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도 98.9%의 확률 앞에서 떨었다. ‘10대 사격 천재’는 슛오프 끝에 0.1점을 벌렸다. 결과는 두 종목 다 금메달이었다. 한국 남자양궁이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여고생 명사수 반효진이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영광의 한국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29일(이하 한국시각) 밤 남자양궁 대표팀(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의 올림픽 3연패 도전이 결승 상대인 개최국 프랑스를 상대로 이어졌다. 한국은 8강부터 결승까지 일본, 중국, 프랑스를 차례로 압도하며 ‘무결점 금메달’을 따냈다.
결과만 보면 당연해 보였지만, 이날도 기보배 KBS 양궁 해설위원은 떨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KBS 양궁 중계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타 중계에 없는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선수별로 중요한 순간 ‘9점 이상 쏠 확률’, ‘8점 이상 쏠 확률’ 등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띄우고 있다. 이 ‘실시간 데이터’는 야구의 ‘타율’과도 비슷한 개념으로, 시청자들이 경기 매 순간에 더 몰입하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날 3세트 마지막 순간, 남자양궁 대표팀 맏형 김우진이 부담감 속에 활을 잡았다. 중계화면에는 ‘8점 이상 쏠 확률 98.9%’가 떴고, 8점 이상만 쏘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신중하게 활시위를 당긴 김우진은 10점을 명중시켜 금메달을 확정했다.
자기 일처럼 몰입했던 기보배 해설위원은 “마지막에 김우진이 굉장히 부담을 많이 가졌을 것 같다”며 “아무리 끝까지 잘 해낼 수 있는 선수지만...”이라고 98.9%의 확률이라 해도 양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김우진은 “이 기운을 몰아서 개인전에서도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열린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승에서 반효진은 슛오프 접전 끝에 0.1점 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 후반, 반효진은 9.7점 이상의 한 발만 쏘면 금메달을 확정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이대명 KBS 해설위원은 “반효진 선수한테는 10점이 쉽다”며 승부가 나길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9.6점으로 ‘금메달 슛오프’가 성사됐다.
중계석에선 탄식이 나왔지만, 차분한 무표정으로 슛오프에 임한 반효진은 10.4점을 쏘아 10.3점의 황위팅(중국)을 0.1점 차로 꺾고 금메달을 가져갔다. 이광용 캐스터와 이대명 해설위원은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며 겨우 숨을 쉬었다. 이대명 위원은 “반효진 선수는 10점 후반을 계속 쏘다 보니 그보다 낮은 점수가 아쉬워 보일 지경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정말 잘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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