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엔터와 게임, 서로 다른 산업이었던 이들 사이 경계가 흐려지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이 업계 내 새로운 중심이 돼가고 있다. 엔터사는 엔터 IP(지식재산)을 활용해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게임 등 모바일 콘텐츠 제작 전문 회사는 자사 기술을 활용해 버추얼 아이돌을 제작하며 엔터 업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 K콘텐츠라는 큰 틀내에서 두 업계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꼽을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를 기반으로 둔 기업으로, 웹 콘텐츠 회사인 카카오페이지와 음악 제작 및 유통 전문인 카카오M의 합병으로 탄생한 종합 콘텐츠 자회사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뮤직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가수 아이유가 소속한 이담(EDAM) 엔터테인먼트, 밴드 페퍼톤스 등이 소속한 안테나 뮤직, 그룹 아이브 등이 소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룹 더보이즈 등이 소속한 IST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또한,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3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 엔터 부문의 히트 IP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 기반의 게임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는 웹툰과 웹소설을 합쳐 국내 누적 조회 수 1억7000만회를 기록한 IP다.
반대로,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소속사 VLAST(블래스트)는 게임 엔진 VFX를 개발하던 회사가 엔터로 진출한 대표적 사례다. 블래스트는 구조적으로 연예 매니지먼트사보다 게임사에 가깝다. MBC 사내 벤처기업으로부터 시작한 이 기업은 MBC 영상미술국 시각특수효과(VFX) 팀에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가 언리얼 전문가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넷마블 역시 버추얼 아티스트를 내놓았다. 지난해 넷마블 소속의 4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 메이브가 데뷔해 활동 중이다. 이 그룹은 넷마블의 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합작품으로 알려졌다.
하이브 역시 2021년부터 주요 임원을 게임사 출신으로 꾸린 하이브IM을 두고 종합 엔터사로 도약을 준비해 왔다.
하이브IM의 전신은 2016년 설립된 Superb(수퍼브)다. 2021년 9월 하이브의 게임사업 부문이었던 하이브IM이 수퍼브를 흡수합병했고, 이듬해인 2022년 4월 하이브IM은 별도 자회사로 독립했다. 2022년 6월엔 그룹 방탄소년단(BTS) IP를 활용한 '인더섬 with BTS'를 내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방 의장은 2022년 11월 "하이브가 음악만으로 중요한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우리 플랫폼이 고객들에게 어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게임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결국 게임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이 왔고, 게임업계 출신인 박지원 대표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게임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도 덧붙였다.SM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적극적인 협력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0일 업계에 따르면, SM은 최근 올해 1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하면서 카카오와 웹툰, 웹소설, 모바일 게임 등 2차 지식재산권(IP) 사업 협업을 지속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콘텐츠 융복합 현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즈니스적 수입 모델 관점에서 IP 콘텐츠 파생 효과를 노리는 거다"라며 "다만 우려스러운 점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헌식 평론가는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엔터 IP의 후광효과에 기대는 경우가 있다"며 "콘텐츠 다변화를 한다 해서 지속적인 수익 모델이 나는 게 아니다. 깊이 있는 콘텐츠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그런 점에서 기존 엔터 산업을 통해 콘텐츠를 창작해 본 경험이 있는 엔터사가 더욱 발전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타사의 콘텐츠를 통해 이익을 얻던 노하우를 지닌 기업과는 경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첨언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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