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또 겹치기 출연이다. 그룹 핑클 겸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또 겹치기 출연하고 있다. 뮤지컬 겹치기 출연의 부작용을 결코 모르지 않을 그다.
옥주현은 2024년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 2월 말부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주인공 마그리드 아르노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고, 지난해 8월부터 진행 중인 뮤지컬 '레베카' 투어서 '댄버스 부인'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또 오는 16일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뮤지컬 디바들의 공연 브랜드 '옥주현 with Friends 뮤지컬 콘서트'를 연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옥주현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옥주현의 무대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다. 티켓파워가 있다는 뜻이다.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에게 여러 제안이 들어가고, 무대에 대한 열정이 있는 배우가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기도 하지만, 옥주현의 경우는 다르다. 겹치기 출연 강행으로 여러 차례 문제를 겪었음에도 시정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그런 이력이 없었다면 몰라도 돌발적인 케이스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것은 배우의 욕심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옥주현은 2021년 6월 '위키드' 부산 공연에서 컨디션 난조로 맡은 배역 '엘파바'의 주요 넘버를 소화하지 못해 공연을 망친 이력이 있다. 이에 '위키드' 측은 해당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티켓 전액 환불' 조치를 취했고, 옥주현 역시 SNS를 통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도 옥주현은 "갑작스럽게 작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베토벤 시크릿 시즌2'와 '레드북'의 캐스팅을 변경했다.
두 사례 모두 옥주현의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됐다. 문제가 됐던 '위키드' 공연 당시 옥주현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역을 맡아 겹치기 출연 중이었다. 캐스팅 변경 당시도 '베토벤 시크릿 시즌2'와 '레드북'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었다. 특히, 이 경우에는 캐스팅 변경으로 텀을 늘렸다고 해도 수술 후 회복 시간이 필요했을 터. 옥주현은 충분히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해 괴롭고, 관객들은 아무래도 불안한 옥주현의 연기와 노래를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옥주현의 겹치기 출연은 뮤지컬계 새로운 스타 발굴을 어렵게 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일부 스타 뮤지컬 배우들이 2작품, 3작품 겹치기 출연을 하게 되면 그만큼 후배들이 주연급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막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지속적으로 겹치기 출연을 강행하면서 무대를 독식하면 후배들이 올라올 자리를 막고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앞서, 뮤지컬 대세 최재림 역시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등 3개 작품에 겹치기 출연했는데, 결국 탈이 났다. 코로나19에 확진돼 3주에 가까운 시간 무대 공백이 생긴 것. 출연 중인 작품이 많았던 탓에 민폐도 컸다. 물론,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이 최재림의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겹치기 출연이 같은 문제 발생에도 더 큰 여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뮤지컬계 겹치기 출연을 배우의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작은 규모, 작품이 아닌 배우에 따라 결정되는 관람 문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겹치기 출연의 문제가 계속 지적되는데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뮤지컬계 존재감 있는 한 배우가 신념을 가지고 한 작품에만 집중하면서 관객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랜 시간 고질병으로 이어져 온 '겹치기' 병폐를 해결할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그 시작에 옥주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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