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과즙세연 SNS
급을 나눠 경쟁을 펼친다. 원초적인 재미를 자극하는 'K-계급' 콘텐츠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은 계급이 낮은 계급을 내려다보고, 목에 전자 목걸이를 차고 자신의 몸값을 드러낸다.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계급 의식을 예능, 드라마에서 여실히 녹여낸 콘텐츠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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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한 예능을 꼽는다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지난 10일 첫 공개된 '흑백요리사'는 다시금 요리 예능의 신드롬을 불러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18개국 TOP 10에 이름을 올렸으며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9월 3주차 TV-OTT 통합 조사 결과 드라마와 비드라마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프로그램 자체뿐만 아니라 백종원, 안성재 셰프, 더불어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들을 향한 관심도 매우 높다. 셰프들의 식당 예약이 더욱 치열해졌다.100인의 요리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당신은 ○수저입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계급이 정해집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한다. 강렬한 도파민을 선사하는 도입부다. 80인의 흑수저 계급 요리사와 백수저 셰프 20인이 대결을 펼친다는 구조부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80인의 흑수저 셰프들이 먼저 등장하고 그들보다 높은 단상에서 20의 백수저 셰프가 모습을 드러낸다. 확연한 계급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밑에서 백수저를 올려다보던 흑수저가 대결에서 승리했을 때 주는 카타르시스도 무시할 수 없다. 계급 콘텐츠의 가장 큰 재미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는 '흑백요리사' 이전에 '더인플루언서'로 재미를 봤다. '더인플루언서' 역시 계급을 소재로 한다. 매우 잔인하고 자극적으로 말이다. '더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이 곧 몸값이 되는 대한민국 인플루언서 77인 중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소셜 서바이벌 예능이다. 인플루언서들은 전자 목걸이를 차고 자신의 '인플루언서' 가치를 증명해내려고 애쓴다. 몸값으로 순위가 정해지고, 급기야 자신의 몸값으로 다른 사람을 사기까지 한다. 관심이 곧 계급을 정하는 인플루언서의 현실 세계를 극대화해서 보여줬다.넷플릭스의 대박 콘텐츠 '오징어게임' 도 마찬가지다. 결국 돈 있는 사람의 놀이에 힘없고 돈 없는 사회의 약자가 게임 말이 되어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다.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을 보여준 것.

계급을 나누고, 경쟁하고, 승자를 가리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웨이브에서도 질세라 예능 '여왕벌 게임'을 내놨다. 여성 리더 1인과 남성 팀원 3인이 팀을 이뤄 상금을 놓고 경쟁하며 그룹 내 계급 갈등, 신분 상승의 욕구, 정치 싸움 등을 펼친다.

한 시대의 유행 콘텐츠는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자본에 따라, 직업에 따라, 성별에 따라 갈등하고 계급이 나뉘는 현 세태의 모습을 K콘텐츠는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아카데미 극본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역시 계급론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을 그대로 담아냈다. 너무 계급론적인 시각을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이런 콘텐츠 소비에 환호하고 있다. 자극적인 계급론 콘텐츠를 보며 씁쓸한 뒷맛이 남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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