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2' 정동윤 감독 / 사진제공=넷플릭스


"(박)서준 씨가 관심있다고 해서 '어?' 움찔했고, (한)소희 씨도 한번에 오케이 해줬어요. 이런 류의 드라마가 한동안 제작 안 됐던 건, 냉정하게 보면 한 십년 동안 배우들이 안 하려고 했어요. 한류 이런 거 때문에요. 누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던 것 같네요. 서준 씨나 소희 씨 둘 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데 이런 이야기에 동참했다는 자체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사실 한국 역사에 대해 외국 사람들이 그리 궁금해하지 않는데, 톱10에 들어가 있는 거 보고 충분히 해냈다 싶어요. 이야기 자체의 힘도 있었지만 두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 메시지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까지의 대장정을 마친 정동윤 감독이 이같이 말했다. '경성크리처2'는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괴물 같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비극과 이에 맞서는 두 청춘의 애틋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경성크리처2' 정동윤 감독 / 사진제공=넷플릭스


OTT 분석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9월 27일 공개된 '경성크리처2'는 이틀 만에 글로벌 TV쇼 부문 3위에 올랐다. 또한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80개국 TOP10에 들었다.

"배우의 힘이 컸던 거 같아요. 촬영할 때는 박서준, 한소희가 얼마나 대중적 파워를 갖고 있는지 몰랐는데, 두 사람을 보고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지 않았나 싶어요."시즌1은 개연성 부족한 서사와 늘어지는 전개로 혹평을 받기도 했다. 독립군을 다소 무능하게 그려 비판이 일기까지 했다. 이에 정 감독은 시즌2를 재편집했다고 밝혔다.

"작가님이 써주신 것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를 찾아보려고 했어요. 속도감을 높이려고 했죠. 처음에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걷어냈고 몰입되게끔 했어요. 엔터테이닝 요소가 느껴지게 했습니다."

'경성크리처'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즌1에서 끝맺어지지 못했던 주인공들의 멜로는 시즌2로 이어진다. 정 감독은 "멜로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시즌1에서 해결 안 된 건 두 사람의 멜로였어요. 서로 죽은 줄 알고 있다가 79년이 지난 후 이야기가 이어지게끔 하는 게 보는 사람들에게 감정적 응원, 회복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대를 살며 고스란히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이 재회해서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이,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했던 또 다른 상징적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정 감독은 박서준, 한소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주인공 박서준, 한소희에게 "두 분이 시즌2에서는 훨씬 많은 역할을 해줬다. 이게 주인공인가 생각했다. 이름값을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며 특히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또한 "이들이 끌고 나가니 다른 스태프들, 배우들도 '끝까지 해내자' 이런 게 있었다. 팀워크가 좋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프로페셔널하고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앞뒤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좋았고 털털하고 지금 나이에 맞는 고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저도 톱스타 대하는 게 어렵다. 낯가린다. 어려운데 이들이 편하게 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시즌1보다 2에서 더 친해졌고 배려심도 싶어졌어요. 거리감이 없어져서 더 절실하게 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의 일을 담은 거잖아요. 아무리 절절해도 그렇게까지 절절하진 않을 것 같은데, 79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추억을 가지고 살아간 사람들이 다시 만났을 때 눈빛 같은 게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소희 씨와 서준 씨가 서로 만나서 달려가는 장면에서 감정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지막신에 재회할 때도 서준 씨는 약간의 슬픔이 있는 미소를 지었고, 소희 씨도 눈물이 나올 듯 말 듯 알 수 없는 감정의 연기를 잘해줘서, 그날 찍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진=텐아시아DB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시즌2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 제작진이 시즌3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정 감독은 시즌3 가능성에 대해 "내가 구상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며 웃었다. 이어 극 중 비밀 정예 요원 쿠로코(이무생 분) 역을 언급하며 "알 듯 모를 듯,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이 사람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방향으로 마무리하는 게 저는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 사실이 있는데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얘기해줘야 한다"며 다시 한 번 '경성크리처' 시리즈에 담은 항일 메시지를 강조했다.

"용서와 망각은 달라요.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 우리를 아프게 해놓고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는 겁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이 살면서 하지 말아야할 일들을 여전히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고, 역사에 희생 당하는 아픈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쉽게 타협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야죠. 까끌까끌하게. 계속 생각나게. 그래야 세상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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