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아일릿/사진 = 어도어-빌리프랩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극한 대립 속 그룹 뉴진스와 아일릿이 딱 그 격이다. 뉴진스는 민 대표와 관련된 이슈로 주목받으며 향후 행보가 불안하고, 아일릿은 '카피캣'이라는 오명 속에 멤버들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뉴진스는 불안하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모회사인 하이브와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 중인 탓이다. 나아가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모의했고, 대표로서 문제되는 경영을 했다며 해임 계획을 갖고 있다. 민대표가 해임되면 당연한 수순으로 뉴진스의 프로듀서가 바뀌게 된다. 민 대표는 뉴진스 데뷔 이래 관련된 음악,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등 전체적인 콘셉트에 직접 관여하며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민 대표의 해임은 뉴진스로서는 거대한 변화다.일각에서는 뉴진스가 하이브에 반기를 든 민 대표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 대표가 해임될 경우 뉴진스가 전속계약해지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앞서, 뉴진스는 민 대표가 하이브에 대해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 관련 민 대표를 지지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뉴진스의 부모님들 역시 민 대표를 지지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진스가 하이브에 대해 전속계약해지 소송을 걸게 되면 승소 여부와는 관계 없이 뉴진스라는 팀 자체로서는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소송 진행 중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뷔한지 만 2년도 되지 않은 뉴진스가 송사에 휘말리게 되면 활동 중단은 불가피하고,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게 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가요계에 뉴진스를 대체할 그룹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최악을 가정하면, 이번 컴백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일릿은 아프다. 아일릿은 데뷔부터 '뉴진스 카피'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인 그룹에게, 아직 어린 10대 소녀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스스로를 '뉴진스 엄마'라고 칭하는 민 대표는 아무렇지 않게 옆집 딸들인 아일릿을 '카피캣'이라 평가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에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기 위해 아일릿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내몰았다. 가요계 데뷔의 꿈을 갖고 첫 걸음을 뗀 아일릿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이다.

잘 버티는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아일릿 원희는 지난 23일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했다. 건강상 문제의 이유를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일릿을 향한 민 대표의 '카피캣' 규정은 분명 큰 스트레스이고 타격이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같은 타격을 원희만 받았을까. 분명 다른 멤버들에게도 큰 상처가 됐을 것이다. 여기에 아일릿을 바라보는 일부 대중의 편향된 시선 역시 아일릿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에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은 민 대표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고소를 택했다. 빌리프랩은 "당사와 소속 아티스트를 상대로 일방적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피해를 끼치고 있는 민 대표에 대해 업무 방해와 명예훼손 혐의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빌리프랩은 아일릿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이같은 방식을 택했겠지만, 생채기를 들추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대처가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뉴진스와 아일릿은 어른들의 싸움에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는 것이다. 두 팀 대부분의 멤버가 아직 10대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제껏 노력해 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는 너무도 안타깝기만 하다. 하루 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 되어 뉴진스가 안정을 찾고, 아일릿이 건강하게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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