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강심장VS' 제공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VS'가 씁쓸한 종영을 맞이하며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5일 2.0%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한 '강심장VS'는 18부작 내내 반등하지 못했고, 일부 회차는 1%대로 하락하기까지. 최고 시청률은 3.1%에 불과했다. 결국 10여 년 전 '강심장'이 쌓아 올린 명성마저 퇴색되기까지 했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사진=SBS '강심장 리그' 제공
'강심장VS'는 강심장의 세 번째 시리즈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두고 출연진들이 토크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지난해 8월까지 방송된 두 번째 시즌 '강심장 리그'에서 지난 시즌에서 참패를 맛봤기 탓인지 여러 요소에서 차별점을 뒀다. 전성기를 맞이했을 당시 MC였던 강호동과 이승기를 다시금 '강심장 리그'의 MC로 앞세웠지만, 구시대적이라는 쓴소리를 피할 수 없을 만큼 실망스러운 요소가 상당했다. 지나친 사이버 렉카(자극적인 섬네일과 제목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 감성과 예전만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진행과 연출 역량이 그 사례다. '강심장' 시리즈는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발전된 모습을 보였어야 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도태된 채 시청자로부터 실망감만 자아내다가 12부작으로 마무리 지었다.

사진=SBS '강심장VS' 제공


'강심장' 제작진은 또 한 번 옛 명성을 찾고자 다소 무리한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시즌에서 워낙 쓴소리를 많이 들었던 터. 시청자의 기대는 낮았지만, 제작진은 나름대로 노력을 가했다. 강호동과 이승기 대신 전현무, 문세윤, 엄지윤, 조현아로 새롭게 진행자를 구성했다. '강심장VS'를 기획한 제작진은 앞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가고 싶어 MC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꺼낸 히든카드가 바로 전현무였던 것. 전현무는 뛰어난 입담을 자랑했지만, 타 예능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했기에 그만의 진행 방식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다수 있었다. 전현무가 유창하다고 한들 그의 진행 실력으로만 갖고 '강심장VS' 고유의 정체성을 나타내기엔 역부족이었다.촌스럽다고 지적받은 포맷에도 변화를 주기 위해 제작진은 프로그램명에 'VS'를 붙여 새로운 진행을 펼쳤다. 이는 상반된 성향의 두 집단으로 토크쇼를 벌이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소재가 고갈된 듯 10회 '빛이 나는 솔로'부터는 프로그램 주제에서 'VS' 표기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제작진 측은 텐아시아에 "중간에 포맷이 변경됐다"고 이야기했다. 바뀌어야 하는 뚜렷한 사유 없이 프로그램만의 특색을 변경됐다는 건 시청자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웠다. 갈수록 제작진 측이 추구했던 '강심장VS'만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화제를 이끌면서 그때 그 시절에나 통한 '강심장'을 보는 느낌이란 반응을 보였다.

사진=유튜브 '강심장' 캡처


제작진은 '강심장 리그'의 혹평을 극복하고자 여러 요소에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론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전히 뒤엎은 수준에 이르렀다. '강심장'을 대표했던 MC가 바뀔뿐더러 회당 6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토크하는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강심장' 오리지널과 상당히 달랐다. '강심장'하면 넓은 공간에서 많은 게스트가 복작복작 떠드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 어디에서도 '강심장' 특유의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시청자는 전성기 시절 '강심장'과 닮은 요소가 전무한데 왜 굳이 '강심장'이란 제목을 붙였냐고 비평했다.
사진=SBS '강심장VS' 제공


지난 16일 방송한 '강심장VS' 최종회에서는 종영 인사 또한 없었다. 제작진 측은 "프로그램 시작했을 때부터 18부작이라고 예고했다"며 마무리 인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듯 이야기했다. '강심장VS'뿐만 아니라 대부분 프로그램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몇 부작으로 구성할지 정하고 기본적으로 시청자에게 알려왔다. 아무리 예고했던 사실이라고 한들 종영 인사조차 간과한 건 시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강심장'은 리그와 VS까지 두 번의 리뉴얼을 앞두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시작 전엔 홍보하고자 큰소리를 떵떵 치더니, 별다른 반응이 없자 끝인사까지 조용히 넘기며 불명예를 안았다. '강심장'은 박수칠 때 떠났어야 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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