을 '텍스트 힙'이라고 칭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독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MZ세대가 책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여겨졌던 독서가 독특한 취향을 '힙'하게 보여준다는 대중적 인식이 새겨진 것이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텍스트 힙' 현상에 대해 "누구나 책을 읽는다면, 독서는 힙해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니 색다르고, 멋져 보이는 거다. 영상과 이미지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텍스트를 향유할 줄 아는 사람이 희귀하기에 가치 있다고 여기게 되는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에 셀럽들은 당연히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주류적인 것을 추천하니 대중 입장에선 호기심이 갈 것이고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이 있기에 멋지게 느껴지는 거다"라며 "팬들에게는 그 셀럽을 좋아하는 이유를 늘려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셀럽이 나타나서 그 글을 추천하며 뜻을 해석해준다면, 그 사람이 그 셀럽에게 느끼는 매력도는 달라지기에 십상이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며 "우리 삶에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고 내 삶의 고통을 주는 원인까지도 꿰면서 묵직한 무게를 가진 이러한 작품들은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다. 그런데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측이 어찌 보면 셀럽이지 않나. 한강이 노벨문학상 받으면서 갑자기 소수자들끼리만 공유하던 것들이 대중에게 좋은 것으로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예술적 가치에 집중한 비주류 소설이 대중적 주목을 받는 여러 계기 중 하나가 셀럽의 '샤라웃', 추천이 될 수 있다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