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엔터 업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대중의 니즈는 무엇인지,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K팝 팬들 사이에서 '포토 카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이를 이용해 차익을 거두려는 '포테크'(포토 카드+재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앨범을 사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카드가 하나씩 딸려나오는데,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른다는 '무작위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앨범보다는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을 사는 팬들도 많다. 수백만장에 달하는 K팝 앨범 판매고 중 상당수는 포토카드를 위한 '과다구매'의 영향이라는 게 업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엔터사들로서는 으레 해오던 판매방식이지만 무작위성에 의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도박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4일 엔터 업계에 따르면, 엑소 카이, 그룹 케플러 등의 유명 아이돌의 포토 카드가 약 1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포토 카드는 앨범 구매시 얻을 수 있는 한정판 굿즈다. 포토카드는 '가챠'(뽑기) 형식으로 시중에 풀린다.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특정 포토카드의 희소성을 높여 앨범 판매를 높이는 것이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카드를 얻을 때까지 앨범을 구입한다. 포토카드마다 출현 빈도가 다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온라인에서는 포토 카드 거래 전용 플랫폼도 만들어졌다. 희소성이 있는 포토 카드는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 원에 거래된다. 앨범을 사더라도 어떤 포토카드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앨범을 과다 구매하는 이유다. 특정 포토카드는 나오는 빈도가 낮다. 이 같은 포토 카드는 '한남더힐', '트리마제' 등 프리미엄 고가주택으로 비유되며, 가치 있는 굿즈 상품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포카가 가치를 가지려면 결국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연예기획사는 아이돌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그냥 판매하는 게 아니라, 앨범이나 팬 관련 행사를 통해서만 유통을 하다 보니 공급량이 조절돼 희소가치가 생겨나게 되고, 희소한 포토카드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현상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토 카드 거래 성행은 K팝 앨범 판매량이 과대 계상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도 쓰인다. 김헌식 평론가는 "미국이나 영국 언론은 K팝 시장에서 포토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 자체를 비판한다.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많은 앨범을 구매하게 되고, 이게 빌보드 같은 공신력 있는 차트에서 음반 판매량 수치로 나타나니 한국 아이돌의 음악 자체가 정말 사랑받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라고 언급했다.
포토카드의 무작위성은 다양한 문제를 파생할 수 있다. 우선 앨범 과다구매로 필요 이상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CD를 통해 음악을 듣는 이가 없음에도 CD 앨범은 날개 돋힌 듯 팔리는 게 그 증거다. 무작위성 자체의 도박적 특징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게임업계에서도 특정 아이템이 무작위 확률에 따라 나오는 것을 놓고 문제제기가 많았다. 때문에 무작위 아이템의 출현 확률을 공개하게 하기도 했다. 포토카드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규제할 순 없지만 사실상 오프라인에서의 게임 아이템처럼 돼버린 게 사실이다. 희귀한 포토카드가 미성년자들 사이에서는 가지고 싶은 물건이 되자, 또 다른 '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의미의 과소비 대상 물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포토카드 덕에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엔터사들로서는 이를 포기할 수 없다. 각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해 음반과 음원 매출이 9704억원이었다. 포토카드의 기여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상품(MD) 등 매출이 3255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포토카드 수요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YG엔터의 앨범 등을 포함한 제품 판매 매출은 지난해 1974억원이다. 다른 엔터사들 사정도 모두 포토카드 비즈니스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다보니, '역직구'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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