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가수 이효리, 그룹 다이나믹 듀오, 엑소가 십수 년 전 발매한 곡이 온라인 플랫폼 틱톡(TikTok) 챌린지 음악으로 재조명받아 화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현상에 관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아우르는 'Z세대'의 문화적 관심사가 2000~2010년대로 이동 중이라는 사실이 틱톡으로 가시화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일 가요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2013년 9월 발매한 '진격의 방탄' 음원 이용자 수가 갑작스럽게 증가 추이를 보인다. 틱톡에서 해당 곡을 활용한 챌린지를 그룹 보이넥스트도어 등 아이돌 그룹이 참여하며 퍼졌고, '진격의 방탄'은 2년 만에 멜론 기준 일간 이용자 수 1000명대를 회복했다. 지난달 17일 기준 이 곡의 일일 이용자 수가 390명이었던 데 반해 지난 18일 1008명을 기록해, 한 달 새 이용자 수가 3배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발매한 지 10년도 더 지난 과거의 곡이 틱톡으로 재발견되고 음원 차트 역주행까지 하는 사례는 다양하다.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가수 이효리가 2003년 발매한 '10 minutes'(텐 미닛)이다. 20일 기준 틱톡에는 이효리의 '텐 미닛' 음원을 사용한 영상이 56만 880개 이상 업로드돼있다. 이 영상들은 '10 minutes challenge', '10 minutes 챌린지', '10 minutes 메이크업'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왔다.
'텐 미닛'은 2천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틱톡커가 지난 4월 "TREND MAKE UP 2000s"라며 이효리의 Y2K 콘셉트를 따라 하는 메이크업 챌린지를 공개하면서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이효리의 '텐미닛' 음원은 한 달간 틱톡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텐미닛'은 스포티파이 글로벌 데일리 바이럴 차트 11위, 써클차트, 유튜브 등 국내 소셜차트에서도 2위를 하는 등 발매 20년 만에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 노래를 사용한 인스타그램 릴스 게시물 역시 10만개가 넘는다.세계적 인기에 원곡자 이효리의 2024년 리메이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아지자, 그는 악동뮤지션의 데뷔 10주년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석해 과거 그대로의 비주얼로 '텐 미닛' 무대를 펼쳐 크게 화제가 됐었다.
이효리 '텐 미닛' 이전 틱톡 역주행 곡으로는 다이나믹 듀오의 'AEAO'(에아오)가 있다. 2014년 발매됐던 이 곡은 지난해 틱톡 챌린지로 크게 유행한 것을 계기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전 세계 주요 음악 차트를 휩쓸었다.또한, 지난해 빌보드(Billboard)는 해당 곡에 관해 "힙합 베테랑 다이나믹 듀오가 기적과 같은 2023년을 보냈다"며 "전설적인 프로듀서 DJ PREMIER(프리미어)와 협업한 'AEAO'로 글로벌 모바일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올해의 여름 노래' 한국 지역 TOP 10에 올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해당 곡을 활용한 챌린지에 그룹 샤이니 민호, 그룹 엑소 세훈과 찬열, 그룹 더보이즈, 가수 에일리 등 유명 가수들이 참여했다.
다이나믹 듀오는 이러한 인기에 화답하고자 오는 9월 데뷔 첫 유럽 투어를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엑소가 2013년 발매한 캐롤 '첫눈'도 지난해 겨울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하는 등 역주행 기록을 세웠다. 당초 안무가 없던 이 곡의 음원을 빠른 속도로 돌린 스페드업 버전에 댄서 황세훈이 따라 하기 쉬운 큼직한 동작, 밝은 표정의 안무를 구성해 챌린지로 만들었다. 이 챌린지가 틱톡에서 100만 건 이상 이뤄지며 음원 차트 성적으로 나아갔다.
해당 챌린지에는 원작자인 그룹 엑소를 비롯해 그룹 스트레이 키즈, 엔하이픈, 에스파, 르세라핌, 아이브, 세븐틴, 트레저, (여자)아이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레드벨벳, NCT, 제로베이스원, 라이즈, 아스트로, 비비지 등 인기 K팝 아이돌 다수가 참여했다.
관계자들은 Y2K가 유행인 지금, 성인에게는 익숙한 10여 년 전 문화가 10대와 20대 초반 대중에게는 힙하고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인식이 틱톡에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 현상의 중심에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해당하는 Z세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지난 콘텐츠도 Z세대에게는 '레트로'로 받아들여진다. 지금 유명한 그룹이라고 하더라도, 새로 유입된 팬덤이 구작을 발견해 역주행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 대상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디깅 문화의 일종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헌식 평론가는 "이효리 씨의 경우 최근 방송 활동이 잦아지면서 셀럽으로서 재발견되는 과정에서 챌린지가 유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Y2K가 유행하는 지금, 대중의 디깅 포인트가 2000년대에서 2010년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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