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텐아시아DB/오=KBS홈페이지 캡처


안타깝고 슬픈 사연인데 KBS2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에 출연했단 이유로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실정이다. 그룹 신화 출신 이민우의 어머니는 치매 판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검사를 꺼렸지만, 방송을 통해 공공연히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가족들의 아픔을 방송 소재로 쓰는 건 누구에게도 즐거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KBS2 '살림남' 캡처
79세인 이민우의 어머니가 지난 8일 방송된 '살림남'에서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와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는 "한 바퀴만 돌고 들어가겠다"면서 남편을 먼저 들여보냈다. 그러나 3시간이 지나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를 찾으러 나온 이민우는 공동 현관문 앞에 앉아있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상황이었다. 휴대폰도 집에 둔 상태라 누구와도 연락하기 어려웠었다. 이민우의 어머니는 무릎 수술을 한 상태라 서 있는 것도 힘들어하는 상태였다. 자신을 찾으러 나온 이민우와 마주친 어머니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서 오열했다. 이민우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으면 호수라도 누르지 그랬냐"고 말했지만, 호수조차 생각 안 났다는 어머니의 말은 이민우를 마음 아프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친누나와 지난해 벚꽃을 보러 간 추억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였다. 이민우와 그의 누나는 크게 충격을 받았고, 어머니께 알츠하이머 검사를 권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조만간 괜찮아질 것이라며 검사를 꺼렸다.
사진=KBS2 '살림남' 캡처


인터뷰에서 이민우의 어머니는 병원 방문을 거부하는 이유를 토로했다. 혹시나 치매 판정받을까 봐 병원 가기가 두렵다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이를 크게 지적하고 있다.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그의 어머니가 검사를 마다하는 상황인데, 방송을 통해 전국민적으로 공개하는 건 더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느끼는 동시에 심각한 상황을 방송 소재로 써야 했냐고도 비판하고 있다. 현관 비상벨 주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이들은 "떡하니 카메라 설치해 놓고,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 개입 안 하는 것도 문제다. 진위를 떠나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 시청률과 화제성을 높이려는 의도는 옳지 않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사진=KBS2 '살림남' 제공


다수의 시청자가 '살림남'에 불신을 표하는 이유는 자극적인 연출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2022년 8월 홍성흔 아들 홍화철의 포경 수술 장면이 논란됐다. 홍화철과 친구들의 등 수술 장면이 가감 없이 공개됐기 때문. 시청자들은 미성년자 아이들의 포경 수술을 예능 소재로 삼은 것을 '성 학대'라고 문제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살림남'은 또 미성년자 인권 논란에 휩싸였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은 최경환 자녀들의 샤워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나뭇잎으로 신체 일부를 가렸지만, 샤워 장면은 1분여간 전파를 탔다. '살림남' 게시판을 통해 시청자들은 '미성년자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살림남'이란 프로그램에 관한 인식 자체가 긍정적이지 만은 않은 상황에서 또 한 번 이민우의 어머니 사연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사진=KBS2 '살림남' 캡처


일부 누리꾼은 이민우의 처지로 인해 방송 소재를 자극적으로 기획한 게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이민우는 지난 1일 '살림남'에서 26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족들도 모두 알 정도로 친했던 20년 지기에게 사기당했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그 이상의 것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민우는 "제일 힘든 건 정신적인 거다. 계속 세뇌당하면서 자존감은 바닥나고 자괴감에 빠진다. 죽으라면 죽어야 하고, 기라면 기어야 하고, 뛰라면 뛰어야 하고, 울라면 울어야 한다"면서 힘들게 지낸 근황을 토로했다.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지만, 사연이 사실이라면 어머니의 증세를 지켜만 보면서 방송에 송출할 게 아니라 다 같이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흥미로운 점은 없고 불편함만 안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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