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손석희의 질문들' 캡처


최민식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배우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1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는 배우 최민식이 출연했다.최민식이 출연한 '파묘'는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파묘'에는 일부 항일 요소도 담겨있다. 일부에서 비판 의견이 나온 데 대해 최민식은 "반일 영화다, 좌파 영화다 그랬을 때. 왜 그렇게 생각하지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주제를 끌고 가다 보니까 독립운동가의 흔적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제가 출연했던 '명량'도 반일 영화가 되는 거다. 그건 마구잡이로 무찌르니까 대놓고 반일 아니냐"며 "'파묘'는 처음부터 반일을 의도한 영화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매너리즘에 빠져 똑같은 연기를 찍어내는 공장형 배우들에게 "그만둬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배우의 연기 변신에는 한계가 있다. 손오공이나 마술처럼 변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과장된 연기가 과연 변신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배우의 매너리즘은 기술적 부분보다 정신적 나태함이다. 출근 도장 찍듯 영혼 없이 촬영장 가면 관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친구도 거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학교도 가기 싫었다. 유일한 위로가 의정부 중앙극장에 가는 거였다. 처음에는 자려고 극장에 갔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의 인생작은 'A star is born'이라고. 그는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영화 장면이 떠올라서 다시 보러 갔다. 질풍노도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관심 갖게 된 분야가 영화"라며 "저를 잡아준, 배우의 길로 이끌어준 곳이 극장"이라면서 영화와 극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민식은 극장에 대해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곳, 추억이 머무는 공간 등 극장은 여러 의미를 지녔다. 추억을 고스란히 머금은 장소다. 그런 극장이 사라지는 게 배우로서 상실감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으로는 영화 '올드보이'를 꼽았다.손석희는 최민식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고은이 JTBC '뉴스룸' 출연 당시 "화려하지 않고 친근한 얼굴이라 좋다"고 말해 후배들에게 "배우에게 그런 말은 결례"라며 야단을 맞았다는 것.

최민식은 "나는 칭찬으로 들린다"면서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 등장했던 스칼렛 요한슨을 언급했다. 그는 "왜소한 여학생 같았는데, 카메라 앞에 서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 배우로서 자존감과 능력은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발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석희는 "'우리 직원들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손석희가 "이건 욕 먹어야 하죠?"라고 하자 최민식은 "그런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1962년생인 최민식은 1981년 연극 '우리 읍내'로 연극 무대에 올랐고, 드라마 1990년 '야망의 세월'로 방송 연기를 시작했다. 40여년 연기의 길을 걸어온 최민식은 "의무적으로 연기하기에는 내 청춘이 아깝고 억울하다. 아직까지는 연기하는 재미에 취해 작업을 하고 있다. 만약 녹록지 않다면 과감하게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식은 "꼭 멜로 장르, 장년의 사랑을 꼭 해보고 싶다. 그런데 캐스팅이 안 들어온다"면서 "죽어도 좋아'(2002)를 보고 진짜 뭉클했다"고 말했다. 생각하는 '영화의 주제'에 대해 묻자 그는 "교통사고처럼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는데, 이걸 밀어붙일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사람 내면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함께 멜로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로 동갑내기 이혜영을 꼽았다. 최민식은 "25년 전 연극 '햄릿' 때 만나고 '카지노'로 재회했다. 동료지만 조경한다. 좋은 배우와 깊은 얘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혜영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살 빼고 오라고 할 것 같다. 그래서 못 하는 거"라며 웃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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