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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장르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매번 새로운 캐릭터로 대중들을 만났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연기 여왕' 전도연이지만 올해는 연극 무대에도 오르고 신작 영화로 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는 등 끊임없이 도전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다음달 개봉한다. 전도연은 '리볼버'에서 약속받은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직진하는 수영 역을 맡았다.
'리볼버'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전도연은 차가운 얼굴로 캐릭터 내면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극 중 수영은 모든 비리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출소한 전직 경찰. 전도연은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그는 "수영이는 꿈과 야망이 있는 친구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 앞만 보고 가는 캐릭터다. 얼굴에서 모든 감정을 배제한 연기를 해본 적이 있나 싶었다. 모니터를 할수록 무한 반복되는 것 같았고 제가 제 얼굴이 지루하게 느껴졌다"며 "다른 배우들이 모노톤을 풍부하게 채워줬다"라고 말했다. 차갑게 식은 얼굴 속에 다층적 감정을 녹여낸 전도연의 연기가 '리볼버'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전도연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킬러 역을 맡은 바 있다. 극 중 길복순은 딸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전도연은 여유로우면서도 강렬하게 킬러 역을 소화하며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 그 자체'라는 호평을 받았다. '길복순' 직전 방영된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는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자들에게 달달함과 설렘을 선사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벚꽃동산' 공연 장면. / 사진제공=LG아트센터


전도연은 올해 6월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 '벚꽃동산' 무대에도 올랐다. '벚꽃동산'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쓴 동명의 고전을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재해석한 작품으로, 19세기 몰락한 여성 지주의 이야기를 현대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로 풀어 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조명한다.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재벌가 여성 송도영이 가족들과 함께 10년 만에 다시 '벚꽃동산'을 찾아면서 벌이지는 일을 다룬다.

전도연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생생한 무대를 만들었다. 천방지축 사랑스러운 여성의 모습부터 아들을 잃은 비통한 엄마의 모습까지 밀도 있는 연기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무엇보다 전도연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전도연은 당초 '벚꽃동산'의 출연을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의 또 다른 작품 '메디아'를 보고 피가 끓는 게 느껴졌고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연극 무대를 다시 찾은 전도연은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두려움이 컸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제된 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연극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제가 다양한 작품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저는 해보지 못한 작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도전이라면 도전이지만 저에게는 해보지 않은 또 다른 작업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전도연은 '벚꽃동산'에서 '더블 캐스팅' 없이 30회 차 공연을 모두 소화했다. 공연은 매진 세례를 이뤘다. '벚꽃동산'의 국내 공연은 종연했지만, 해외 투어가 예정돼 있다.

이처럼 전도연은 올해도 연극부터 영화까지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변화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갖고 있을 터. 하지만 두려움에 그치지 않고 이를 원동력 삼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전도연이다. 몇 번의 전성기를 지내고도 여전히 N차 전성기가 남아있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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