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 조사 중인 가수 김호중(33) 관련 논란이 3주째 접어들었다. 지난 2주 동안 연예계는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다름 아닌 김호중과 그 소속사 관계자들의 거짓말이다. 범죄 은폐를 위해 시작된 거짓말은 이번 사건을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조금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연예계에서는 범죄 여부보다 진정성과 신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기반으로 소통한다는 특징 때문에 그렇다. 사람들은 진짜가 아닌 가짜를 싫어한다. 거짓과 가짜는 '대중 기만'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과거 범죄를 저지르고도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나아가 죄도 지을 수 있다. 사람은 완전무결하지 않다. 때문에 범죄 이슈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다. 범죄 이력이 있지만 복귀해 활동하는 연예인의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중 앞에 고개 숙여 진정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김호중은 여러 번의 기회를 날렸다. 지난 9일 사건 직후부터 뺑소니 사실이 알려진 후, 음주 사실을 고백할 당시, 경찰 출석 조사 전후 등 그의 의지가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충분히 사과할 수 있었다.

기회를 날린 것도 모자라 점입가경이었다. 김호중은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강행했다. 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무대에 올라 노래했고, '죄송하다, 잘못했다'는 말 되신 '죄를 지은 사람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라며 되려 고자세였다. 경찰 조사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김호중은 경찰서에서 '취재진 앞에 내가 먹잇감이 되어야겠나'라며 귀가하지 않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중의 거짓말을 참을 수 없는 것은 대중뿐 아니라 수사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거짓말은 자충수가 돼 '구속 수사'로 이어졌다. 김호중은 사건 발생 15일 만인 지난 24일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김호중이 처음부터 반성하고 잘못을 시인했다면,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신체의 자유를 누리는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호중에 버금가는 대중 기만 연예인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그룹 JYJ 출신 박유천과 방송인 신정환이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 사진=텐아시아DB
박유천은 팬 관련, 사회복무요원 관련, 성폭행-성매매 관련 등 사건사고가 차고 넘쳤는데, 그 중 마약 혐의 결백을 주장하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시 그의 기자회견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지금까지 연예계 회자되고 있다. 박유천은 지난 2019년 마약 혐의가 불거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눈물까지 흘렸다.

실제로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자 중 박유천의 호소에 설득돼 그의 무고를 굳게 믿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거짓말은 오래 가지 않았고, 그의 체모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돼 구속됐다. 박유천은 그 사건을 계기로 방송가에서 퇴출됐고, 끝까지 의리를 지키던 코어 팬들의 이탈이 일어나며 사실상 연예계 퇴출됐다.


신정환 역시 과거 여러 차례 불법 도박 혐의로 약식 기소되는 등 고개를 숙였지만, 몇 년 지나지 않은 지난 2010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그는 뎅기열에 감염됐다는 거짓말로 대중을 농락, 이후 해외를 떠돌다 귀국해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 복귀를 점쳤고 실제로 복귀도 강했지만, 대중의 차가운 시선은 거둬지지 않았다. 현재 그는 사업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박유천과 신정환의 선례로 볼 때 김호중 역시 이후 연예계에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물론 없어야하겠지만,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범죄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다.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한번 깨진 신뢰는 다시 붙이기 어렵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