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X형사' 살인 사건 현장에서 벌어지는 고증 오류 사례
재벌X형사
<<류예지의 옐로카드>>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가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예계 사건·사고를 제대로 파헤쳐봅니다.


완벽하게 현실을 고증한 리얼리즘 드라마는 늘 인기를 끈다.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판타지적 요소가 재미를 더한다면 눈길을 끌지만, 고증이 극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가 된다면 문제다.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 역시 최근 잘못된 현실 고증으로 작품성 저하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재벌X형사'는 철부지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돼 보여주는 '돈에는 돈, 빽에는 빽' 플렉스(FLEX) 수사기를 그린 작품이다.
텐아시아 DB

극 중 안보현은 노는 게 제일 좋은 철부지 재벌 3세이자 낙하산 형사 진이수 역을 맡았다. 박지현은 수사하는 게 제일 좋은 '수사덕후'이자 강하경찰서 강력 1팀을 이끄는 팀장 이강현으로 분한다. 강상준은 형사 박준영으로 변신하며 김신비는 팀원 중 막내 최경진으로, 정가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의 윤지원으로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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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벌어지는 사건을 수사하며 5명의 인물은 극 중 현장 보존 및 현장 감식하는 장면이 다수 나온다. 그러나 부족한 현실 고증으로 몰입도를 깨뜨리는 순간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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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방송된 2회에서는 국과수 부검의 윤지원 역할의 정가희가 첫 등장했다. 극 중 윤지원은 살인 사건 현장에 킬힐과 점프수트를 입고 등장했다. 피해자의 사인을 찾아볼 때는 보호 덧신과 라텍스 장갑만 낀 채 진행했다. 나머지 형사 역할의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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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화재나 살인 사건 현장에서 수사를 진행할 때는 특수 복장을 차려입는다. 과학수사 조끼와 모자, 마스크, 비닐 바지 등을 착용해야 한다. 특히나 극 중 장면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첫 현장 방문이었다. 용의자의 족적과 지문 그외의 증거가 많이 남아있을 터. 아직 번호를 매긴 통행판이 세워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부검의와 형사들은 제대로 된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다. 극 중 동행한 과학수사대 경찰만이 제대로 된 복장을 착용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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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송된 4회에서는 극 중 강력계 팀장인 박지현이 살해당한 시신을 그대로 손으로 만지는 장면이 나왔다. 장갑이나 천 등을 사용해서 만진 것이 아닌 직접 자신의 손으로 시체를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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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현장에 형사가 4명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폴리스라인(현장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는 선, 경찰통제선)을 설치한 이가 없었다. 사망한 이는 미술관 한가운데 떡하니 누워있고 방문자들은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출입구를 막은 것 외에는 제대로 된 현장보존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벌X형사'는 현실성 재현을 위한 과학적 고증 따위는 무시한 채 철저하게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화려한 볼거리에만 초점을 맞췄다. 너무 완벽한 고증에만 치중하다 보면 작가의 창작 여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 부검의 등 직업적 특성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특정 직업군을 다룬 만큼 기본적인 고증은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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