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연기가 보아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데뷔 25년차 가수로 본업에서는 그 누구도 뭐라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춘 보아. 그러나 오랜만에 배우로 나선 그의 도전은 '제 살 깎아 먹기'로 돌아왔다.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과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가는 가운데, 11화 방송 말미부터 등장한 보아의 화제성이 '쓰레기 남편' 이이경을 뛰어넘었다. 이이경이 소름 돋는 악역 연기로 호평 받은 것과 달리, 보아는 어색한 표정과 연기력이 화제의 이유다. 보아가 맡은 역할은 클라우드 항공사 부사장이자 유지혁(나인우 분)의 전 약혼자인 재벌 손녀 오유라다. 후반부로 달려가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투입되는 캐릭터인 만큼 상황을 반전시키고 좌지우지하는 키플레이어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아는 기대에 비해 부족한 연기력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또 그의 연기보다 어딘가 달라진 듯한 얼굴 분위기와 오버립 된 메이크업이 더욱 눈에 띄었다. 시청자들 역시 보아의 달라진 듯한 입술로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평했다. 이러한 반응에 보아는 즉각 대처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는 "요즘 제 외모에 많은 분들이 관심 있으신 것 같다"며 "오버립은 제가 입을 깨무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퍼졌나보다. 걱정 안하셔도 된다. 제 입술은 안녕하다"고 해명했다.
외모 악플에 쿨하게 대답한 보아. 그러나 문제는 오버립이 아닌 부정확한 발성과 어색한 연기력이었다. 무엇보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이이경, 송하윤 등 빌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인생 캐릭터'라는 극찬을 얻을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최종 빌런'으로 투입된 보아의 연기가 더욱 힘없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보아는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피웁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빅매치', '가을 우체국'에서도 주연을 맡은 바 있기에 때아닌 연기력 논란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본업에만 충실해도 충분한 보아다. 15살에 솔로 가수로 데뷔해 그가 이룬 업적만 해도 이미 업계 레전드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를 개척한 K팝의 선두주자이고,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하며 전세계에 K팝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최근에는 NCT WISH 프로듀서로 나서기도 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활약도 컸다. 오랜 경력에서 쌓인 노하우로 실력으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 '프로듀스 101 시즌2', 'K팝스타 시즌2' 등에서 든든한 존재감을 뽐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보아에게 뼈아픈 필모그래피가 됐다. 다시금 배우 권보아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연기보단 본업에 열중하는 것이 팬들도 바라는 바 아닐까. 이미 우리는 그녀의 도전이 위대함을 알고 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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